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들은 조선 말 연해주 이주 이후, 일제 강제이주와 러시아·우크라이나 내전을 거치며 고단한 디아스포라의 길을 걸어왔다. 조상들의 고국으로 돌아왔지만, 정작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서 반복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행정 문제를 넘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인정 여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정부는 주민등록 기준의 내국인을 대상으로 지급했다고 설명했지만, 고려인들은 저임금 노동에 종사하며 세금을 납부하고, 전쟁 트라우마까지 감내하며 지역사회에 정착해왔다. 그럼에도 정책적 배제는 여전하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적 복지’가 국적에 따라 선을 그어서는 안 된다. 디아스포라 동포 정책은 단순한 출입국관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공동체에 대한 국가의 철학이 반영돼야 한다. 현행 재외동포법은 해외 거주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국내 정착 동포는 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는 조속히 개선돼야 한다. 이번 소비쿠폰 배제를 계기로, 정부와 지자체는 재외동포 비자 소지자를 포함한 국내 거주 동포에 대한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 비자 유형에 따른 차등이 아닌, 실질적 체류와 공동체 기여도에 기반한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광주는 이미 전국 최대 고려인 정착지로, 맞춤형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
한민족의 뿌리를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이웃에게 국적만을 기준으로 선을 긋는 정책은 더는 설득력을 가지기 어렵다. 고려인을 단지 외국인으로 취급하는 낡은 시선을 넘어, 진정한 공동체로 포용하는 전환점이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전 국민’ 정책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