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운동선수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외부칼럼
어린 운동선수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
  • 입력 : 2018. 04.10(화) 21:00




필자의 학창 시절은 농구대잔치에서 대학팀들이 실업팀 형님들을 꺾고 결승에 맞붙는 기염을 토하던 농구의 대부흥기였다. 태평양 건너 NBA에서는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가 신화를 쓰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당연히 초중고 시절의 필자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 농구에 푹 빠져 살았다. 학교 수업사이의 10분의 쉬는 시간에도 농구를 하고 돌아왔을 정도였으니 상상이 되시리라.

하지만 지나친 운동은 바로 화를 불러왔으니 바로 반복된 발목 염좌와 만성 불안정성 발목관절이었다. 이를 만성적으로 방치해 현재는 인대의 만성 파열과 석회성 변화까지 진행된 상태이다. 불행히도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운동을 하다가 발목이 염좌돼 그 당시의 병원을 찾으면 그저 엑스레이상 이상 없으니 깁스(Gipsㆍ고정 붕대)하고 약을 주는 것이 치료의 전부였다. 하지만 이런 수동적 치료들로 인해 필자의 발목은 점점 제 기능을 하기 힘들어지고 염좌의 빈도와 간격은 짧아져만 가다가 농구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듯 인대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재활과정이 생략돼 필자의 발목은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이런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데는 운동선수를 꿈꾸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과 더불어 현재의 어린 운동선수를 바라보는 의사로서의 안타까움이 진하게 겹쳐있다고 할 수 있다. 진료실로 다쳐서 들어오는 수많은 어린 운동선수나 무용수들을 보며 필자는 깊은 탄식을 매번 갖는다. 이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을 정리해서 글로 전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첫째, 운동 전ㆍ후의 스트레칭과 워밍업은 필수적이다. 특히 단순히 몸을 데우는 정도가 아니라 격렬한 경기를 앞두고 각종 관절과 근육을 이완하는 스트레칭은 부상을 막는 필수요소이다. 물론 어린 운동선수들에게 이를 실천시키기는 쉽지 않다. 공만 보면 달려드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칭을 외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필자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몸에 밴 습관이 되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부상 없이 더 행복하게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평상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이전에 바로 코어 근육, 즉 몸의 깊은 곳에 있는 척추를 중심으로 하는 심부 근육강화 운동을 어려서부터 배우고 체득해야 한다. 박지성 선수도 체격은 왜소했지만 이와 같이 코어 근육을 강화시켜 경기 중 밸런스를 잃지 않고 당당히 유럽선수들과의 어깨싸움에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만들 수 있었다.

결코 눈에 보이는 식스팩이나 이두박근의 크기가 경기력을 올리고 부상을 막는 것이 아니다. 만들기도 어렵고 겉으로는 티도 잘 나지 않는 이 심부근육의 안정성이 신체의 기둥 역할을 하여 안정적인 경기력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심부근육 강화운동 동영상을 검색하여 꾸준히 실천하는 것만이 일류 선수가 될 수 있는 밑거름임을 밝혀둔다.

셋째, 특히 인대와 힘줄 연골 등의 부상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 이 조직들은 엑스레이상에 전혀 보이지 않으며 무시되기 일쑤이다. 하지만 신발 속의 작은 돌멩이처럼 이 인대와 힘줄의 부상은 선수를 괴롭히고 운동능력을 방해하게 되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대상이다.

부상이 발생하면 꼭 초음파검사나 MRI검사를 통해 조직 전반에 걸친 상태를 확인하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무분별한 소염치료 보다는 도핑 우려도 없으며 안전하고 효과적인 포도당을 이용한 프롤로나 충격파와 물리치료 등의 조직재생치료를 통해 조직의 근본적인 회복을 이끌어내야 한다.

넷째, 필자는 또 어린 운동선수들과 부모들이 진료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의사에게 약 처방을 요구하는 당황스러운 상황을 진료실에서 많이 맞닥뜨린다. 감기에 걸렸다고 어디가 아프다고 무심코 아무 알약이나 한약을 먹어서는 결코 안 된다. 점점 도핑과 공정한 경기에 대한 인식과 분위기로 인해 더 이상은 도핑은 예외와 관용이 없는 자기 관리의 실패로 낙인 찍히는 분위기이다.

마지막으로 부상을 대하는 선수 스스로와 부모, 코치진의 관점과 의식의 변화이다. 부상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대상이다. 부상은 성가신 장애물이 아니라 잘 달래며 같이 가야할 동료로 대해야 한다. 사람은 기계가 결코 아니다. 회복과 훈련이 병행돼야 하지 무쇠처럼 단련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액션영화에서 몸을 안 사리기로 유명한 성룡과 이연걸 모두 장애판정을 받았다는 기사는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쉬어야 회복된다. 쉼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때론 시합을 앞두거나 큰 대회를 준비했다 할지라도 의사와 코치진과 함께 장기적인 시각과 계획에 따라 훈련을 결정해야 한다. 우리 어른들의 시대에는 이러한 가이드와 지식이 아주 없던 시절이었다. 결코 이전의 방식을 반복하거나 나도 이렇게 해왔다는 접근은 틀린 생각이며 다시 한번 패러다임을 바꿔주시기를 스포츠손상 전문가로서 권고한다.

사실 위에 정리한 내용은 도핑을 제외한다면 단순히 운동선수들만의 권고사항이 아닌 운동을 좋아하고 자주하는 모든 분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이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해 이해하고 향후에 하나씩 실천해 간다면 부상 없이 혹은 부상 이후에 건강하고 안전하게 운동을 하고 즐기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


박정욱

탑팀재활의학과 원장
외부칼럼 최신기사 TOP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