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마다 곱고 어여쁜 이름… 민초들이 사랑했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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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저마다 곱고 어여쁜 이름… 민초들이 사랑했던 꽃
들국화는 어디에 있는가
● '자주색 가문' 쑥부쟁이
논두렁ㆍ밭두렁ㆍ산 어디든 자생
연한자주빛깔 쟁반처럼 피어나
  • 입력 : 2017. 11.03(금) 00:00
구절초의 단아하고 가냘픈 꽃송이는 청아한 맑은 향기 토하며 순정한 아름다운 자태로 가을빛을 가득안고 있다.
국화의 계절이다. 국화축제와 전시회, 들에핀 꽃까지 천지가 국화세상이다. 우아하고 수려한 국화는 1620속에 2만3600여종을 가진 왕국이다. 국화왕국의 꽃들은 낮의 길이가 짧아져야 꽃이 피는 단일 식물로 가을의 서정을 대변한다. 볼륨있고 우아한 입국, 기묘하게 연출한 분재국 등 국화가 좋지만 산야에 피고 지는 순수한 꽃, 아무런 꾸밈없는 자태와 수수한 색채를 가진 꽃들을 보고 싶다. 사람의 욕심이 깃들지 않는 꽃을 만지고 싶다. 세상사에 찌들지 않는 향기를 품어보고 싶다. 소박한 어머니와 순수한 소녀 같은 모습을 가진 꽃 나라에 가고 싶다. 그렇다. 가을에 찾아오는 꽃,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들국화는 어디에 있는가. 어디로 가야 만날 수 있는가. 그러나 아무리 찾아봐도 들국화란 이름은 없다. 국가표준식물 목록에도 없고, 도감에도 없다. 문학 속에 있는 들국화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름뿐인 들국화는 무엇일까. 그동안 실체없는 꽃을 찾았단 말인가. 그렇다. 민초들이 쉽게 부르는 이름이 들국화였다. 지천에 있기에 손쉽게 꺾어도 부담이 없었다. 저마다 곱고 어여쁜 이름이 들국화요 가을 들녘을 다니며 찾고 사랑했던 민초들의 꽃이 들국화라 하겠다.

들국화라 두리 뭉술하게 부르지 말고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자. 벌개미취, 개미취,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까실쑥부쟁이, 구절초, 산구절초, 낙동구절초, 산국, 감국, 해국, 갯국….

구절초만 해도 수십 여종이라서 민초들은 들국화라 부르는 게 수월했으리라.

가장 쉬운 꽃색으로 구분해 세 가문으로 정리해 보자. 신비로운 '자주색 가문'이다.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벌개미취 등이 가냘프게 피어난다. 해국도 포함된다. 순결의 '흰색 가문'은 구절초, 산구절초, 참취 등이다. 분홍빛을 띤 낙동구절초가 있다. 평화를 상징하는 '노랑색 가문'의 감국, 산국이 있고, 갯국도 있다. '들국화 가문'은 이 꽃들의 총칭으로, 국화와 구분해 부르기 위해 인간들이 쉽게 구분해 불렀을 뿐이다. 이제 들국화라 부르지 말고 꽃들의 고운이름을 불러주고 사랑하자.



●아련한 추억의 쑥부쟁이

'쑥덕쑥덕 정겨움의 이야기 인가/부드럽고 사랑스런 자태인가/쟁반 같은 동그란 꽃송이들/이리저리 한들한들 흔들리네.'

'쑥부쟁이'의 꽃피는 풍광이다. 논두렁, 밭두렁, 산 어디든 자생하며 종류도 갯, 가는, 개, 눈개쑥부쟁이 등이 있다. 연한자주빛깔 꽃들이 쟁쟁 거리는 쟁반처럼 피어나 가을을 찬미한다. 학명 아스타(Aster)는 별을 의미하고 별처럼 꽃이 피어나는 것을 말한다. 꽃도 좋지만 나물로도 사랑 받는다 구례에는 '쑤꾸재미'라 부르며 봄나물 중 제일 먼저 먹는 나물로 꼽힌다. 추위를 이겨내고 새봄 일찍 올라온 자주 빛 새순을 데쳐서 들기름 넣고 쌀밥에 비벼먹는 맛은 천하 일미다. 쑥갓 같은 독특한 향과 나뭇잎 같은 은은한 향에 씹히는 식감이 상큼해 입맛이 살아난다. 여기에 막걸리 한 잔 마시면 금상첨화다.

