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밀양 흉악범 사형수 2명 옥중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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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보성·밀양 흉악범 사형수 2명 옥중 사망
광주교도소서 고령 투병 끝
국내 사형수 57명으로 줄어
  • 입력 : 2025. 06.29(일) 16:53
  •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
교도소. 게티이미지뱅크 제공=연합뉴스
흉악범죄로 사형이 확정된 장기 미집행 사형수 2명이 지난해 옥중에서 잇따라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9일 법무부 등에 따르면 ‘보성 어부 연쇄살인’의 오종근과 ‘밀양 단란주점 살인’의 강영성이 지난해 광주교도소에서 생을 마쳤다. 두 사람은 각각 고령과 지병으로 오랜 투병 생활을 이어오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오종근은 지난 2007년 8월부터 9월까지 전라남도 보성에서 배를 타고 여행 온 남녀 4명을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했다. 범행 동기는 성적 욕구 충족이었으며, 범죄 수법의 잔혹성과 계획성이 드러나 2010년 사형이 확정됐다. 사망 당시 그의 나이는 86세로, 국내 최고령 사형수였다. 그는 생전에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을 훼손한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영성은 1996년 경남 밀양시의 한 단란주점에서 조직원 2명을 살해하고 경찰관을 포함한 7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의 주범이다. 1996년 사형이 확정됐고, 이후 오랜 기간 수감 생활을 해왔다. 그는 지난해 58세로, 뇌출혈 등 지병으로 투병하며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오종근은 지난해 7월께, 강영성은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죽음으로 국내에 남은 사형 확정자는 57명으로 줄었다. 이 중 4명은 군형법 위반으로 사형이 선고돼 국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흉악범죄가 반복될 때마다 사형제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2023년에도 법무부가 전국 교정기관에 사형장이 제대로 유지·관리되고 있는지 점검을 지시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사형수 장기 수용이 인권 문제와 함께 교정당국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교정기관 관계자는 “수형 생활이 수십 년씩 길어지면서 고령 수용자가 늘고, 치료·관리 비용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사형제의 존폐 여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