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30분께 한 노인은 광주 동구 동명동 동구노인종합복지관 무료급식소에서 대기번호를 받고 기다리고 있었다. 박찬 기자 |
12일 오후 1시께 광주 남구 월산동 남구노인복지관에서 이용객들이 바둑을 두고 있다. 박찬 기자 |
5일간의 추석 연휴기간 광주지역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으면서 고물가 시대 외식으로 밥 한끼 조차 부담인 취약계층들이 끼니 해결 문제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또 최고기온 33도를 웃도는 등 폭염이 이어지는 가운데 더위를 피해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던 휴식 공간을 이용할 수 없어 이에 따른 불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관내 운영되고 있는 무료급식소는 30개소(△동구 2개소 △서구 7개소 △남구 5개소 △북구 11개소 △광산구 5개소)로 추석 연휴 기간인 14~18일 닷새간 모두 휴관한다.
도시락이나 즉석식품 등 대체식품이 지급되지만 일부 무료급식소에서는 2끼 분량, 4끼 분량을 지급하는 등 차이가 있고 충분한 물량은 아니다 보니 저소득층이 ‘배고픈 명절’을 보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하루 평균 4000여명이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만큼 연휴기간 무료급식소 휴관의 여파는 클 것으로 보인다.
남구노인복지관의 대체식품은 7끼 분량인 육개장, 부침가루, 계란, 만두, 한과, 송편을 준비했다. 하지만 한끼에 투입되는 단가가 4000원으로 측정돼 실제 한끼로 먹기에는 충분한 양은 아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휴관을 앞둔 무료급식소 곳곳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날 오전 11시께 광주 동구 동명동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은 점심을 먹기 위해 찾은 이용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하루 평균 300여명이 찾아 광주에서 가장 많은 이용객이 방문하는 무료급식소 시설로 이날도 여느 때와 같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평소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이곳을 찾는 김정자(85)씨는 추석 연휴 동구노인종합복지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것에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끝내 아쉬운 속마음을 드러냈다.
김 씨는 “식사뿐 아니라 친구도 만나고 담소도 나누며 하루 종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날이 너무 더워서 여기 아니면 갈 곳도 없는데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무료급식소 운영 시설 중 가장 방문객이 많은 남구노인복지관도 마찬가지였다.
박길수(86)씨는 “이곳을 찾는 이용객은 65세 이상의 취약계층이다. 평소 자녀의 도움을 받거나 여유 있는 노인들은 이곳을 찾을 이유가 없다”며 “어려운 환경에 놓인 노인들이 의지할 수 있는 좋은 취지의 복지 시설이지만, 닷새간이나 문을 닫는다니 끼니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5일 연휴 내내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물량에 지원금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광주시는 한끼 단가를 또다시 올리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광주의 무료급식소 30개소는 1년에 운영비 48억2200만원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광주시가 80%, 각 5개 지자체가 20%를 부담한다.
지난 2022년까지 무료급식소에서 한 끼 식사에 투입되는 단가는 3000원이었지만, 지난해부터 4000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고 식자잿값이 치솟는 등 한 끼 단가로 4000원이 부족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면서 “다른 시·도의 경우 한 끼 단가가 3500원인 곳도 있어 광주시가 결코 다른 지역에 비해 운영비가 적은 편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연휴기간 노숙인, 결식아동, 노인 등 소외계층이 식사를 거르지 않도록 지자체가 식품권, 도시락 등 대체 급식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