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승대 작가가 화순 운주사를 답사할 때 촬영한 전경. 불광출판사 제공 |
![]() 선생님, 지도엔 없는 이야기 하나 들려주시죠 |
국내 최고의 답사가 노승대 작가의 신간이 출간됐다. 그간 사찰 속 신비로운 그림과 조각은 물론, 그 용도나 의미를 알지 못했던 사찰의 문화유산에 관해 소개하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그는 이번 신간을 통해 지난 42년의 답사 인생을 되짚는다. 저자가 전국 팔도를 누비며 두루 답사한 끝에 꼽은 ‘내 인생의 장소’에 관한 인문 여행 에세이로, 16개 지역의 명승지와 고적, 문화유산에 관한 역사와 그곳이 품은 시간, 기억, 정서를 함께 담아낸 역작이다.
“길을 가다 멈춘 곳에 이야기가 있다.”
노 작가는 장소의 유명세보다 공간이 가진 특별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 책을 구성했다. 인터넷 검색, 문화유산 안내문 등을 통해 접할 수 있는 도식화된 정보 너머, 잘 알려지지 않은 ‘살아 있는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답사지에서 마주한 도반과의 옛 기억, 사라진 숲길에 대한 회고, 산장에서 만난 산꾼과의 추억 등 따뜻하고 흥미진진한 에피소드가 담겼다.
도시의 소음보다 작은 마을 한 귀퉁이에 자리한 돌장승의 기억에 귀 기울이고, 사람이 찾지 않아 풀이 무성한 절터에 숨겨진 사연을 더듬는 느린 여행은 겉핥기식 관광이 아닌 깊이 있는 인문 여행의 매력을 독자들에게 되새기게 한다.
![]() 노승대 작가가 답사했던 화순 쌍봉사. 불광출판사 제공 |
![]() 화순 운주사 와불. 불광출판사 제공 |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공부하는 것이 금생의 의무라 생각하는 저자는 역마살이 이끄는 대로 걷고 또 걸었다. 화순, 나주, 삼척, 완주, 김천, 남원, 안동, 보은 등 전국 16개 지역의 숨은 이야기는 그곳이 품은 시간 속에 자연스레 펼쳐진다. 이렇게 들려주는 노 작가의 이야기는 때로 옛이야기 들려주는 할아버지처럼, 때로 흥미로운 답사 여행을 제안하는 오랜 친구처럼 느껴진다.
기존의 답사기에서 다루지 않았던 ‘고려 건축물이 어떻게 냉혹한 시대를 견뎠는지’, ‘사찰 경내에 유학자의 비석이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절터에 있었던 국보급 승탑이 어떤 경로로 국립중앙박물관에 오게 됐는지’ 등의 내용을 수록해 탐구하고 해설이 미진했던 지점들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했다.
이제는 사라진 숲길에 대한 회고와 설악산 산장에서 만난 산꾼들과의 특별한 밤, 출가인 시절 도반과 함께한 탁발의 추억까지, 사람 냄새와 숨결이 느껴지는 따뜻한 에세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