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詩는 고난을 견딘 한국어에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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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내 詩는 고난을 견딘 한국어에서 태어났다"
고은 시인, 로마재단 '국제시인상' 수상
伊 대표 문화재단… 매년 국제 시축제 개최
세계에서 네번째ㆍ아시아 시인 '최초' 영예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
  • 입력 : 2017. 02.06(월) 00:00
고은 시인(왼쪽)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아드리아노 신전에서 이탈리아 로마재단이 수여하는 제4회 '국제시인상'을 수상했다. 뉴시스

고은 시인이 지난 3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 '국제시인상'을 수상했다.

고은 시인은 이날 이탈리아 로마 아드리아노신전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해 에마누엘레에 M.에마누엘레 로마재단 이사장으로부터 수상증서를 받고, 기념강연과 시낭송을 함께 했다.

로마재단은 문화예술, 교육, 복지 등 여러분야에 지원 사업을 하는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문화재단 가운데 한 곳으로, 2006년부터 매년 '시의 초상(肖像)'이라는 국제 시축제를 개최해왔다. 2014년부터 '국제시인상'을 제정해 세계적인 시인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고은 시인은 아담 자가예프스키(폴란드), 하코보 코르티네스(스페인), 캐롤 앤 더피(영국)에 이어 네 번째 수상자이자 아시아 시인으로는 최초의 수상자가 됐다.

고은은 수상기념 강연에서 "영광에 대한 자세에는 천진난만이 들어 있는지 모른다. 나는 그런 다섯 살 아이의 어떤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나는 주어(主語)가 곧잘 지워져도 무방한 한국어 속에 자주 숨거나 지워진 1인칭 화자(話者)로서 살아온 시의 세월 60년을 채우고 있다. 이제 시가 귀신의 일인지 허공의 일인지를 터득할 만 하더라도 도리어 시를 정의하는 나 자신은 어디에도 없다"며 "시인이 되면 될 수록 시인은 자신의 뒷모습을 모르는 것처럼 시를 모르게 된다. 다만 나에게는 노래하는 자와 노래를 듣는 자의 실재(實在) 사이에서 영혼의 대칭(對稱)이 이루어지는 체험이 있다"라고 했다.

이날 기념강연에서 고은은 "나의 시는 첩첩이 고난을 견뎌온 한국어 속에서 태어났고 한국어는 거의 기적처럼 연면(連綿)이 이어와서 오늘에 이르렀다"라며 한국어의 소중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은은 일제식민지 시대를 거쳐 해방, 1950년대 폐허, 1970년대 한 노동자의 분신자살 등 암울했던 근현대사의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이런 파란곡절을 지나면서 나는 시대와 자아의 조화를 추구했고, 시 한 편이 나올 때마다 그 시의 시대는 다른 시대의 미래까지 아울러야 할 사명을 만났다"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삶과 시에 대한 얘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자전적인 시 '어느 전기'를 낭독하는 것으로 수상기념 강연을 마무리했다.

고 시인은 오는 4월에 스웨덴에서 시선집 '흰 나비'와 '만인보' 개정판(번역초판 2005)을 출간하는 등 해외 독자들을 잇달아 만난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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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은

'한국이 낳은 세계적 시인'이라는 호칭을 듣는 고은 시인은 2000년대 이래 매년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며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1933년 전북 옥구에서 태어난 고은 시인은 1958년 현대문학에 시 '폐결핵'으로 등단했다. '문의 마을에 가서', '시여 날아가라', '만인보', '독도' 등 시집을 냈으며 반독재 민주화 등 사회참여운동을 펼쳐왔다.

고 시인은 시ㆍ소설ㆍ평론을 포함한 150권 이상의 저서를 발간했으며, 현재 유네스코 세계 시 아카데미 회원 한국대표이자 서울대학교 초빙교수,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다.

해외 문학계에서 집중 조명을 받아온 고 시인은 노르웨이 비에른손 훈장(2005), 캐나다 그리핀 트러스트상(2008), 마케도니아 스트루가 황금화환상(2014), 이탈리아 노르드수드상(2014) 등을 받았다. 베니스 카포스카리대학의 명예 펠로(2013)와 밀라노 암브로시아나 아카데미의 정회원(2015)으로 임명된 바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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