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도예 작업을 지속하며 주로 분청자 위주의 대형 사발 작업을 진행했던 김 작가는 7년 전부터 달항아리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백자 달항아리는 원형에 가까운 둥근 기형과 눈처럼 흰 유약이 마치 보름달을 연상시켜 붙여진 이름이다. 본래 장이나 젓갈, 기름 등을 담아두기위한 도구로서 만들어졌다가 점차 사대부의 감상 대상이 됐다.
일명 백자대호(白磁大壺)라고 불리는 백자 달항아리는 18세기 전반 영조 시대에 관영 자기소가 운영되던 경기도 광주 금사리 가마에서 처음 선보였다. 높이 한자 반, 약 45센티미터 이상 되는 달항아리는 당대의 수동 물레로는 성형이 불가능했다. 현명했던 조선의 도공들은 두 개의 큰 사발을 만들어 위아래를 이어 붙이는 방법으로 자기를 제작했고, 때문에 어느 달항아리를 보아도 중앙에 위아래를 이어 붙인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이러한 제작 방식 때문에 완벽한 조형미보다는 어딘가 일그러진 부정형의 둥근 멋과 여유로운 미감이 특징이다.
이번 김 작가의 전시에서는 전통의 방식 그대로 두 개의 큰 사발을 이어 붙이는 성형 방법을 고집하며 장작가마 소성을 거쳐 제작된 달항아리를 감상할 수 있다.
대량생산 할 수 있는 현대식 가마와 달리 하루 이틀 밤낮을 사람이 꼬박 지키고 앉아 불길의 온도를 맞추는 장작가마 소성은, 전기와 가스 가마에 비해 깊은 색을 내며 예술성을 배가시킨다.
어리숙한 빛깔이나 완만한 비정형의 기형, 각양각색의 미감이 김 작가의 달항아리의 매력이다. 이성에 기반을 둔 서구의 미감처럼 딱 떨어지는 정답을 제시하지 않지만, 어느 장소에 놓아도 주변을 하나로 아우르는 힘을 지닌다. 이러한 포용력과 넉넉함이 김기현 작가가 달항아리 작업을 지속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기현은 작가노트에서 "일천 개의 강에는 일천 개의 달이 비치고 있다는 의미로 꾸준히 각양각색의 표정이 있는 일천 개의 달을 품어보려 한다"며 "달항아리를 보며 많은 분들이 커다란 복과 건강한 기운을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기현은 고흥 출신으로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단국대 대학원 도예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인재갤러리 개인전을 시작으로 빛고을갤러리, 무등갤러리, 수문화센터 갤러리 은암미술관, 영산강문화관 등에서 여러차례 개인전을 가졌다. 경남국제아트페어, 광주아트 페어등에도 참가했다. 현재 광주미술협회회원, 전국무등미술대전 추천작가, 한국공예가협회전 ,신도예회전, 광주도예가협회전, 광주전남도예가협회전, 광주전남미술문화진흥회원전. 무등산분청사기협회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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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지 기자 sgpark@jnilbo.com s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