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스트 태디랩(Theranostics by Electro Digital Technology Laboratory) 소속 박사과정 학생들이 최근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주 생활의 소회를 밝혔다. 지스트 제공 |
광주과학기술원(GIST) 박사과정 3년차인 수단 출신 마나르(32)씨는 한국 입국 초기 경험을 이같이 회상했다.
한국에 입국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광주 생활은 여전히 그에게 쉽지 않다. 그는 “지스트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럽다”면서 “학교 밖을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면 좋겠다. 언어 장벽, 음식 등 문화적 차이, 종교적 제약이 겹쳐 일상 속에서 불편함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광주지역 주요 대학들의 외국인 유학생(석·박사 과정 기준) 현황에 따르면 지스트 128명, 전남대 408명, 조선대 133명 등 총 669명의 외국인 학생이 광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학부생, 연구원, 교수진, 교직원까지 포함하면 외국인 인구는 1000명을 훌쩍 넘는다.
광주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과 연구원들은 지역사회의 친절함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언어 장벽 △문화 차이 △할랄 음식 부족 △대중교통 불편 △일자리 부족 등 생활 인프라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지스트 태디랩 소속 이란 출신 히라(28)씨는 “지스트에서 어딜 가려면 1시간 이상 걸리고, 첨단지구에는 지하철이 없어 매우 불편하다”며 “한국어를 배울 시간이 부족하고, 이란 음식을 광주에서는 전혀 찾을 수 없어 서울에 가야만 한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주요 원인은 단순히 언어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생활 인프라의 미비, 지역 사회와의 단절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단 출신 마나르씨는 “서울은 다양한 문화가 공존해 있어 훨씬 자유롭고 편했지만, 광주는 너무 조용하고 보수적인 느낌이 있다”며 “할랄 식당조차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학교 차원의 유학생 지원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일상생활과 관련된 지역사회의 지원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같은 수단 출신인 누르(33)씨는 “웹사이트나 안내문 대부분이 한국어로만 되어 있어 일상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불편함을 털어놨다.
리비아 출신 파티마(30)씨 역시 언어 문제를 가장 심각한 장애물로 꼽으며 “카페나 택시에서 외국인이 일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국제학생들이 일할 기회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가족이 머무는 두바이와 비교하며 “두바이는 국제화가 잘 돼 있어 교수들도 영어로 강의하고 다양한 문화가 공존한다”며 “광주는 그에 비해 폐쇄적이고 단절돼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고 말했다.
지스트는 할랄 푸드를 주식으로 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인도요리 전문 푸드트럭의 교내 출입을 허가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학생들은 “생활 전반에서 여전히 불편함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다양성과 국제화를 강조하는 대학의 연구 환경에 걸맞게, 광주시와 지역 대학들이 실질적인 문화·생활 지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단순한 환영을 넘어 외국인 유학생들이 ‘살기 좋은 도시’로서 광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의 저명한 연구소로부터 광주로 영입된 한 대학 교수는 “한국인인 나조차도 처음 광주에 왔을 때는 생활 절차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생활 팁을 따로 정리해 줄 정도”라며 “더 많은 외국인 학생들이 편하게 머물 수 있는 ‘열린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