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폴란드 독립 100주년과 내년 임정수립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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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올해 폴란드 독립 100주년과 내년 임정수립 100주년
  • 입력 : 2018. 03.27(화) 21:00




한국과 폴란드는 지리적으로 유럽 중심부와 한반도에 위치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유사한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경험했다. 우리가 고려시대 100년 동안 몽고제국의 꼭두각시 신세였다면, 폴란드는 18세기 말부터 100년 이상 국토를 송두리째 빼앗긴바 있다. 폴란드가 늘 약자 위치에 있지는 않았다. 지정학적 요충지 덕분에 국력이 강성할 때 주변으로 뻗어나가기도 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시절 최대 영토를 확장했던 것처럼, 16세기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연합왕조는 발트해에서 흑해에 이르는 유럽 최대 영토를 자랑한 바 있다.

'잘 나갈 때 조심하라'는 말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에도 적용된다. 연합왕조 시대 이후 폴란드는 중앙집권형이 아닌 소위 '귀족의회'라는 분권형 결정방식을 택한다. 그 결과 러시아와 프러시아(나중에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의 계속되는 침략에 대응하지 못하면서 세차례의 영토분할을 당한 끝에 1795년 아예 지도에서 사라지는 참담한 운명을 맞는다. 오늘날 폴란드 해외동포 수는 2000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절대 다수가 123년간의 국토 상실기에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세계 각지로 떠난 폴란드인들의 후손이다. 유명한 음악가 쇼팽, 과학자 퀴리 부인은 이 시기 프랑스 등 타국에서 방황하며 나라 잃은 슬픔과 고통을 삭인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1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1918년 패배함에 따라 전쟁이 끝났다. 윌슨 미국 대통령은 민족자결주의를 발표하며 소위 '폴란드 조항'을 통해 폴란드에게 독립을 부했다. 올해로 정확히 100년 전의 일이다.

현재 폴란드 대사로 근무하면서 폴란드 독립 100주년을 바라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우리나라도 내년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 일제의 식민통치 하에서 신음하던 우리 민족은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고무돼 1919년 3ㆍ1운동을 통해 국제사회에 독립을 호소했다. 그러나 일제의 가혹한 탄압으로 좌절되고 그해 4월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게 된다. 내년 대한민국 임정수립 100주년을 앞두고 고통스럽게 떠오르는 것은 우리 국토가 여전히 분단돼 있다는 현실이다. 폴란드의 경우, 1918년~1939년 불과 20년의 짧은 평화와 안정을 누렸다. 곧이어 2차 세계대전부터 냉전기간 동안 히틀러와 스탈린의 연이은 침공을 겪었으며 이후 공산독재 통치로 피해와 고통을 겪었다. 다행히 폴란드는 분단국이 아닌 1989년 체제전환을 통해 오늘날 전반적인 분야에서 안정적인 국가발전을 구가하고 있다. 여전히 분단 상태인 우리와 비교하면 '해피엔딩'인 셈이다.

내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우리에게 주어진 두 핵심과업은 국토분단 극복과 북핵문제 해결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의 담론은 분단 상황을 어떻게 해소할 지, 북핵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로 귀결된다. 최근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는 생각이 든다. 걱정스럽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남북통일에 관심이 없다는 건 이 상태로 분단 100년을 맞이해도 상관없다는 의미일까.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동맹국인 미국과 긴밀공조를 하면서 필요시 북한을 압박하고 제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은 북한이 한미동맹을 떼어놓기 위해 '민족해방'을 자행할 가능성이다.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이 북한의 비핵화와 함께 평화통일을 이끌 수 있도록 신중한 전략을 짜야할 때다.


최성주

주 폴란드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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