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역의 하수도 총연장은 4570㎞에 달하며, 이 중 65%인 3006㎞가 설치된 지 20년 이상 된 노후 관로다. 상수도관도 절반 이상이 노후 상태다. 이런 인프라 노후화는 싱크홀 발생의 주요 원인이자, 향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요소다. 실제로 광주는 2020년 집중호우로 1년간 싱크홀 55건이 발생했으며, 그중 상당수는 하수관 파손에서 기인했다. 문제는 뚜렷한 종합 대책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후 관로의 체계적인 조사와 정비, 재정 확보 방안 등이 시급하지만, 관련 계획은 분절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도 미흡하다. 도시철도 2호선 건설 등 대규모 지하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지하 안전에 대한 관리체계 부재는 더욱 우려를 낳는다.
상하수도 관로는 지하 공간에 파묻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시의 근간을 이루는 기반시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지상 기반시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져 왔다. 광주시는 지하안전 총괄기능을 강화하고, 하수관로를 포함한 주요 지하시설물에 대한 정밀 조사와 단계별 보수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하안전 관리 콘트롤타워 구축’이라는 박필순 광주시의원의 제안은 설득력이 높다. 싱크홀 사고는 갑작스럽게 발생하지만, 그 원인은 오랜 기간 방치돼온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소외됐던 지하안전 관리에 좀더 적극적인 행정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보이지 않은 땅 속의 경과를 간과한다면 행정의 최우선 가치인 ‘시민의 안전’은 담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