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김재철 회장 평전이 호남에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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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동원 김재철 회장 평전이 호남에 던지는 메시지
  • 입력 : 2016. 05.04(수) 00:00



동일계 특차 전형에 따라 서울대 농대에 장학생 입학이 예정된 농고 졸업반 학생이 "내가 너희라면 바다로 가는 길을 선택 하겠다"는 담임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움직여 국립 수산대학교 어로학과로 진로를 바꾸었다.

수산대학을 졸업하고 수산고등학교 교사로 초빙을 받았지만 그는 바다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 경력 없는 선원을 태워주는 배가 없자 사모아 해역 첫 조업에 나서는 원양어선의 1년 무급 실습항해사를 자청해 그것도 10번 넘게 관계자들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죽어도 상관없다"는 각서까지 쓰고서야 정원 외로 승선했다.

무급 선원 1년간 모든 것을 배운다는 생각으로 배안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으면서도 선배 선원들이 놀이로 시간을 보낼 때 영어, 일본어를 공부하고 어류도감을 보며 물고기를 연구했다. 배의 위치와 진로를 확인하는 천측 관련 정보는 모두 영어였기에 영문자료 해독이 가능한 그의 존재는 곧 빛을 발했다.

값진 현장 경험 덕에 이듬해인 1959년 월급 200 달러 1등 항해사로 원양어업계에 등장한 뒤 남다른 부지런함과 성실함, 탁월한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1년 6개월만인 약관 25세에 선장으로 발탁되고 35세에 동원산업을 창업할 때까지 김재철 회장의 족적은 많이 알려진 업계의 신화다.

한발 앞선 연구와 노력과 창의와 실험으로 그가 탄 배와 선단은 늘 만선의 기록을 갱신했고 원양어로 현장에서 '캡틴 김'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가 몸담았던 회사와 거래를 하며 그를 눈여겨 본 일본인 사업가가 창업을 권유했지만 매사에 신중한 그가 망설이자 외상으로 배를 주고 고기를 팔아서 갚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해 동원그룹의 모태가 되는 동원산업이 1969년 태어났다.

일본인 사업가는 한국보다 일본이 모든 면에서 앞섰던 70년대 초반 자신의 사업을 물려 줄 아들을 한국에 보내 그의 집에서 1년간 하숙시키며 그로부터 일을 배우도록 할 만큼 그를 평가했고 평생 교분을 이었다.

그가 일으킨 동원산업은 현재 동원그룹과 한국투자금융 두 기업집단 지주회사 아래 30여 계열사를 두고 있다. 동원그룹은 수산으로 시작해 세계적 종합식품회사로 발전했고 1981년 뒤늦게 진출한 금융 분야에서 그가 인수해 키운 한국투자금융은 증권업계 1위다. 그룹 전체 연매출 9조에 포브스지가 선정한 한국 50대 부자. 창업 47년 만의 성과다.

전남 강진 빈한한 농가 11남매의 맏이로 태어나 '세계 수산왕'이 되고 기업가 정신의 표상으로 우뚝 선 김재철 동원 회장의 평전을 읽고 난 소감은 한마디로 경외다. 그리고 감동이다.

경제학자이자 저술가인 공병호 박사가 1년여 작업 끝에 지난 2월 펴낸 평전은 흔히 보는 그런 책자가 아니다. 분량만으로도 813페이지의 거작이지만 충실한 자료와 증언과 비교 분석을 통해 한 탁월한 인간의 자기실현 과정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인류사상 전례가 없는 한국 경제 산업 발전사의 중요한 영역을 체계 있게 정리한 수준 높은 경제, 경영학 교본이다.

그는 1991년 장남에게 주식을 증여하며 62억3800만원의 증여세를 내 세상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자진신고 납세로 사상 최대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본업을 버리는 자는 망하고 본업만 하는 자도 망한다"는 생각으로 기업을 키우면서 해양수산부 창설, 여수 해양엑스포 유치를 주도하고 무역협회회장으로 많은 업적을 남겼는가 하면 각종 사회 공헌활동에도 쉼 없이 꾸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는 호남미래포럼'이 호남의 미래 비전으로 강조해온 '21세기 청해진 건설, 장보고 후계자 육성'은 따지고 보면 김 회장이 이미 몸으로 실천해 보인 셈이다.

총선이 끝나자 온통 정치 얘기다. 그러나 정치보다 중요한 것이 경제이고 문화다.

김재철 회장의 뜨거운 삶은 그 개인의 성취이면서 바른 길을 지켜 역경에 굴하지 않는 호남정신의 발현이자 진취적이고도 포용적이면서 성실하고 끈질긴 호남인의 참모습이기도 하다.

그 피와 땀과 눈물의 궤적 앞에서 누가 농담으로라도 '헬조선', '흙수저' 푸념을 할 수 있을까. "그래, 나도 할 수 있다" 자리를 박차는 젊은이가 쏟아져 나오기를 기대하고 기원한다.


문병호 호남미래포럼 공동대표 겸 운영위원장ㆍ전 중앙일보시사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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