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1년… 대한민국은 어디를 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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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1년… 대한민국은 어디를 향할까
법의 과거ㆍ현재ㆍ미래
공정ㆍ청렴 향하는 계기
의미ㆍ목표에 관심 부탁
  • 입력 : 2017. 08.11(금) 00:00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해 7월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공익신고 총괄본부에서 신고 포상금을 노리는 시민들이 공익신고요원 특강을 듣고 있다. 뉴시스


2015년 3월3일 국회 본회의에서 청탁금지법이 통과되자 언론은 일제히 원안자 김영란을 찾기 시작했다. 정식 이름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약칭 청탁금지법)'인 이 법안은 2011년 당시 국민권익위원장 김영란이 공직사회 기강 확립을 위해 그해 6월 처음 제안하고 2012년 발의해 일명 '김영란법'이라고 불려왔다.

이후 시민과 언론은 계속 이 법의 내용과 책임과 문제점을 김영란에게 듣기 원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국회 통과 이틀 후인 3월5일 청탁금지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김영란을 향한 플래시는 멈추지 않았다. 언론의 지속적 인터뷰 요청에 못 이겨 김영란은 3월10일 서강대학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통과된 청탁금지법의 내용에 관한 입장을 발표했다.

청탁금지법은 화훼업, 농축수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전체 경제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 금품수수가 제한되는 범위에 공직자등의 배우자를 포함하고 언론사 및 사립학교까지 그 대상 범위를 넓힌 것이 위헌이라는 논쟁 등 법의 부정적 영향에 관해 지속적으로 언론에 노출했다.

1년이 훌쩍 넘는 위헌 시비와 경기 침체라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 속에서 지난해 7월28일 헌법재판소가 청탁금지법 합헌을 선고했고 정확히 두달 후 9월28일 시행됐다.

2017년 오늘, 청탁금지법은 시행 1주년을 앞두고 있다. 단 한 번의 간담회를 가진 후 2년여 동안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던 김영란이 책을 통해 모든 질문에 입을 열어 답한다. 공동 저자인 경향신문 사회부 법조팀장이자 오랫동안 김영란을 취재해 온 이범준 기자가 김영란에게 모든 이를 대표해 묻는다.

입법이 완료되고 시행된 지 1년이 다 돼 가지만 법의 의미나 취지보다는 '3ㆍ5ㆍ10'으로 일반인들에 기억되는 것이 김영란 법이다.

김영란이 이 법으로 제한하고자 한 것이 단지 식사, 경조사비, 선물의 가액일 뿐일까.

김영란은 이 법을 만들게 된 실질적 동기는 오랫동안 공직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누군가에게 사건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들어주지 않아도 듣는 그 자체만으로 마음의 짐이 됐다.

이는 그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직자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흔히 겪는 일이다. 원 법안의 제1조는 '이 법은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을 금지하고 부정한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하며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추구를 금지해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함으로써 국민의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고 공직자의 청렴성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법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그런데 원안과 달리 통과된 법안은 법의 목적을 수행하는 세 가지 방식 중 마지막 하나가 빠져 있다. 바로 '공직자의 직무수행과 관련한 사익 추구를 금지해 공직과의 이해충돌을 방지함으로써'라고 설명한 이해충돌방지조항이다.

이해충돌방지란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직무의 수행을 회피ㆍ기피 등 하도록 하고, 직무와 관련된 외부활동에 제한을 두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공무원 행동강령에 명시된 내용이다. 즉 공직자가 자신과 관련한 특정한 직무를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부정청탁과 금품수수를 방지하는 것보다 이 법의 목적을 실현하는데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입법 과정에서 조항의 광범위성과 세월호 사고 이후 빠른 통과의 절박함으로 인해 이해충돌방지조항은 빠진 채 통과됐다.

김영란은 이해충돌방지조항이 빠짐으로써 이 법 효과가 크게 낮아진 점을 여러 구체적 상황을 통해 지적하며 우리 사회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속히 추가돼야 함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김영란은 책을 통해 자신이 시행령을 만들었던 공익신고자보호법과 연관해 내부고발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조직에서 윗사람이 아랫사람에 대해 책임을 떠넘기고 꼬리 자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은 무엇인지, 정의로운 검찰을 갖기 위해 필요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에 대한 의견 등을 피력한다. 모두 청탁금지법의 도입 취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그가 바꾸고 싶은 우리의 모습은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영란은 청탁금지법을 통해 안 되는 것을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주고 싶었고 이를 통해 공직사회는 물론 사회 전체의 공정성과 청렴함을 되찾길 바랐다.

함께 밥을 먹고 계산은 따로 하는 것이 어쩐지 쑥쓰럽고 민망하지만 그게 앞으로의 관계를 더 길고 온전하게 만드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정이라 포장되는 선물과 식사 대접을 거절할 자유를 얻기 위한 모두의 매뉴얼, 그 매뉴얼을 따라 모두의 행동이 정 이상의 공정함과 청렴함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통로, 김영란법의 존재 이유는 처벌도 규제도 아닌 바로 이 자유의 통로다.

이 통로를 온전히 정비해 살 만한 대한민국, 공정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진짜 목표에 도달하려면 그 누구도 아닌 우리 모두의 진지한 관심이 필요함을 저자들은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오민지 기자 mjoh@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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