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간에 꽃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입니다/ 생각지도 않는 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감은 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 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김용택 ‘이 꽃잎들’ 전문) 봄바람에 꽃 본 나비처럼 몸이 다는 날,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섬진강에 가노라면 어김없이 맴도는 시다. ‘섬진강의 주인장’인 김 시인은 천지간에 꽃이 피는 4월을 ...
2024.04.01 15:49내로라하는 희극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관객 혹은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만들어진 코미디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이들도, 싫어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자극적인 주제와 작위적인 상황 연출 등이 주를 이룬다고 생각하는 탓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편이지만, 오히려 이런 코미디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시기도 있다. 바로 선거철이다. 미국 NBC에서 40년간 방영하고 있는 ‘Saturday Night Live’의 포맷 라이센스를 받아 제작된 ‘SNL 코리아’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콩트와 정치 풍자를 통해 고정 ...
2024.03.31 15:17“시간은 절대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다.” 1687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아이작 뉴턴 석좌 교수가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라는 논문을 출판했다. 물리학과 천문학의 기본 법칙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논문의 백미는 ‘절대 시간’. 시간이 전 우주에 걸쳐 균일하고 일률적으로 흘러간다는 개념이었다. 외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성과 변하지 않는 흐름도 뉴턴이 생각한 시간의 특성이었다. 신의 창조물인 시간이 신의 계획과 목적 안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중세시대, 시간을 절대적인 대상으로 평가한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뉴턴의...
2024.03.28 16:28중국의 전국시대에 제나라 공자인 맹상군과 그의 식객 풍훤이 있었다. 맹상군이 임금과 사이가 벌어져 힘이 떨어지자 3000명에 이르렀던 식객들이 모두 떠나다시피 했지만 풍훤만이 그의 곁에 남았다. 풍훤은 신세를 한탄하는 맹상군을 찾아가 “교활한 토끼는 굴이 세 개가 있어야 비로소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법이다”고 말했다. 풍훤의 계책들을 통해 맹상군은 임금의 총애를 회복하고 제나라 재상에 올랐다. 여기에서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이 고사성어는 미래에 대비해 준비를 철저히 해두면 어려운 일을 면한다는 의미로,...
2024.03.27 16:52“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선거철이면 귀에 박히도록 듣는 이야기다. 구호를 외치는 정치인들이야 표심을 얻기 위한 전략이지만 유권자인 국민들은 선거때마다 듣고 있다. 지긋지긋하다. ‘아무리 가난은 나라님도 해결할 수 없다’지만 21세기인 2023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3745달러다.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냐”는 질문에 최소한 “아니다”라는 부정적 답변이 대다수는 아니어야 맞다. 이같은 민생 마지노선까지 대통령과 정치인들이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는 헛된 꿈이 아니라는...
2024.03.26 17:02후한 말 삼국시대의 화타(華陀)는 죽은 사람도 살린다고 전해질 만큼 중국 고대 최고의 명의로 꼽힌다. 설화 ‘토끼전’에서 토끼를 놓친 자라에게 만병통치약을 건네주는 역할로도 소개될 만큼 이름을 알렸던 화타는 소설 ‘삼국지연의’에만 무려 스무번 넘게 등장한다. 그 중 팔에 독화살을 맞은 관우를 치료해 준 일화가 가장 유명할 것이다. 살을 바르고 뼈로 긁어내는 엄청난 수술에도 관우는 바둑을 두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줬다. 수술이 잘 끝나자 관우는 화타를 명의라고 칭찬했고, 화타 역시 관우를 명환자라고 치켜세웠다. 화타는 심한...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2024.03.25 14:26국회의원 총선거는 1948년 시작됐다. 미군정 아래에서 최초로 치러졌다. 1963년 6대 총선에선 전국구 비례대표제가 도입됐다. 5·16쿠데타로 집권한 군부세력은 전체 의석의 4분의 1을 비례대표제로 선출하도록 선거법을 바꿨다. 전문가를 발탁하고, 배려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의 목소리를 반영하겠다는 취지였다. 지역구로 당선된 의원 수에 비례해 전국구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어서 ‘1인1표 비례대표제’라고 했다. 하지만 취지와는 전혀 무관한 재력가가 당선권에 들어갔다. ‘전(錢)국구’라고 폄훼되기도 했다. 제왕적 총재에게 충성을 다...
2024.03.24 13:51“그림은 장식이 아니고 무기가 돼야 한다.” 1937년 봄, 프랑스 파리에서 작업에 열중하던 천재 화가 파블로 피카소가 눈물을 흘리며 붓을 내던졌다. 스페인 정부로부터 파리에서 열리는 만국박람회 스페인관을 위한 벽화 제작을 의뢰받고 이미지를 구상하던 그는 그 해 4월 26일 조국 스페인에서 일어난 게르니카 폭격의 참상을 지켜본 뒤 안타까움과 슬픔으로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었다. 모든 도시가 사라지고 사망자의 시신으로 뒤덮인 도로를 보며 절망했던 피카소. 결국 그는 전쟁의 끔찍함과 무고한 시민에 대한 폭력을 세상에 알려야 하겠다...
