![]() 듀엣 사이먼 앤 가펑클 |
시작은 소소했다. 기획자인 루 애들러(Los Adler)와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 Papas)의 멤버인 존 필립스(John Phillips)는 좋아하는 음악도 알리고, 돈을 모아 어려운 사람도 돕는 축제를 기획했다. 인도의 라비 샹카(Ravi Shankar)를 제외하고 모든 참여 음악가들이 무료로 출연했다. 그런데 일이 커졌다. 출연키로했던 비틀즈, 롤링 스톤즈 등 거물 밴드들에게 줄줄이 일이 생겨버렸다. 비틀즈는 사정상 출연이 어렵게 됐고 롤링 스톤즈는 키스 리챠드의 미국 입국에 문제가 생겨 출연이 무산되기에 이른다. 그 바람에 엉뚱한 그룹이 떠 버렸다. 영국에서 기타와 드럼을 때려 부수는 기행으로 유명한 더 후(The Who)가 미국에 처음으로 이름을 알렸고, 그 덕을 톡톡히 맛보고 있었다.
불세출의 천재 기타리스트인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와 마치 전기톱 같은 목소리를 가진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사이키델릭의 대표 밴드인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등이 줄줄이 이름을 알렸다. 그중 단연 압권은 지미 헨드릭스와 재니스 조플린이었다. 왼손잡이여서 기타를 반대로 돌려서 연주했던 지미 헨드릭스는 기타를 등 뒤로 맨 채 연주를 하거나 이빨로 물어뜯으며 줄을 튕겼고 막판에는 기타에 라이터 기름을 끼얹고 불을 지르는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얼을 빼놓았다. 재니스 조플린도 마찬가지였다. 여성이랄 수 없는 마치 쇠를 긁는 듯한 거친 목소리로 포효하며 특유의 거친 숨소리로 노래해 축제에 참가했던 가수들마저 감탄해마지 않았다.
1967년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의 인근 몬트레이 컨트리 페어 그라운드에서 열린 몬트레이 팝 페스티벌은 그렇게 모든 대중음악 축제의 효시가 됐다.
이 행사는 2년 뒤에 열리게 되는 신화적인 음악제 '우드스탁 페스티벌(Woodstock Festival)' 탄생의 계기가 됐다. 먼훗날 아프리카 기아 난민들을 돕기 위한 '밴드 에이드'와 'USA For Africa' 공연에까지 그 영향을 미쳤다.
사랑과 평화의 축제를 표방한 몬트레이 팝 페스티벌은 좋게 말하면 자유로웠지만 반대적 표현으로는 히피들의 잔치였다. 마지막 날엔 9만 명이 운집하면서 무질서의 현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 미국 정치권에서의 질타도 있었지만 이 축제가 세계 대중 음악사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과 반항의 락 음악이 당시 월남전에 대한 반전 분위기와 자유를 지향하는 청년들의 생각과 맞아 떨어져 전 세계로 들불처럼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이 현장을 D.A 페니 베이커 감독이 '몬트레이 팝 1968(Monterey Pop 1968)'이라는 아름다운 다큐멘터리로 기록했다. 이 다큐멘터리의 대표적인 노래로는 제퍼슨 에어플레인의 'Somebody To Love',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s Of Silence', 마마스 앤 파파스의 'Monday Monday' 등이다.
● 샌프란시스코에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3일간 열린 몬트레이 팝 페스티벌의 주제는 헤이트 애쉬버리 히피들이 강조한 음악, 사랑, 꽃이었다. 여기에 맞춰 축제를 찾은 사람들은 꽃을 머리에 꽂거나 손에든 채 참가했다. 그래서 오프닝 곡을 스콧 맥킨지의 '샌프란시스코에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San Francisco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가 연주됐다. 당시 세계의 지성과 젊은이들을 분노케 했던 베트남 전쟁 속에서 이들은 꽃으로서 자신들의 주장이었던 사랑과 평화를 대변했다. 이들은 모두가 손에 손에 꽃을 들었고 머리마다 꽃을 꽂았다. 심지어 군인들의 총구에도 꽃을 꽂아주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부제가 붙었다. 'Be Sure To Wear Some Flowers In Your Hair'라고….
이 페스티벌의 주인공들로는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 Papas)의 존 필립스(John Phillips)와 그들의 레코딩 프로듀서이자 프로모터인 로스 애들러(Los Adler)가 주동이 되어 기획했다.
