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젤렌스키…반정부 시위 확산, EU도 ‘반부패 후퇴’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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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위기의 젤렌스키…반정부 시위 확산, EU도 ‘반부패 후퇴’ 경고
  • 입력 : 2025. 07.24(목) 08:02
  • 최동환 기자·연합뉴스
2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르비우에서 시민들이 전시 중 처음으로 열린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해 최근 통과된 반부패기관 독립성 축소 법안에 항의하고 있다. 이 법안은 러시아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젤렌스키 정부가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반부패 기관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국내외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키이우에서는 23일(현지시간) 이틀째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2일 검찰총장이 독립기구인 국가반부패국(NABU)과 반부패특별검사실(SAPO)에 대한 감독권을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앞서 수사·안보당국은 NABU 사무실을 70여 차례 수색했고, 직원 1명을 러시아 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시민사회는 이 같은 조치가 반부패 수사를 막으려는 시도로 의심하고 있다.

NABU와 SAPO는 과거 친러 정권 부패에 맞서 유로마이단 혁명 이후 시민사회와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설립된 기관이었다는 점에서 반발은 특히 거셌다.

국제사회도 반응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주요 7개국(G7) 대사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했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설명을 요구했다. EU 대변인은 “법치와 반부패는 EU 가입의 비타협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내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키이우, 하르키우, 오데사 등 전국 각지에서 시위가 확산됐고, 키이우에서는 이틀째 1만여 명이 거리로 나섰다.

시민들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아니다”, “부패는 죽음” 등의 문구를 들고 대통령의 결정을 규탄했다.

NABU와 SAPO는 입장문을 통해 “독립성 보장을 되살릴 명확한 입법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가방위군 페트로 쿠지크 지휘관은 “이 조치는 정부 고위층의 자산 은닉 합법화를 위한 시도로 보인다”며 “당국의 치명적 실수”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론 진화에 나섰다. NABU, SAPO, 검찰청, 보안국, 국가수사국, 내무부 등 기관장들을 모아 대책을 논의한 뒤 “국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2주 내 공동 행동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더 큰 정의와 국민 이익을 보호할 조치를 준비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반부패 기조 후퇴에 대한 여론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동환 기자·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