2024.03.21 17:05광주에서 만든 스타벅스 굿즈가 전국에서 인기몰이다. 일부 매장에선 조기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는 소식이다. 지난 14일부터 서울과 부산 등 전국 112개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한정 판매되고 있는 ‘누비 텀블러백’이 그 주인공이다. 이 텀블러백은 광주지역 공방인 ‘소잉’이 스타벅스 코리아와 콜라보해 선보인 제품이다. 2만7000원에 판매되는 ‘누비 텀블러백’은 전통 누비소재를 활용해 한국의 미를 표현했다. 넉넉한 깊이감으로 다양한 크기의 텀블러를 수납할 수 있는데, 귀여운 이미지로 재해석한 명태 키링이 달려 있어 이를 소장하려는 소비자...
2024.03.20 13:27‘엘 도라도(El Dorado)’는 스페인어로 ‘금가루를 칠한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스페인어 ‘El Dorado’에서 ‘El’은 정관사이며, ‘Dorado’는 동사 dorar(도금하다)의 과거분사로 ‘황금의’, ‘도금(鍍金)의’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엘 도라도는 콜롬비아의 구아타비타 호수인데, 해발 2700m의 사화산(死火山) 화구에 생긴 호수로 원주민 추장이 보물들을 호수 한가운데에 던지고 뭍으로 돌아와 금가루를 칠한 자신의 몸을 씻었다는 풍습이 전해진 것이다. 이 때문에 호수의 물을 빼고 그 밑에 가라앉은 보물을 ...
2024.03.19 16:12“세상에서 가장 같이 일하기 힘든 사람은 바로 가난한 사람이다.” 누가 이런 폭탄발언을 했을까. 선거철 나온 발언이라면 전체 판세를 뒤흔들면서 수백만표 갉아먹는 대형 악제이자 먹잇감임에 충분하다. 진정하고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자. “그들은 자유를 주면 함정이라 얘기하고, 작은 사업을 얘기하면 돈을 별로 못 번다고 얘기하고, 큰 사업을 얘기하면 돈이 없다고 불평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자고 제안하면 경험이 없다고 변명한다.” 비판의 강도가 점점 세진다. 갈수록 가관이다. “사업에 대해 얘기하면 경쟁이 치...
2024.03.18 10:24선거철이 되면 대중적 인기가 높은 연예인들의 주가가 상승한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연예인들의 특정 후보 지지 선언이나 선거운동 참여가 자주 눈에 띈다. 일부 후보는 유권자의 눈길을 잡기 위해 연예인 등과 함께 유세를 벌이고, 몇몇 연예인들은 인연이 있는 정치인을 자발적으로 돕기도 한다. 배우 문성근은 ‘조국혁신당’ 후원회장을 맡아 본격 활동에 나섰다. 문성근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오는 4월 총선, 비례의원 선출을 위한 정당투표에서 나는 ‘조국 신당’에 투표하겠다”며 공개적으로 조국 대표 지지 선언을...
2024.03.17 14:07지난 2006년 개봉된 아스거 레트 감독의 영화 ‘시테 솔레일의 유령’은 버림받은 나라 아이티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독립을 이룬 아이티. 절망과 폭력이 난무하는 그곳은 국민의 80%가 2달러 미만으로 연명하는 가난한 나라다. 아이티에서도 슬럼가로 유명한 시테 솔레일은 배가 고파 진흙쿠키를 만들어 먹는 아이들로 넘쳐난다. 단지 살기 위해, 서너 살 여자아이들이 남의 집에 들어가 고된 일을 해야 하는 ‘무급 식모’도 일상이다.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 아이티는 눈물의 역사를 가진 나라다...
2024.03.14 17:01영화 ‘파묘’의 약진이 놀랍다. 극장가 비수기라는 2월말과 3월초에 개봉했음에도 9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벌써 133개국에 판매됐고 각종 해외 영화제 초청까지 이어지고 있다. ‘험한 것이 나왔다’는 영화카피는 인터넷에서 밈이 되고 있고, 영화의 소재인 일제 시대에 행해졌다고 알려진 ‘말뚝’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물론 비판도 있다. 스포일러라 다는 말하지 못하지만, 일부 관객들은 ‘초반은 오컬트(초자연 공포) 물이었는데 후반엔 크리쳐(괴물) 물로 변해 시시해졌다’라거나 ‘후반 의 정체를 ...
2024.03.13 14:54제22대 총선을 앞두고 부산 사하을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소속 현역 조경태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조 의원이 관심을 끄는 건 이미 단수 공천을 받은 서병수(부산진갑) 의원과 함께 부산 지역구에서 당내 최다선인 ‘6선 도전’에 나선다는 점이다. 아직 넘어야 할 벽도 높다. 격전지로 꼽히는 ‘낙동강 벨트’사수를 위해 여당 입장에서 중진들의 활약을 기대하지만 더불어민주당도 사하을 후보로 영입 인재 2호인 이재성 전 엔씨소프트 전무를 내세웠고, 선거구 조정이 이뤄진 부산 북구갑에선 서 의원을 상대로 민주당의 재선인 전재주 의원...
2024.03.12 1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