쑥부쟁이는 구례 대표나물이다. 봄에 생나물과 건나물로 먹던 것을 연중 생나물 수확을 위한 하우스 재배와 머핀, 쿠키를 만들었더니 신세대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우리밀에 쑥부쟁이의 조합으로 탄생한 영국식 머핀은 이명엽선생의 작품이다. 산동온천입구 '쑥부쟁이 카페'에서 쑥부쟁이 차, 커피에 먹는 머핀은 구수하면서 부드러운 식감이 환상적이다.

쑥부쟁이는 '세포독성이 없고 최대 30% 비알콜성 지방간 생성을 억제 한다(농진청 기능성식품과 황경아 박사ㆍ2012)' '동물시험에서 체중15%감소 효과가 있다(상지대 안효진 교수ㆍ2013)는 연구결과도 있다. 2015년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은 구례지역에는 타 지역보다 게르마늄이 5배가 많고 그중 쑥부쟁이에 가장 많이 들어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현대인들의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나물로 다이어트 효과를 체험해 보기를 권한다.

쑥부쟁이 전설은 애잔하고 감동적이다. 쑥을 좋아하는 불쟁이(대장간)의 딸아 배고픈 동생들을 위하여 쑥을 캐러 다녔다. 산에서 구해준 노루가 세 개의 소원 주머니를 줬다. 병든 어머니 완쾌와 좋아했던 남자를 옆에 오게 했으나 가정이 있기에 다시 보냈다. 세 가지 소원을 다 써버린 딸은 낙심해 죽자 무덤에서는 배고픈 동생을 위해 봄철 먹기 좋은 나물로 나왔다고 한다.

쑥부쟁이보다 나물 맛이 없는 개쑥부쟁이는 꽃이 크고 꽃송이도 많아 관상용으로 쓰인다. 일년초라서 봄에 씨앗으로 대량번식 하여 길거리나 화단조성으로 이벤트가 가능 하다.

꽃말은 '그리움' '기다림'이다.



●단아한 어머니의 자태 '구절초'

협상력과 인간관계가 좋은 사람. 팔방미인으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서 있거나 허리를 굽혀서 일하는 힘든 노동을 할 수 있는 사람. 고객을 밤새워 지키면서 견딜 수 있는 사람. 최악의 경우 목숨을 내 놓을 수 있는 사람. 명절에는 더 바쁘고 쉴 수 없는 사람. 이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어머니'다.

모든 어머니는 이렇게 희생한다. 신적인 삶으로 사랑과 모성애 없이는 할 수가 없다. 어머니의 이름도 존대말의 어머님, 편하게 부르는 엄마로 다르게 부르지만 의미와 사랑은 같다.

소슬한 바람결을 따라 청초하고 소박한 하얀 꽃무리를 만났다. 단아하고 가냘픈 꽃송이는 청아한 맑은 향기 토하며 순정한 아름다운 자태로 가을빛을 가득안고 있다. 꾸밈없는 깨끗한 꽃이다. 흰꽃은 단아하고 소박한 어머니 자태처럼 고결하다. 구절초가 피면 어머님이 그리워진다. 땀에 찌든 무명옷에 수건을 두르며 종종걸음으로 사셨던 어머님의 모습이 꽃송이에 아른거린다. 쌀알이 서너개 보이는 보리밥에 무채를 쓱쓱 비벼먹은 맛도 그립다. 어머님은 하얀색이다. 흰젖으로 살았고 밥심으로 컸다. 하얀색은 생명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거짓없이 깨끗하게 살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글을 몰랐지만 위대한 철학자요. 과학자요. 수필가이면서 시인 이었다. 어머님의 바램은 단하나 자식들 잘되는 것뿐 이다.

