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장애인들, 차별구제 소송 6년만에 현장검증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지역 장애인들, 차별구제 소송 6년만에 현장검증
금호고속 대상 버스터미널서 시연
고속버스 휠체어 리프트 설치 요구
터미널 승하차장 탑승 시연은 좌초
금호 "재정여건 난망…내부 검토"
  • 입력 : 2023. 11.29(수) 18:29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29일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가 고속·시외버스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 요구 소송 현장검증을 진행한 가운데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원고 측이 휠체어 리프트 탑승을 시연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광주 지역 장애인들이 고속·시외버스에 휠체어 리프트를 설치해달라며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한 지 6년 만에 법원 현장 검증이 이뤄졌다.

29일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는 고속·시외버스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 요구 소송을 심리하기 위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휠체어 리프트를 갖춘 차량이 장애인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지 확인하고 관련 설비가 없는 광주 종합버스터미널의 경우 서비스 이용 시 어떤 불편이 있는지 살피기 위해서다.

앞서 배영준씨 등 광주 지역 뇌병변 장애인 5명은 금호고속이 보유한 시외버스에 휠체어 탑승 설비가 없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반된다며 지난 2017년 12월 정부와 광주시, 금호고속을 상대로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장애인종합복지관서 휠체어 리프트를 갖춘 복지관 소유 버스에 대해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검증에는 원고 측 당사자와 대리인, 금호고속 측 대리인 등이 참여했으며 광주시는 불참했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리프트 버스에 탑승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리프트 구조 및 승·하차 시 소요 시간과 필요 공간, 내부 휠체어 고정장치 등을 들여다봤다.

해당 버스는 가변형 좌석 활용 시 최대 4대의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으며 리프트 초기 설치 비용은 1대당 3000만원 가량이 든다는 점이 확인됐다.

재판부가 리프트 고장과 다른 탑승객의 민원 제기 사례 등을 묻자 복지관 관계자는 “장비 설치 이후 10년 동안 고장 난 적 없다. 버스 뒷면에 LED판을 달아 장애인 차량임을 인식시키는 만큼 비장애인 등도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29일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가 고속·시외버스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 요구 소송 현장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이어 재판부는 주행 중 안전성을 살피기 위해 당사자들과 함께 리프트 설치 버스를 타고 광주 서구 종합버스터미널(유스퀘어)로 이동, 터미널 서비스 전반에 대한 검증을 이어갔다.

이곳에선 장애인이 터미널 입구에서부터 플랫폼까지 문제없이 접근 가능한지, 매표 안내 등 정보가 적절하게 제공되는지 등 이용 여건을 꼼꼼히 살폈다. 이중 승·하차장 환경이 리프트 설치 버스 운행에 적절한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하지만 규정상 금호고속 소속 차량만 터미널에 진입할 수 있는 탓에 터미널 승하차장에서의 리프트 설치 버스 탑승 시연은 좌초됐다.

승차권 예매 검증 과정에서는 원고 측과 피고 측 간 논쟁이 벌어졌다.

키오스크는 하단에 휠체어 발판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이용할 수 없었다. 매표소를 이용할 경우에는 교통약자 전용 창구가 입간판에 가려져 있어 찾기 쉽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피고인 금호고속 관계자는 ‘안내 데스크에 상주하는 직원을 호출해 매표소를 이용하면 된다’고 한 반면 원고 측은 ‘번거로움을 감수하라는 것이냐’며 반발했다.

29일 광주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나경 부장판사)가 고속·시외버스 휠체어 탑승 설비 설치 요구 소송 현장검증을 진행한 가운데 원고 측이 키오스크 이용 불편을 설명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검증을 마친 후 원고 측 법률대리인 이소아 변호사는 “승하차장의 경우 주차돼 있는 버스 한 대 공간만 비우고 경사로만 설치하면 이용할 수 있다. (금호고속 측은) 재정적으로 어렵다고 말하지만 휠체어 탑승 설비 개조 비용은 국토교통부에서 지원된다”며 “업체들은 휠체어 전용 탑승석을 설치하면 좌석 수가 감소해 수익성이 악화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평균 탑승률이 70%인 점을 고려하면 큰 손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승하차에 필요한 인도를 조금 더 확장하고 차량 입·출차 시간만 조율하면 현시점에서도 충분히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다”며 “5년에 한 번씩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계획을 세우는 광주시도 행정 감독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금호고속 관계자는 “재정 여건이 어려워 (설비 설치 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관련해 내부 검토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추후 지정해 재판을 이어갈 방침이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