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의원 '호남 대표론'과 추미애 의원은 '호남며느리론'에 이어 광주일고 출신인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이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제 8ㆍ27 전당대회에서 광주ㆍ전남ㆍ북의 선택이 승리의 열쇠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호남 며느리론'
추 의원은 대구 출신으로 호남 출신 남편과 결혼해 '영남의 딸, 호남의 며느리'라는 강력한 정치적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양녀'인 동시에 한때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과 더불어 '좌동영-우미애'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야권에서 이 정도 '옵션'이면 사실상 여러 파괴력 있는 무기를 다 갖춘 셈이다.
더욱이 추 의원은 '여성'이라는 차별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다르크로 불리는 '전사' 이미지도 존재한다.
호남에 대한 구애 역시 막강하다. 추 의원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새만금을 호남만이 아닌 대한민국의 미래이자 희망이라고 단언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당시 추 의원은 "새만금사업을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았으면 모르지만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새만금은 대한민국을 글로벌 강국으로 만들 가치와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전북을 겨냥한 것이다.
또 지난 14일 나주에서 열린 더민주 전남도당 핵심당원 역량 강화 워크숍에서도 호남 구애를 이어갔다.
추 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당이 나가면서 쪼개져 10년 만에 찾아온 정권교체를 바라는 열망을 그릇에 담지 못했다"며 중앙당, 대권후보, 지역위원회가 삼박자를 이뤄 경제민주화와 지방경제를 살리는 지방의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다만 새만금 신공항은 광주와 전남의 반감을 자극하고 있다. 서남권 거점공항인 무안공항 활성화가 더 우선이라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새만금 신공항 공약 남발로 호남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송영길 '호남 대표론'
고흥 출신이다. 지역에서 오랜 시간 기다려온 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송 의원의 당권 도전은 상당한 이슈를 불러 모을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걸 맞게 송 의원은 '호남 대표론'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호남 대표론과 관련 "(더민주 내부에) 호남 의원이 지난 총선을 앞두고 탈당해 호남 전체에 더민주 국회의원이 3명밖에 없다. 영남 전체 9명으로 영남 국회의원의 3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는데 이걸 다시 회복시키는 건 (내가) 더 잘할 수 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송 의원의 호남 구애는 여러 부분에서 발견할수 있다. 당내 최대 계파를 겨냥해 "어떤 카드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될 것인지, 그리고 호남민심을 놓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정면으로 경쟁해 정책적 우위를 보여줄 수 있는 당대표가 누구인지 판단할 것"이라며 호남을 내세워 정면 도전을 선언했다.
또 라디오에선 "대권후보도 예비후보도 호남출신이 없는데 당대표를 호남이 할 수 있으면 좋지 않겠냐"며 "이 당에서 없어져버린 호남 민심, 돌아선 호남 민심을 되찾아오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이렇게 호남을 강조 하는 배경에는 지역민 정치적 갈증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4ㆍ13 총선에서 국민의당을 선택함으로서 지역주의의 비난을 받고 있는 호남은 지역 출신이 당 대표가 됨으로서 그 비판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내재적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송 의원은 바로 이 부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호남의 사위를 주장하는 안철수 대표에 비해 호남의 아들인 송영길이 더 호남 민심을 가져올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당권 레이스 마지막까지 호남을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하지만 너무 지역강조로 치우치면서 호남 내부에서도 역효과가 일고 있는 분위기다. 자칫 호남의 소지역주의로 비쳐질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곤 '문재인ㆍ개혁ㆍ혁신ㆍ광주'
광주 출신이다. 지금까지 광주 출신 당대표가 없다는 점에서 지역에서는 그의 당권 도전 자체가 이슈다.
여기에 더민주 내 개혁과 혁신의 아이콘이자, 문재인 전 대표와의 밀접한 관계까지 존재한다. 원외인사지만, 외부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결코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광주일고를 졸업한 김 전 교육감은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장, 올해 초 더민주 인재영입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문 전 대표의 복심으로 불린다.
물론 당내부에서는 어떤 지지기반도 없어 그의 이번 도전은 무모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야권 내부에서 무모한 도전이 성공을 거둔 사례는 종종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벌써부터 원외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경력도 '계파'도 없는 원외 인사, 그리고 혁신안 추진 과정에서 '적'을 만든 사람이기에 기존 정치문법으로 보면 무모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평당원을 믿고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고 평가했다.
그 역시 아직 본격적인 행보를 하지 않고 있지만 호남을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출신지인 광주를 기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지역내 광주일고 출신들의 백업이 감지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전 교육감의 정치적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데다, 그의 정치적 활동도 다른 후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에서 광주가 그를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지역정가 관계자는 "당권주자들이 호남을 내세우는 것은 호남이 중요해서라기 보다는 이곳에서 경험한 총선 패배의 상처를 먼저 딛고 일어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면서 "이제부터 전당대회가 더욱 흥미로워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bhr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