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애도는 상실을 대면하는 ‘용기 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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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애도는 상실을 대면하는 ‘용기 냄’
2014년생
송김경화 | 아를 | 1만5000원
  • 입력 : 2024. 04.11(목) 14:42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2014년생.
극작가 겸 연출가 송김경화의 희곡 ‘2014년 생’은 2014년 ‘생’ 시원이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생존자’ 언니들(김도연·김주희)과의 만남을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알아가고, 끊이지 않는 사회적 재난의 원인에 다가가려 노력하며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연결되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2014년 생’ 원작 희곡 외 연극 제작을 함께한 세월호 참사 생존자 김도연, 김주희의 에세이, 인권운동가 미류의 해설이 수록돼 있다.

이 작품은 뛰어난 구성과 유쾌한 대사들을 통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장소들은 물론 장애인 지하철 시위 현장,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어린이보호구역, 기후위기로 폭발 직전에 있는 미래의 지구 등 궁금해하지 않으면, 상상하지 않으면 알지 못할 장소들로 우리를 안내한다. 그럼으로써 2014년에 태어난 한 존재를 통해 다음 세대, 또 그다음 세대가 서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렇게 세월호 참사는 ‘옛날이야기’가 아닌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서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된다.

‘2014년 생’은 2022년에 초연된 후 ‘아동 청소년의 관점에서 세월호를 다시 바라보고 애도와 무기력을 반복하는 어른들에게 질문을 재구성하는 법을 알려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2023년 제1회 이영만 연극상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영만 연극상’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고 이영만(당시 단원고 2학년)의 어머니이자 연극배우인 이미경 씨 주도로 만들어진 상이다.

인권운동가 미류는 작품 해설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애도는 슬퍼함이 아니다. 상실을 대면하는 ‘용기 냄’이다. 부재의 자리에 무엇이 존재했는지 함께 알아갈수록 슬퍼할 용기가 난다.” 이 작품은 2014년생인 시원이 ‘생존자’ 언니들을 알게 되고, 언니들과 ‘세월호 참사’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 궁금증을 갖게 되면서 한 편의 연극으로 발전돼 나갔다.

시원은 다른 사람이 겪은 아픔과 상실을 애도할 수 있게 된 것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사회에서 아동 청소년으로서 마주와 있는 일에 대해서도 더 궁금해하기로 한다. 세월호 기억공간 지키기 1인 시위를 하고 이태원 참사 분향소에 가고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스쿨존 어린이 교통사고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책을 읽고 공부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끊이지 않는 사회적 재난들, 피해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의 구조적 원인에 다가가려는 어린이 나름의 노력이다. 시원은 동물학자 제인 구달의 말을 관객에게 전해준다. “알아야 사랑한다. 사랑해야 돕는다. 도와야 구할 수 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