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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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한 곡의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입력 : 2018. 05.23(수) 21:00



금빛날개를 타고 날아가라 내 생각이여/ 부드럽고 따뜻한 바람이 불고/향기에 찬 우리의 조국의 비탈과 언덕으로 날아가 쉬어라/ 요단강의 큰 강둑과 시온의 무너진 탑들에 참배를하라/오, 너무나 사랑하는 빼앗긴 조국이여! /오, 절망에 찬 소중한 추억이여!/예언자의 금빛 하프여/그대는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가?/우리 가슴속의 기억에 다시 불을 붙이고/지나간 시절을 이야기해다오~

G.Verdi의 오페라 Nabucco 제3막 2장 'Chorus of the Hebrew slaves'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에 등장하는 가사이다. 이 오페라는 당시 오스트리아 제국의 식민 지배하에 있었던 밀라노 사람들에게 강렬한 자극을 주게된다. 베르디 자신이 "이 오페라는 행운의 별 아래 태어났다"고 술회했듯이 이 작품의 성공으로 그의 이름은 전 유럽에 알려지게 되고 무엇보다도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베르디가 조국 이탈리아의 독립을 열망하면서 작곡한 음악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이탈리아인들이 베르디에 대한 경의와 더불어 곡에 대한 애국심을 갖는 이유는 당시 외세의 억압을 받고 있던 이탈리아의 상황에 적합한 주제 선택과 억압에 대한 저항을 뚜렷이 음악으로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제2의 국가로도 인식되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자신들의 상황을 노래한 것처럼 느껴졌었고, 이탈리아 국민에게 감동을 줌과 동시에 오랜 분열과 오스트리아의 압제에서 벗어나 통일된 국가를 만들고자 했던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조국애를 일깨우고 강한활력을 불어 넣어 독립을 앞당겼던 것이다.

5월 광주, 대한민국은 뜨겁다. 5월항쟁의 의미와 희생자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임을 위한 행진곡'은 지금 광주를 뜨겁게 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탄생 배경은 이렇다. 1980년 오월 항쟁 중 숨진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1978년 겨울 노동 야학활동 중 숨진 박기순의 영혼 결혼식을 1982년 2월20일, 망월동 묘역에서 거행했고 그해 4월, 5ㆍ18 2주년을 맞이하여 광주문화인들이 모여서 5ㆍ18을 문화로써 기념해보자는 취지로 영혼결혼식을 소재로 한 노래극 '넋풀이'를 제작하게 된다. 백기완의 옥중 시 '묏비나리 : 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 일부를 차용하여 소설가 황석영이 개사하고, 김종률이 작곡하여 최종 탄생되었다. 현재 이 곡은 세계 민중들이 부르는 희망의 노래가 되어 일본, 대만, 라오스, 베트남, 중국,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에서 불리어진다. 이런 노래들은 모두가 시대의 상황과 정신을 노래로써 표현했다.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은 1980년대 민중의 뜨거운 삶과 시대 정신이 담긴'임을 위한 행진곡'을 세계인들이 감동받을 수 있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제작하여 대중화ㆍ세계화에 기여하고, 민주ㆍ인권ㆍ평화의 도시 광주의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예술적 승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곳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반민주 및 탄압에 저항하는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오월의 피와 혼임을 모두가 인정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는 현 정부가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 위에 서 있음을 인정하고 있다.

이 노래를 대중들이 친숙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광주의 숭고한 가치가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전승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로 제작ㆍ유통하고자 추진중인 1차년도 사업은 세계인들이 접하기 쉬운 보편적인 감성의 언어인 관현악곡으로 제작, 국ㆍ내외 연주회 등을 통해 대중화ㆍ세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 장르는 서곡, 교성곡, 협주곡, 관현악곡 형식이다.

지난 5월18일 광주문화예술회관에서 펼쳐진 광주시립교향악단 5ㆍ18 기념음악회는 부제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구성된 프로그램은 황호준의 '임을 위한 서곡', 김대성의 '임을 위한 행진곡 주제에 의한 교성곡 민주'가 연주되었고, 커튼 콜로 관객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이 대극장에 울려 퍼졌다. 초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탄탄한 해석으로 지휘를 한 김홍재 상임지휘자와 단원들의 앙상블은 80년 5월 함성의 감동과 함께 진한 카타르시스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한편 '임을 위한 행진곡'은 7월 7일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 국립교향악단 연주로 열리며, 9월 21일 광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는 박영란 작곡의 Piano Concerto와 그레미상을 3차례 수상한 Michael Dougherty 의 작품이 초연되며, 10월 8일 광주문화예술회관, 10월 10일 예술의 전당, 10월 12일 일본도쿄에서 '임을위한행진곡' 작품이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 프로그램으로 예정 되어있다.

노래는 힘이다. 그래서 우리는 슬픔 때나 즐거울 때나 노래해 왔다, 정의를 향한 동행, 임을 위한 행진, 시대의 고락을 위해, 한 곡의 노래는 폭력으로 상처 입은 광주에서 민주주의를 기록하고 보존해왔고 현재는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승화·발전중이다. 진정 한 곡의 노래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문화사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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