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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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열며·박찬규> 귀촌일기 - 씨앗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 입력 : 2025. 05.07(수) 15:29
박찬규 진이찬방식품연구센터장
농촌에 봄이 오면 만물이 기지개를 켠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주식인 벼농사에 대한 준비가 가장 빠르게 진행된다. 겨울동안 묵혀 놓았던 논에 거름을 하고 논갈이를 한다. 겨울동안 땅 속에서 잠자고 있는 각종 해충의 알이 논을 갈아엎으면 그 후 한낮의 태양으로 살균하는 효과를 낸다. 그래서 부지런한 농부는 모내기를 하기 전 작년에 수확한 벼뿌리가 완전히 썩을 수 있도록 2번의 논갈이를 한다. 벌써 대부분의 논에서 트랙터가 움직이고 있다. 올해도 논을 다소 깊이 갈아 우렁이의 피해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 다음 달이면 볍씨를 고르고 모판을 만드는 것으로 농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벼는 하계 작물로 크게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눈다. 조생종에는 오대, 조명1호, 조영, 해담쌀, 해들, 고시히카리가 해당되며 중생종에는 알찬미, 해춤이 해당되고, 중만생종에는 새청무, 신동진, 안평, 영진, 영호진미, 일품, 참동진, 참드림, 추청, 친들, 꿈마지, 동진찰, 백옥찰이 해당된다. 이밖에 보리, 밀, 옥수수 등도 우리의 주요 식량이 되며 조, 피 기장, 강낭콩, 콩 등은 보조 식량자원이 된다. 또한 콩, 땅콩, 깨, 아주까리, 해바라기 등은 유지류로 이용되며, 커피 및 코코아 등은 기호품의 원료로 사용된다. 씨앗은 인간생활에 주요한 자연자원의 하나로 용도가 다양하며 그 저장물질에 따라서 녹말을 주영양물질로 저장하는 벼와 같은 녹말종자와 지방을 주로 저장하는 지방종자(참깨, 들깨, 아주까리 등)로 구분할 수 있다. 벼와 식물은 씨앗으로 번식하며 씨앗을 종자라고도 부른다. 겨울동안 휴면상태에 있으며 두터운 껍질로 자신을 보호하며 껍질이 손상돼야 발아할 수 있다. 이러한 종자는 성숙과 더불어 휴면상태에 들어가며 건조에 잘 견디는 것이 보통인데 수분, 산소, 온도 등의 조건이 적당하면 발아해 새로운 식물체로 자라게 된다. 종자생산 양식에 따라 생육기간 중에 1회 종자를 만드는 경우, 여러 번 종자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종자는 보통 파종하기 전에 물이나 소금물에 띄워보고 가라앉지 않고 물 위에 떠있으면 버리기도 하는데 물 위에 떠있는 종자들이 간혹 발아가 되기도 한다. 씨앗은 발아할 때와 초기 성장에서는 흙에 있는 영양분이 아니라 씨앗 안에 들어있는 영양분만을 사용해 성장한다. 물 위에 뜨는 씨앗은 가라앉는 씨앗보다 영양분이 덜하므로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튼실하지 못하고 약하다. 가라앉는 종자들은 발아율이 높은 반면 떠오르는 종자는 발아율이 낮다. 밀싹이나 그 외의 새싹 채소같은 경우에는 씨앗이 가벼워 물에 뜨는 종자들도 버리지 않고 이용하는 편이다.

또 파종하기 전에 각종 처리를 해야하는 씨앗도 많은데, 겨울을 난 것처럼 하는 저온처리 하는 방법과 줄칼 모래 등을 이용해 껍질에 상처를 내거나 뜨거운 물에 담가 고온처리하는 경우가 있으며 황산이나 수산화나트륨으로 부식하는 경우도 있고 동물에게 직접 먹여 배설물로 배출시킨 씨앗을 사용하기도 한다. 때 맞추어 심어야 하는 종자가 많아 농촌의 봄은 바쁘다.

씨앗은 보관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수확한 농작물 중 내년의 농사를 대비해 가장 튼실한 것을 별도로 보관하기 위해 선별하는 작업을 씨앗선택이라고도 한다. 벼농사에서는 좋은 볍씨를 ‘씨나락’이라고 한다. 이를 가려내는 방법으로 씨가 굵고 알차며 윤기가 나는 것을 선택한다. 밭농사의 작물인 조와 보리도 씨앗을 선별하는 작업은 마찬가지다. 씨앗은 공기가 잘 통하는 곳에 보관하여야 습기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으며 온도가 낮고 건조한 상태에서 보관해야 발아율이 떨어지지 않는다. 농사일에서 씨앗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렇게 튼실한 것을 선별하고도 보관에서의 어려움은 한 해 농사를 좌우할 정도로 어렵고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씨앗을 골라 파종하게 되면 그 해 농사가 풍작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