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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이주 1세대들은 감귤 농장을 사들여 부를 일궈 갔다. 현재 제주도 감귤 유통업의 80% 정도를 호남사람들이 점하고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호남사람들은 전라도 고유의 맛을 살려 식당을 운영해 이름을 날렸다. 입소문을 타고 대부분 대형 식당으로 성장했다. 호남향우들은 유통업, 호텔업, 요식업 등에 진출,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그래서 호남향우들의 절대 다수가 경제계에 종사하고 있다.
정치인으로 성장한 인물은 많지가 않다. 향우들은 정착 당시부터 주로 농업ㆍ요식업 등에서 새 삶의 터전을 잡는데 주력하느라 정치적 참여에는 큰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현직 정치인으로 도의원 1명이 활동하고 있는 점에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공직자들은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청 행정부지사와 기획관리실장 등 고위공직자를 배출했다. 중간 간부급들도 각 분야별로 위치하고 있으나 고향을 밝히지 않으려는 공직사회 분위기 때문에 확실하게 드러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근래 호남출신 향우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자신의 고향을 밝히고 향우회에도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향우회측은 전하고 있다.
제주도내 향우회 조직은 제주시를 비롯한 서귀포, 조천, 구자, 성산, 표선, 개정, 안덕, 한경, 한림, 애월 등 11개 향우회조직이 있다. 이를 총괄하는 성격을 지닌 제주호남향우협의회(회장 강수봉ㆍ함평)라는 별도 조직도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조직은 제주시호남향우회다(최근 제주호남향우회로 명칭 변경). 제주향우의 약 60%인 7만여 명이 제주시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부터 독자적인 향우회관도 소유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향우들이 중심이 돼 설립한 호남새마을금고가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업을 하는데 자금조달의 어려움을 안고 있었던 호남사람들은 1980년 5월15일 이 금고를 창립, 성장의 자금줄을 마련했다. 초대 이사장이었던 고제진(작고ㆍ담양)씨가 자신의 땅을 내놓았고 향우 216명이 십시일반 자본금 1억500만 원을 모아 창립했다. 이렇게 창립한 이 금고는 급성장을 거듭, 2012년 자산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고 1500억원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호남새마을금고는 제1대 고세진 이사장, 제2~6대 이경호(작고ㆍ광주), 제7~8대 김병주(작고ㆍ영암), 제9~11대 소차량(진도), 제12~13대 이상준(담양 대덕), 현 김용석(영암 2세) 이사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4만8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서귀포 호남향우를 대표하는 곳이 서귀포시 전남도민회(최근 서귀포호남향우회로 명칭 변경)다. 서귀포시호남향우회도 독자적인 전남도민회관을 소유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4억을 들여 만든 복지회관을 완공, 운영중이다. 또 약 1500여 평의 자체 공동묘지를 소유하고 있어 향우들의 영면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240명 정도가 이 묘지에 안장돼 있다.
서귀포 향우들은 정착단계에서부터 밀감농사에 참여해 점차 농장소유주로 발전했고, 88서울올림픽과 2002 한ㆍ일월드컵을 치르면서 땅값이 상승, 상당한 부를 축적한 향우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밀감선과장 등 관련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서귀포시내에만 향우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42개에 이를 정도로 식당업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관료 ㆍ공직자
호남출신 공직자로 제주도에서 주요 공직을 맡은 인물은 서유창(70ㆍ강진ㆍ국방대학원)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를 들 수 있다. 서 전 부지사는 지난 1970년 공직에 들어선 뒤 행정자치부에서 의사과장ㆍ정보화계획관을 거쳐 제주도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한 뒤 행정부지사를 지냈다.
공영민(60ㆍ고흥 풍향ㆍ방송통신대ㆍ정책학 박사) 전 기획관리실장도 정통 관료출신이다. 공 전 실장은 재정경제부에서 성장, 정책홍보관실 홍보담당관을 마치고 제주특별자치도 지식경제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기획관리실장을 맡았다. 이후 그는 2013년 제8대 제주발전연구원장으로 활동하다 최근 물러났다. 그는 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올해 초 제32회 창조경영인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지춘(48ㆍ강진ㆍ동국대) 제주 동부경찰서장도 주요 인물이다. 그는 1992년 경찰 간부 40기로 경찰에 입문, 울산경찰청 수사1계장과 서울 강남경찰서 수사과장, 금천경찰서 형사과장, 강동경찰서 형사과장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제주경찰청 경비교통과장 직무대리를 맡으면서 제주에 입도했고 올해 7월 제주 동부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이밖에 서귀포시에만 김곤성(목포) 교통행정과장, 이창현(보성 벌교) 과장 등 5명 정도가 사무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인
제주도내 유일한 현직 정치인은 위성곤(46ㆍ장흥ㆍ제주대) 제주특별자치도 도의원이 있다. 초등학교시절 부모를 따라 제주도로 이주한 위 의원은 서귀포시 배구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한 뒤 2006년 서귀포시에서 도의원에 당선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등을 거쳐 지난 6ㆍ4지방선거에서 3선에 성공했다.
