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환 논설실장 |
하지만 황선애에게 1981년은 불운의 시작이었다. 한국체대 1학년, 19세의 황선애는 정치권과 언론의 기대에 맞춰 무리하게 경기를 치르면서 수많은 부상에 시달렸다. 1982년에는 손가락 부상으로 일본오픈과 덴마크오픈에서 3위에 머물렀다. 그 해 6월 열린 종별대회에서는 허리를 다쳐 대표단에서도 제외됐다. ‘선천적으로 허리가 약한데다 계속되는 경기로 인한 무리 때문이었다’는 게 의료계의 진단이었다. ‘배드민턴계의 신데렐라’로 불릴 만큼 화려했던 선수 생활도 1년여 만에 접어야 했다.
배드민턴은 엄청난 스피드에 실리는 셔틀콕의 파워로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빠른 움직임과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도 무릎과 발목 관절에 부담을 준다. 서비스와 스매시, 클리어 등 배드민턴 특유의 기술도 반복적인 움직임으로 어깨와 팔, 손목에 악영향을 미친다. 스페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면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차례나 우승했던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이 지난 5일 열린 파리올림픽에서 기권패 했던 것도 무릎부상이 원인이었다. 배드민턴 남자단식 레전드로 세계배드민턴연맹 명예의 전당에 오른 중국 린단의 은퇴 이유도 부상이었다.
2024년 파리올림픽 정상에 오른 ‘셔틀콕 여제’ 안세영이 제기한 배드민턴협회의 독선과 안일한 부상관리 등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안세영이 보여줬던 투혼이 ‘분노’ 때문이었다는 것이고, 협회가 파문을 수습하려는 것보다 ‘반박’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세영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훈련일지 마지막에 ‘나는 빛날 수 있어. 빛날 거야’라고 썼다고 한다. 배드민턴만 할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든 견디겠다는 안세영. 부상 관리와 선수 보호라는 당연한 주장으로 누구보다, 어느 때보다 마음 고생이 심할 안세영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너는 빛날 수 있어. 그리고 빛날 거야. 힘내 안세영.”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