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지령 1만호>“날카로운 비판·분석 통해 더 나은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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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 지령 1만호>“날카로운 비판·분석 통해 더 나은 사회로”
●전남일보의 세상을 바꾼 특종 보도
5·18 특종, 진상규명 한발 더 다가가
지존파 단독 인터뷰 등 타매체 압도
2년에 걸친 광주전남 현대사 조명
공익적 가치 보도 위해 손실 감수
  • 입력 : 2024. 05.20(월) 18:13
  • 노병하 기자·박찬 수습기자
1995년 전남일보 취재팀이 80년 당시 전교사 사령관이었던 소준열씨와 인터뷰한 특종. 소씨는 취재팀에게 전두환씨로부터 ‘공수부대 기 죽이지 말라’는 친필서신을 받은 바 있다고 폭로했다. 이 특종 기사는 전씨의 광주학살 개입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로 대법원의 판결문에도 들어있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지령 1만호 발행에 이른 전남일보는 지난 35년 여 동안 지역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숱한 특종을 쏟아내며 지역 정론지로 자리매김했다. 경영진의 올바른 언론관과 기자들의 끊임없는 노력, 치열한 고민이 이뤄낸 여러 합작품은 다양한 수상의 결실로 돌아왔다.

전남일보는 광주·전남기자협회 및 한국기자협회 수상, 5·18 언론상, 광주·전남민주언론상, 한국지역언론보도대상 등 굵직굵직한 수상 이력을 쌓아왔다.

특히 이 중에서도 특종 보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을 총 16회 수상해 광주·전남 지역일간지 가운데 가장 많은(광주일보 공동) 수상 기록을 달성했다. 이 중 특히 주목을 받았던 특종 일부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 광주·전남 현대사 재조명

1987년 민주화 이후 등장한 개혁신문에 주어진 시대적 과제는 ‘어두운 과거에 진실의 빛을 비추라’는 것이었다.

전남일보는 광주·전남 현대사에 대한 집중보도, 5·18 진상규명과 정신계승을 위한 노력을 통해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사시를 실천했다. 창사 직후 모든 편집국의 역량을 결집해 2년 동안 연재했던 ‘광주전남현대사’는 감춰지고 뒤틀렸던 해방정국과 한국전쟁 시기 지역사를 올곧게 정리한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재가 마무리된 후 ‘실천문학사’를 통해 책으로 다시 선보였던 이 연재물은 남부군과 여순사건, 빨치산 등 금기의 소재들을 정면으로 다뤘다.

전남일보는 1993년 5·18 정신계승을 위한 대하시리즈 ‘세계 민주성지를 가다’를 기획했다. 세계 각국의 민주화 성지를 둘러보고 광주 기념사업의 방향을 찾기 위해 유럽·아시아반과 남미반 등 2개 팀을 구성해 취재와 보도에 매진했다. 이들 취재반의 기사는 그해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일주일에 2회씩 연재됐다. 김대중 당시 민주당 총재는 붓글씨로 ‘世界의 民主 聖地를 가다’는 제목 글씨를 써주었다.

2015년 전남일보 전 지면에 걸쳐 실은 ‘5·18 집중보도’. 이 기획은 그해 ‘5·18 언론상’에 선정됐다.전남일보 자료사진
● 5·18 특종 보도 잇단 수상

5·18은 전남일보가 창간 때부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 중요한 현안이었다. 1989년 1월7일자 전남일보 창간호의 1면 머릿기사의 제목이 바로 ‘5·18 진상규명 아직 안됐다’였다. 이후 매년 5월을 앞두고 ‘특별취재반’이 꾸려졌 다. 1995~1996년 5·18특별취재반은 1980년 당시 전투교육사령관 소준열 씨 인터뷰를 통한 특종을 이끌어냈다. 소씨는 5·18 당시 전두환씨로부터 ‘공수부대 기 죽이지 말라’는 친필서신을 받은 바 있다고 폭로했다. 이 특종 기사는 전씨의 광주학살 개입을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로 대법원의 판결문에도 들어있다. 이 보도는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과 광주·전남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에 이어 ‘제28회 한국기자상’을 휩쓸었다.

2015년에는 전 지면에 걸쳐 게재한 ‘5·18 집중보도’가 ‘5·18 언론상’에 선정됐다. 본보는 그해 5월18일 당일 신문 16페이지에 5·18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5·18 시민공동체 정신이 나갈 방향을 제시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2018년에는 ‘중상자 방치에 암매장까지, 전직 교도관이 증언한 5·18 당시 광주교도소의 진실’이라는 제하의 연속 기사를 보도해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9월13일 1면에 5·18 당시 광주교도소 내 암매장 유력지점에 대한 전직 교도관의 증언을 게재하는 등 광주교도소 암매장 의혹과 관련된 내용을 연속 취재·보도해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켰다.