정치적으로 가장 성장한 인물은 최창주(63ㆍ진도 지산ㆍ조선대 약대) 전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다. 그는 제주도에서 세브란스약국을 운영하며 성장, 제5대 제주도의회 의원(1995년), 제주도약사회 회장(2001~2003년)을 지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참여센터 자문위원(2003년)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정무부지사(민주당)를 역임했다. 그는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광주와 제주도를 오가며조선대 약학대학 외래교수로도 활동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승격 이전 제주시의원으로 박경영(신안) 의원이 제주시 연동에 출마해 당선돼 활동한 적이 있다.
경제인
제주도내에서 가장 성공한 경제인으로는 손천수(62ㆍ구례) 라온레저개발㈜ 대표이사 회장을 꼽는다.
손 회장은 1980년대 초반 고향 구례에서 경남 마산으로 가 건설업(서광건설)으로 입지를 다진 뒤, 제주도로 건너와 성공한 인물이다. 손 회장은 2004년 라온GC개장을 기념해 타이거우즈, 콜린 몽고메리, 최경주, 박세리가 참여하는 세기의 대결을 펼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손 회장은 27홀 규모의 회원제 골프장을 개장한 후 제주도 말을 테마로 한 라온승마클럽과 '더馬파크'를 오픈했다. 또 최근에는 라온프라이빗타운과 호텔ㆍ골프코스ㆍ명품관 등을 갖춘 리조트를 성공적으로 완공했다. 특히 라온프라이빗타운은 총 934세대 가운데 430세대를 중국인에게 분양했다. 중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 제주도내 골프장 활로를 찾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제주호남향우회 고문자격도 갖고 있는 손 회장은 제주향우회 발전에도 큰 힘이 돼 주고 있다. 손 회장의 골프실력은 타이거우즈가 공식 인정한 핸디캡 3이다.
이상준(77ㆍ담양 대덕) 전 호남새마을금고 이사장은 전남대 재학 중 제주도로 건너와 잡화업부터 시작,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제주시호남향우회장을 역임하고 제주도내에서 가장 튼실한 호남새마을금고 이사장을 맡아 성장시켰고, 제주도내 호남향우회관 건립을 추진, 독자적인 향우회관을 갖추는데 초석을 마련했던 인물이다. 현재는 호텔업을 하고 있다.
양재욱(59ㆍ광주) 형제포장 대표는 제주도내에서 유일하게 장갑을 생산, 육지로 수출하는 인물이다. 제주도의 경우 공산품 대부분을 육지에서 들여오는 데, 장갑만은 양 대표가 두 개의 장갑공장을 운영하며 육지로 수출하고 있다. 또 현재 제주도내에 건설자재를 비롯한 철물계통을 도내에 조달하는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서학령(76ㆍ신안) 한라수산 대표는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민물장어를 부화시켜 전국에 수출한 인물로 제주도내에서 양식업 관련 산업에는 독보적인 존재다. 현재도 양식업을 하고 있는 그는 제주특산어류인 다금바리 양식에도 뛰어들어 다금바리 치어를 양성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서 대표의 동생인 서길용(63)씨도 제주도내에서 금강민물장어라는 대규모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나민규(71ㆍ나주 왕곡) 농업법인회사 대호㈜ 대표는 지난 1970년대 초에 제주도로 건너와 제주도내에 청과물을 공급하는 청과물도매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주영춘(광주) 평화고속관광 회장도 제주도에서 폐차장을 운영하며 성장, 전북까지 오가며 이 분야에서 독보적 활동했으며, 현재는 평화고속관광버스회사도 병행하고 있다.
제주도 특성상 밀감 선과장이나 농산물직판 등 농업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가장 많다.
이기복(55ㆍ영광ㆍ서귀포시 토평동) 신흥청과 대표는 감귤을 선과해 육지로 보내면서 탄탄한 재력을 축적했으며, 서귀포시내 매일시장인 중앙시장 이사장을 맡고 있는 최용민(신안) 풍년농산물직판장 대표도 야채 뿐만 아니라 수산물 등을 학교급식ㆍ호텔ㆍ마트 등에 공급하며 주목받고 있다.
강성철(56ㆍ신안) 제주농원 대표도 젊은 시절 제주로 들어와 관광객을 상대로 농산물 판매 등 농산물 유통으로 성공을 거둔 인물이다. 김연수(61ㆍ무안) 유일선과장 대표, 권광식(61ㆍ영암) 영암상회 대표, 박강개 전 남부청과협동조합 이사장 등도 성공한 인물들이다.
요식업으로 성공한 인물로는 김대준(57ㆍ해남) 신우가촌식당 대표, 황의영(광주) 새섬갈비 대표, 윤동원(해남) 한양회관 대표 등 다수가 있다.
강덕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