미국에서는 제퍼슨 에어플레인(Jefferson Airplane), 빅브라더스 앤 홀딩 컴퍼니(Big Brothers & Holding Company),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 그레이트풀 데드(Grateful Dead), 컨트리 조 앤 더 피쉬(Country Joe & The Fish), 퀵실버 메신저 서비스(Quicksilver Messenger Service), 폴 버터필드 블루스 밴드(Paul Butterfield Blues Band) 등이, 영국에서는 에릭 버든 앤 애니멀스(Eric Burdon & Animals), 더 후(The Who),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ㆍ미국 태생이지만 영국을 주무대로 활동), 제3세계에서는 인도의 라비 샹카(Ravi Shankar)가 참여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콧 맥킨지(Scott Mckenzie)는 플라워 무브먼트의 상징적 찬가로서 머리에 꽃을 꽂고 샌프란시스코로 모이는 군중을 매력적으로 묘사해 히피의 송가를 탄생케 했다. 마마스 앤 파파스(Mamas & Papas)의 '캘리포니아 드리밍(California Dreaming)' 역시 웨스트 코스트의 대표 팝 넘버가 됐다.
● 지구상 이런 드라이브 코스는 없다
몬트레이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를 두고 한 말이다. 'Almost Heaven, West Virginia(천국과 같은 곳 웨스트 버지니아)'. 컨트리 가수 존 덴버(John Denver)의 'Take Me Home Country Road(고향으로 가는 길)'의 첫 가사다.
얼마나 아름다웠으면 천국에 비유했을까. 헌데 필자가 보았던 웨스트 버지니아보다 더 천국 같은 곳, 아니 죽어서 천국엘 가게 된다면 "이 정도는 아름다워야 천국이랄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곳, 몬트레이 드라이브 17마일 코스라는 곳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남쪽으로 200Km쯤 가면 몬트레이 반도가 있다. 태양의 푸른 바다와 숲이 어우러져 주변 경관이 너무도 아름다운곳. 이 반도의 북쪽에 자리 잡은 몬트레이는 거대한 수족관과 '분노의 포도' 작가 존 스타인벡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몬트레이 반도 남쪽에 위치한 카멜(Camel)은 녹음이 짙은 거리풍경 속에 갤러리가 줄지어 있는 예술도시로 아담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이 도시를 연결하는 태평양 연안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를 17마일 드라이브라고 부르는데 경치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미국 서부 여행 시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다.
1990년 중반 필자가 이민 초기에 들렀던 곳, 몬트레이 17마일 드라이브 코스는 이랬다. 이 드라이브 코스엔 레이건 전 대통령, 영화감독이자 배우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팝가수 마돈나의 별장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당시 여행 가이드의 말에 의하면 마돈나는 자기 별장 근처 해변에서 날이면 날마다 벌거벗은 채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다 동네 사람들의 질타에 시달리다 이사를 갔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 드라이브 코스 중 유명한 영화감독인 히치콕크의 영화 '새' 촬영현장과 1992년 영화, 샤론 스톤의 치명적인 매력이 돋보였던 영화 '원초적 본능(마이클 더글러스ㆍ샤론 스톤 주연)'에서 정사후 얼음 꼬챙이로 남자를 난도질했던 숲속의 별장이 그곳에 있다. 일본 대기업 부호인 미쓰비시사의 회장이 막내아들 (선천성 소아마비 장애자)의 생활터전을 마련해 준 곳도 그곳이다. 커다란 검정 바탕에 흰 글씨 한자로 천국(天國)이란 문패가 달려 있다. 아마도 그 회장의 아들사랑에는 "이곳을 천국으로 알고 지내렴"하고 아들사랑에 대한 아버지의 정이 문패에 담겨 있는 듯하다. 어느 골프장 필드에선 한가족이 아이들과 소풍 삼아 골프를 즐기고 있다. 헌데 그 가족이 즐기고 있던 골프장 필드위엔 아이들 옆에 야생 노루, 사슴이 아이들과 10m도 안돼는 곳에서 함께 노닐고 있다. 각본에 짜여진 영화 촬영도 아니고 순간, 눈을 의심해야 했다. 칼랜더더에서나 볼 수 있을까. 천국이 따로 없다.
● 눈을 감으니 내 귀엔 분명 샌프란시스코가 들려왔다.
17마일 드라이브 코스 내내, 해변 주변에는 스페인풍 전원주택들이, 모래사장 건너 바다 갯바위엔 빨강, 파랑, 초록, 노란색으로 물든 이끼의 색깔들이 햇빛에 반사돼 내 눈에 비친다.
지나간 31년 전(1967년) 이곳 몬트레이 반도에서 전 세계 음악팬들을 설레게 했던 페스티발. 잠시 해변에 서서 눈을 감았다. 스콧 맥킨지의 '샌프란시스코에선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의 기타소리가 분명이 귓가에 울려왔다. 꽃을 든 수많은 관중들도, 마마스 앤 파파스의 '캘리포니아 드리밍'의 선율이 계속 가슴속에서 박자를 타고 있었다.
그 유명한 명소들. 금문교(Golden Gate Bridge), 트윈 픽스, 후버 댐, 알카트라즈 감옥, 차이나타운, 스탠포드 대학과 20여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버클리 대학, 자연이 빚어낸 걸작이라고 일컫는 미국 제1국립공원인 요세미티 국립공원 (Yosemite N.P)이 그 여행에서 필자를 즐겁게 해 준 명소들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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