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에도 찜통더위… 쪽방촌 취약층 고온에 고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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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입추에도 찜통더위… 쪽방촌 취약층 고온에 고립
30도 후반 웃도는 무더위 지속
노후 주택 밀집돼 열기 안빠져
고연령대로 온열 질환 더 취약
더위 피해 인근 쉼터 발길 이어져
  • 입력 : 2024. 08.07(수) 18:11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폭염특보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7일 광주 동구 대인동 쪽방촌에서 한 거주자가 선풍기 바람으로 더위를 식히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상 ‘입추(立秋)’인 7일. 도심 한복판에 고립된 ‘쪽방’의 뜨거운 열기는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렇다 할 냉방 시설이 없는 건물에서 생활 중인 광주 동구 쪽방촌 거주자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이날 오전 찾은 광주 동구 대인동의 한 쪽방. 이곳에서 거주하는 이진우(60)씨는 1평 남짓한 좁은 방 안에서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한 채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선풍기 바람이 닿는 곳에 가만히 앉아 있었음에도 이씨의 티셔츠 앞부분이 땀으로 젖어가기 시작했다. 달달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에서는 오히려 더운 바람이 불어왔다.

방 내부는 최고 온도 35도를 기록한 야외 찜통더위와 크게 차이가 없었다.

20년 전부터 이곳에 머물고 있다는 이씨는 사계절 중 여름이 가장 버티기 힘들다고 말해왔다. 에어컨 사용료가 부담돼 별도의 냉방 시설 없이 생활을 이어가며 온몸으로 무더위를 견디고 있었다.

이씨는 “방 한 칸이 전부이다 보니 요리를 하면 열기가 심해진다”며 “되도록이면 불을 사용하는 요리는 하지 않고 오이냉국 같은 시원하고 간단한 음식만 해 먹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워서 잠을 잘 때면 서너 번은 꼭 깬다”며 “문을 활짝 연 채 선풍기를 틀어도 소용이 없다. 모기가 들어오면 잡을 수라도 있지만 무더위는 손으로 잡을 수도 없어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잠에 든다”고 호소했다.

근처 원룸에서 살고 있는 권영용(75)씨 역시 오랜 기간 이곳에서 살았어도 여름철 찜통더위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권씨는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서 하루에 7~8번을 기본으로 샤워한다”며 “그나마 근처에 생긴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와 쪽빛상담소에 에어컨이 있어 더위를 식히러 자주 들르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오전 광주 동구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 건강증진실에서 주민들이 스트레칭 교육을 받고 있다. 정상아 기자
광주 동구에 따르면 대인동과 계림1동 일대에는 저소득층 어르신 208명(대인동 110명·계림1동 98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진행된 동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달방 거주민의 98%가 중장년 이상 1인 가구다. 이들은 비주택이라 주방이나 욕실이 없어 식사 준비나 위생 관리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가 이 같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마련한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와 ‘쪽빛상담소’는 에너지 취약계층의 무더위 쉼터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지난 3월 개소한 사회적협동조합 여로 산하 들랑날랑 커뮤니티센터는 주민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와 함께 식사를 나누고, 세탁과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마련됐다. 바로 옆에는 건강증진실이 마련돼 있어 지역민들의 건강 관리까지 도맡고 있다.

앞선 지난 2022년 마련된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산하 쪽빛상담소에서는 음악·스포츠 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쪽방 등에서 거주하는 이들을 위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더위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이들이 폭염을 피하고 소통을 할 수 있도록 활성화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광주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 회원 등록 수는 140여명 정도로 하루 평균 50~60명이 방문하고 있다”며 “광주시사회서비스원과 공동으로 광주 전역 임시 거주민 대상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복지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