구절초는 국화과 다년생초본이다. 구절초란 이름은 세 가지 설이 있는데 음력 구월구일 꽃과 줄기를 잘라 부인병 치료와 예방을 한다는 구절초(九折草), 단오에 줄기가 다섯 마디, 음력 구월구일에는 아홉 마디가 된다해서 구절초(九節草), 줄기에 아홉 마디 모서리가 있어 구절초(九節草)라 했다. 산구절초, 낙동구절초, 포천구절초 등 자생지별 30여종이 특성을 뽐내며 피어난다. 흰색이 일반적인 구절초이고, 낙동구절초는 연한분홍빛이다.

선모초(仙母草)라고 해 자궁이 약해 오는 병에 좋고, 해열, 감기, 고혈압 등에 효능이 있어 민간약으로 사용했다. 번식은 꽃이 진 뒤 씨앗을 받아 봄에 뿌려도 되고, 봄 새순을 분주해도 되고, 5월에 삽목도 된다. 습기에 약하므로 물 빠짐이 좋은 곳에 심어야 한다. 꽃말은 '고상함' '어머니의 사랑'이다.



●감미로운 가을풍류 '감국'

풍요로운 가을이 만추의 여정으로 가는 오상고절(傲霜孤節)의 상징으로 그윽한 향기를 가진 꽃이 '감국'이다. 황국(黃菊)이라고도 한다. 사군자의 하나로 선비들의 칭송을 받았던 국화의 조상으로 은둔하는 선비를 대변하고 산야에 홀로 자라는 모습에서 유연자적하는 여유로운 삶과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었던 야생화다.

들에 피는 노랑색 감국은 국화과로 산국과 모양과 꽃이 비슷해 구분이 쉽지 않다. 감국은 가지 끝에 2~3송이씩 피고, 꽃잎이 길며 꽃이 산국보다 큰 2.5㎝다. 반그늘에 많이 서식한다. 산국은 가지 끝에 우산살처럼 퍼져있고 꽃잎이 꽃판 보다 짧으며 1.5㎝로 적다. 양지쪽에서 서식하는 점이 다르다. 감국은 500원짜리 동전이라면 산국은 100원짜리 동전정도라면 이해가 빠르다. 감국 향은 그윽한 단맛이 나서 달다는 감(甘)국 이고 산국 향은 진하다. 산국은 감국에 비해 맛이 쓰고 매운맛이 나고, 감국 꽃송이를 따서 그늘에서 말린 후 결명자와 섞어서 베개를 만든다 그윽한 향기가 방안에 퍼지면서 잠도 잘 오는 건강베개로 불면증 해소에 좋다.

감국 꽃을 만개하기 직전에 수확해 차를 만들어 마셔도 좋다 . 황금빛으로 우러나올 색채에 달콤 향기가 일품이고 찻잔에 노란 꽃잎이 떠 있으면 운치도 있다. 술을 담궈 눈 내리는 날 향기와 황금빛을 보며 마시는 낭만을 즐겨보자 .

분화용, 정원, 화단 모두 적합하다. 햇빛을 좋아하니 양지쪽에 심어야 하고 지난해 묵은 뿌리에서 나온 새순을 5월 하순경 삽목해 20여일 후 뿌리가 내리면 화분이나 폿트에 심어 1차 적심하고 정식한다. 7~8월 한 두번 적심하면 적당한 크기의 꽃송이를 풍성하게 감상 할 수 있다.

감국의 꽃말은 '가을의 향기' 산국의 꽃말은 '순수한 사랑'이다. 산에서 순수한 모습으로 자랐기에 순수한 사랑이고, 달콤한 향기에 가을을 안게 하는 야생화다.

색향미 연구소장ㆍ경남과기대 겸임교수 정연권의 야생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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