2023년에는 ‘5·18 언론상’ 2관왕에 올랐다. 취재보도 부문과 사진 부문을 잇따라 수상했다.

먼저 취재보도에서는 사회부의 ‘80년 5월의 학생들을 기억하라 외 13편’이 선정됐는데, 5·18 당시 국가 권력에 의해 희생당했음에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청소년·청년 열사들을 조명하고, 이들의 정신을 미래세대가 계승할 수 있도록 각 지역별 피해자 명단을 파악하고 기념공간 조성 등을 건의해 큰 공감을 불러왔다.

사진 부문의 ‘행불자는 어디에’는 광주 북구 구 망월동 묘역에 설치된 행방불명자들의 얼굴 사진 등이 새겨진 안내판 유리에 비춰진 묘역의 모습을 한 장의 사진에 담아 2023년 5월18일 1면에 배치해 ‘행불자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3년 전남일보가 기획한 ‘80년 5월의 학생들을 기억하라 외 13편’의 첫번째 보도. 해당 기획은 그 해 ‘5·18 언론상’에 선정됐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 진실보도 위한 끊임없는 노력

감춰진 진실을 발굴하는 건 언론의 숙명이자 존재 이유다. 전남일보가 막 걸음마를 익힐 무렵, 유난히도 초대형 사건·사고가 많았다.

이중에서도 1989년 조선대생 이철규 변사사건은 노태우 정권의 공안통치와 맞물리면서 전국적인 핫이슈로 등장했다. 전남일보는 수개월 동안 이철규 사건을 집중보도하며 주위를 환기시켰다. 지존파 사건도 특종의 연속이었다. 지존파 사건은 1993년 7월부터 1994년 9월까지 김기환 등 지존파 일당 7명이 5명을 엽기적으로 연쇄 살해한 사건을 말한다. 1994년 9월21일 일당이 영광 아지트에서 체포되면서 일단락됐다. 당시 전남일보 사회부 사건당직 기자 영광담당 주재기자와 함께 범행현장을 취재하고 지존파 일당을 단독 인터뷰하는 등의 차별화된 보도로 타 매체를 압도해 나갔다.

2022년에는 과거 목포 부랑아보호시설인 동명원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인권유린 사건을 다룬 기사를 총 9회에 걸쳐 보도했다. ‘감금·성폭행…목포 옛 동명원 피해자들의 절규’란 제하의 기사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그 해 2월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2023년 전남일보 5월18일자 1면. ‘행불자는 어디에’라는 제목으로 게재된 사진은 그 해 ‘5·18 언론상’에 선정됐다. 전남일보 자료사진
● ‘지역개발’ 위한 공익적 노력

전남일보의 이념적 토대가 5·18이었다면, 지역적 역할은 ‘지역개발’에 대한 여론을 중앙에 전달하고, 지역민의 참여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었다. 이런 작업은 창간 후 ‘광주·전남 이대로 좋은가’(1989)라는 대하 시리즈물로 첫 선을 보였다. 1989년 5월에 시작한 시리즈는 90년 7월까지 장장 1년 2개월 동안 연재됐다.

뒤이어 1994년 드디어 메가 기획을 내놓았다. 세계무역기구 출범으로 벼랑에 몰린 농촌의 돌파구를 찾는 ‘WTO월드보고서-세계농촌을 가다’가 그것이다. ‘세계농촌을 가다’는 기자, 교수 국회의원, 농민·농정담당자 등 16명의 매머드급 취재반을 편성, 아시아와 유럽, 미주지역 선진영농현장을 탐사보도하는 기획물이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 기획물을 ‘이달의 기자상’에 이어 ‘제27회 한국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같은 맥락에서 2003년 한해동안 연재한 연중 기획물 ‘벼랑끝 농어촌, 위기를 기회로’ 역시 광주·전남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본상인 ‘제35회 한국기자상’ 수상작에 선정되어 3관왕에 올랐다.

여기에 2011년 전남일보의 창사 23주년을 맞아 보도한 기획시리즈 ‘이제는 마한이다’는 그해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과 광주·전남기자협회 ‘올해의 기자상’을 각각 수상했다. 나아가 해당 기사를 바탕으로 나주시와 광주·전남 역사교사모임이 공동으로 120쪽 분량의 중·고등학생용 역사교재 ‘영산강 고대문화 마한(馬韓)’을 펴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남일보는 미래 자원인 바다를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환경정화 캠페인을 벌이는 ‘바다살리기’ (2007~현재) 등 다양한 지역개발 보도물을 내보냈다.
노병하 기자·박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