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월 광주시의원이 여름휴가 기간인 지난 6일 민생현장을 둘러보며 시민 의견을 듣고 있다. 홍기월 의원 제공 |
11일 광주시의회에 따르면 신수정 의장이 8월 첫주(6일~9일) 하계휴가를 떠나면서 이 기간 시의회 공식 일정이 잠시 멈춰섰다. 통상적으로 직장인처럼 연차 개념이 없는 의원들은 의회 회기 등을 피해 개인 일정을 소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의회 상시 대기·근무를 하는 의장에게 1년에 딱 한번 부여되는 여름휴가 때 각 의원들도 ‘비공식 휴식기’를 갖는다.
평소 의원들은 매일 오전 비서진들과 회의로 하루를 시작한 뒤, 자신이 속한 상임위나 각종 특위 활동을 챙긴다. 또 여야 및 지역 현안이 생기면 각종 집회·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한다. 미리 약속된 조찬·만찬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사실상 ‘9 to 6’ 개념이 없는 셈이다.
이같은 이유로 의원들은 일주일의 짧은 여름 휴가가 반갑기만 하다. 오는 26일 행정사무감사·현장방문 등 하반기 일정 시작에 앞서 유일하게 ‘숨고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지방의원들은 짧은 휴가 기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시의원 23명 가운데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인 김용임(비례) 의원은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최근 열독한 서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삶을 그린 소설 ‘거인의 꿈’이다. 그는 정치인이라면 공감과 소통도 중요하지만 ‘넓은 식견’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격동의 시기를 살아간 김 전 대통령의 정치·역사를 배우고 있다. 여야를 떠나 김대중 정신은 본받아야 할 표상”이라며 “김 전 대통령의 사저 논란이 정말 뜨겁다. 사저는 그의 모든 게 깃들어 있는 곳인데, 작금의 현실이 가슴아프다. 호남 정치인으로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 적극 나설 생각이다”고 말했다.
‘구민 신뢰를 쌓겠다’며 휴가를 반납하고 지역 현장에 나선 이도 있다. 홍기월(동구1) 의원은 연일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현장에 가야 답이 있다”고 발길을 재촉했다. 그는 5선 동구의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리·골목의 시민들을 만나 각종 건의사항 등을 청취했다. 지난 6일에는 한 식당을 찾아 동네 주민들과 원 구성 과정에서 나온 갈등 등 허심탄회한 얘기도 나눴다.
홍 의원은 “시의회가 후반기 들어서자 마자 내홍이 있었다. 의장단·상임위 선출 과정의 갈등에 나도 자유롭지 못했다. 그점이 계속 짐이었다”며 “시민들이 언론을 통해 다 알고 계셨다. 사죄할 것 사죄하고 더 잘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폭염·경제난 속에서 모두가 힘들어 하신다. 후반기에는 걱정 끼치지 않도록 열심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시의회 역대 최연소’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이명노(30·서구3) 의원은 ‘결혼 준비’에 한창이다. 광주 한 카페 사장과 손님으로 마주했던 인연이 3년을 거쳐 오는 10월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는다. 그간 초선 청년 의원으로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느라 잠시 결혼을 뒷전으로 미뤘지만, 꿀같은 휴식기를 활용해 ‘속전속결’로 결혼식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의원은 “지금이 아니면 아내될 사람에게 ‘독박’으로 결혼 준비를 맡길 것 같아 열심히 드레스·스튜디오 촬영 등을 했다. 최근에는 청첩장을 만들었는데,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며 “당연히 일도 병행했다. 평소 신경쓰지 못했던 심의위·자문위 등 원외 활동을 주로 했다. 주민들과는 지난 2년간 의정활동을 정리한 보고서를 제작·배포해 소통에 나섰다. ‘비공식 여름휴가’가 없었다면 절대 못했을 일들”이라고 말했다.
‘각양각색 숨고르기’를 마친 시의회는 후반기 도약을 준비 중이다.
신수정 의장은 “의원들 각기 민생 현장을 탐방하고 민심을 청취하는 등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며 “충전한 에너지를 토대로 하반기에는 광주 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해 ‘강력한 원팀’으로 나아가겠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시의회는 오는 26일부터 9월 4일까지 제327회 임시회를 개최한다. 안건은 △행정사무감사 실시 및 기간 결정 △감사계획서 작성·승인 △일반안건처리 및 현장방문 활동 등이다.
이명노 광주시의원 ‘2년 의정보고서’.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