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농민운동은 민주화 역사의 연속선"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신안농민운동은 민주화 역사의 연속선"
●신안농민운동 현장을 가다||(8·끝)박우량 신안군수 인터뷰 ||민선7·8기 역사적 가치 소명·발굴 주력||단순 항쟁 아닌 한국 근현대사의 맥락||신안에서 태어난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 ||문학상·기념공원 등 다양한 사업 구상
  • 입력 : 2022. 09.22(목) 14:16
  • 김혜인 기자
박우량 신안군수가 신안농민운동의 역사적 의미와 구상중인 핵심 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본보는 지난 6월24일부터 신안농민운동과 관련해 암태도, 자은도, 하의도, 매화도, 도초도, 지도 등 6개 섬의 기록과 현장을 찾아 총 7편에 걸쳐 기사를 연재했다.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은 바로 박우량 신안군수였다. 박 군수가 민선 7기에 이어 8기까지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신안농민운동기념사업'이기 때문이다.

박 군수가 신안농민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박 군수는 "신안농민운동은 단순히 농민들의 투쟁에 그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이루기까지 하나의 역사적 맥락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 군수와의 일문일답.

-신안농민운동에 주력을 둔 배경은.

△신안농민운동은 농지탈환운동, 소작쟁의 등 뿐만 아니라 항쟁 동안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정치적인 인물을 탄생 시켰고, 이후 민주화의 불씨를 키우게 된 역사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항쟁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지금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돌이켜봤을 때 역사적으로 평가 받지도, 소명 되지도 못한 채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실제로 많은 항쟁 주역의 가족들은 그들이 교도소에 수감된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걸 부끄러워 했고, 나중에는 후손들이 이 사실을 알아도 유공자로 기리기 위한 행정적 절차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신안군 차원에서 이를 뒷받침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여러 노력 끝에 숨겨진 농민운동이나 독립운동 영웅들을 발굴하고 많은 사람들이 서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자 군민들의 관심도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농민운동기념사업의 핵심은.

△신안은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민주화의 맥락을 공유하는 역사적인 곳이다. 그러나 사건 하나하나를 따로 두고 보다 보니 그 연속성이 단절된 상황이다.

하의도의 농지탈환운동, 암태도의 농지항쟁,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화운동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이해돼야 하는데 이 부분들의 연결성이 제대로 두드러지지 않아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농민운동기념사업을 통해 역사적인 흐름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농민운동만 한정된 게 아니다. 현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조사하고 있는 전남지역의 민간인 희생사건도 사망한 사람들의 정치적 성향이 어쨌건 간에 군·경에 의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한 사례들을 보고 듣고 있으면 결국 광주·전남 지역의 아픈 역사가 다 연결돼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광주도 마찬가지다. 일제강점기 때 일어난 학생운동의 시발점이 된 일본 학생들이 우리나라 여학생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긴 사건에서도 해당 여학생이 알고 보니 암태도 항쟁의 영웅인 서태석 선생의 부인이라는 사실로도 미뤄봤을 때 하나로 연결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와 정의를 향한 의지가 어디서 만들어졌나. 하의도에서 끊임없이 물고 늘어졌던 농민들의 투쟁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역사를 연결 지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지역민뿐 아니라 국민들 모두에게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게 했다.

-신안농민운동의 고유한 역사적 의미는.

△신안농민운동은 한국 근현대사의 터닝포인트 시기에 놓여있었다. 단순하게 암태도를 포함한 몇 군데서 농민항쟁에 그친 역사가 아니라 다른 지역의 농민운동과 연결지어 설명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특히 하의도에서 나고 자란 김대중 대통령의 빛나는 업적 중 하나가 김영삼 대통령과 함께 지방자치를 실현해 냈다는 것이다.

정권이 보수와 진보당이 서로 왔다갔다 하면서 혼란스러운 시절에 지방자치제가 시행되지 않았다면 전국이 마비됐을 것이다. 민선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중앙정부도 지역민들을 위한 정책, 민주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지역발전을 위한 노력을 더 하게 되지 않았나.

왜 신안이고 암태도냐고 물었을 때 우리 신안은 섬에 살면서 저항정신과 투쟁정신을 키워 계승해나간 역사가 있다고 답한다. 이것이 신안 지역민들의 중심 사상이다. 이러한 정신이 대한민국이 민주화를 이뤄내는 데 있어 뿌리 역할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또한 신안은 한국의 최고 관광지다. 수도권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 도심을 떠나 휴양을 즐기려는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섬이 워낙 많다 보니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농민운동의 역사로 이어서 관광객 유치를 좀 더 확대하려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자연경관만 볼 게 아니라 역사를 배우고 느낄 수 있는 그런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신안을 발전시키고 싶다.

-신안농민운동 관련 추진 사업은.

△신안농민운동, 특히 암태도 농민운동을 모티브로 한 소설 '암태도'를 활용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소설 '암태도'는 한국의 저항정신을 밑바탕을 잘 보여준 소설로, 학생운동 당시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역사소설이다. 암태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신안만의 4가지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첫 번째로 소설 '암태도'의 작가 송기숙 선생의 이름을 따 문학상을 만들어볼 예정이다. 전세계적으로 민주, 인권,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인물에게 주는 인문학상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두 번째로 암태도 소설이 현대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학술적인 연구를 추진하고자 한다. 한국 민주화운동에 암태도라는 소설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운동이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사람 중에 암태도라는 소설이 얼마나 삶에 영향을 미쳤는지, 삶과 투쟁의 서사들을 조명할 수 있는 활동도 기대하고 있다.

세 번째로 '암태도' 소설의 공간을 실제 암태도에 구현하는 것이다. 암태도의 서사를 구현해서 이것을 관광자원으로도 연계해서 현대인들도 유익하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미국에서 '미 한국전 전사자 추모의 벽'을 준공했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과 카투사 전사자 4만여명의 이름을 새긴 벽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런 식으로 암태도를 포함한 농민운동의 희생자와 운동가들을 모두 발굴해 내 이름을 새긴 벽이나 유사한 조형물을 만들어 이들의 넋을 기리는 사업도 구상 중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