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나주의 한 벽돌 생산 공장에서 스리랑카 국적의 이주노동자를 화물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가 확보한 이달 초 촬영된 영상에는 이곳 노동자가 이주노동자 A씨를 비닐로 벽돌에 묶어 지게차로 옮기는 모습과 이 모습을 보고 웃으며 휴대전화로 촬영하는 다른 노동자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연합뉴스 |
네팔 출신 A(28)씨는 지난해 가을 E-9 비자로 입국해 경기 안산의 금속공장에서 도금 작업을 해왔다. 무거운 철재를 반복해 나르다 손목에 통증이 생겼고, 이후 사장의 폭언과 폭행까지 겪었다.
A씨는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지만, 사장은 그의 얼굴에 뜨거운 커피를 던지고 경찰을 불렀다. 출동한 경찰은 “이런 일이 반복되면 귀국해야 한다”는 말만 남겼고, A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끝에 겨우 이직 허가를 받았다. 다만 피해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했다.
최근 전남 나주에서 발생한 지게차 결박 사건 이후, 각지에서 유사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출신 B씨는 지난 5월 경기 용인의 한 농장에서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지만, 이미 고용허가제 내 이직 허용 횟수(3회)를 초과한 상태여서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했다.
올해 2월에는 전남 영암의 축산농장에서 일하던 20대 네팔 국적 노동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수개월간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으며, 기숙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고용허가제’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고용허가제 외국인 노동자는 첫 3년간 최대 3회, 연장된 1년 10개월 동안 2회까지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게다가 변경 후 90일 이내에 새 일터를 찾지 못하면 비자도 잃고 강제 출국된다.
이로 인해 구직기간 초과자는 2023년 1899명에서 2024년 2805명으로 급증했다.
최정규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이주노동자를 폭행하거나 금전을 요구하는 사업주가 많지만, 피해자가 자유롭게 사업장을 옮기지 못해 문제가 반복된다”며 “주종관계를 끊기 위해서는 이직 제한 원칙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