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더 노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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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자연이 더 노하기 전에
  • 입력 : 2018. 06.27(수) 21:00
  • ghchoi@jnilbo.com
요즈음 국민들은 봄부터 싹트기 시작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세기의 큰 사건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다. 불현듯 찾아온 사건들은 우리에게 환희와 실망, 두려움과 짜릿함을 함께 준다. 6.13지방선거 또한 그랬다. 부.울.경 사람들과 서울 강남사람들의 선택은 탁월함을 넘어 경악스러웠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이 무너질지도 모르는데, 대대로 뿌리박힌 보수의 뿌리를 뒤흔들었다. 썩은 뿌리를 잘라내고, 건강한 새 뿌리가 돋기를 기대하는 것이리라. 그뿐이랴. 2016년 가을부터 시작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최근에 다시 대두된 국정원 댓글사건 그리고 이명박 정권이 행한 각종 비리와 다스 사건도 사상 초유의 큰 사건으로 아직도 수사 중이거나 재판을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 사건과 러시아 월드컵 축구에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다. 이래저래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정신을 어디에 쏟을지 모를 지경이다.

그래서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하고 중요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크게 이슈가 되지 못하는 사건이 있으니, 그것은 라돈침대사건이다. 몸에 좋은 음이온이 나온다고 광고를 해서 고가로 구매한 침대에서 방사능이 나온다니 얼마나 황당했을까? 어느 정도의 피해가 있는지는 정확한 조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어찌되었건 사용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았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예전에도 있었다. 지난 2006년 가습기의 분무 액에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로 인하여 사용자들이 사망하거나 폐질환에 걸린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화학제품에 대한 끔찍한 공포감을 주었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미온적인 대응으로 우여곡절을 겪다가 지난 2016년 1월 다시 조명을 받게 되었다. 서울중앙지검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옥시와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제조.유통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사건으로 인해 슬그머니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가 아직도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문제의 발단이 된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분인 ‘클로로 메틸이소티아졸린(CMIT)-메틸이소티아졸린(MIT)’은 치약과 물티슈, 세제, 화장품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 성분이 화장을 지우는 화장품에도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들어 있다가 바다에 사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어 결국에는 다시 사람의 먹거리로 순환된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아직도 그 폐해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매일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화학제품은 직간접적으로 인체에 해롭고, 환경을 오염시켜서 결국 지구에서 인간이 살아남지 못하게 만들 것이다. 단순히 화학제품만의 문제는 아니다. 각 분야에서 문명의 이기가 오히려 행복을 빼앗고, 이제는 불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초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시작되었고, 매일 아침 농도를 체크하여 야외활동에 참고해야만 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러다가는 가까운 미래에는 외출할 때 산소통을 메고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다행히 화학제품의 유해성에 대한 우려로 몇 년 전부터 화학물질이 들어간 제품을 거부하는 ‘노케미족’ 들이 늘고 있다. 그들은 천연제품을 구매하거나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필자도 치약대신 가는 소금을, 샴푸대신 친환경세탁비누와 식초를 그리고 미용세제대신 세숫비누를 사용한지 4년이 넘었다. 이도 튼튼해지고 탈모예방에 도움이 된다. 옷도 될 수 있으면 천연재료로 만든 것을 입고, 일상생활도 웬만하면 조금 불편하더라도 옛 방법을 고수한다. 천연섬유로 된 옷은 인체에 이로울 뿐 만 아니라 경제적이다. 예를 들어 면이나 마, 모시로 만든 흰옷이 오래되어 누렇게 되면 과산화수소에 담그면 하얘져서 새 옷처럼 입고, 분홍색이나 파랑색 옷은 싫증나면 보라색으로 물들여 입는다. 그러다가 다시 검정색 물을 들여 입기도 한다. 화학섬유로 된 옷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농사도 마찬가지다. 퇴비 이외의 농약이나 비료, 제초제 등은 쓰지 않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인체에 덜 해롭고 환경오염도 덜 시키는 생활용품을 만들고, 사용하는 운동’을 벌여서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 전반에 대한 새로운 조율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연이 더 노하기 전에.

유순남 수필가
ghchoi@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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