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일 화백의 작품 중 가장 대작인 '입체공간-06-K(2006)'.
김종일 화백 제공 |
부산 대표 1세대 서양화가인 고(故) 송혜수 화백의 작가 정신 계승 및 미술발전을 위해 지난 2005년 제정된 '송혜수 미술상'의 11번째 수상자로 선정돼 이를 기념해 전시회를 갖기 때문이다.
부산미술협회 심사위원은 "김 화백의 형식을 넘나드는 진지한 예술적 실험정신과 한국적 추상회화를 통해 한국미술계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그림1오른쪽>'광주지역 작가 최초', 송혜수 미술상 수상자 중 처음으로 '타 지역 출신 서양화가'라는 타이틀로 인해 지역 미술계의 관심이 높다.
현재 전남대 예술대학 명예교수로 활동 중인 김 화백은 수상자 선정 소식 이후 기념전 준비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만난 김 화백은 이번 전시에 대해 유독 애착을 보였다. 부산에서 광주 미술의 자존심을 최대한 보여 주겠다는 각오다.
김 화백은 "'송혜수 미술상'은 부산미술협회가 (출신)지역을 대상으로 작가를 선정하기 때문에 지역색이 짙다"며 "그런데 올해 처음으로 대상자를 전국으로 확대했고 그 결과 수상자로 선정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화백의 예술세계는 구체적인 대상의 재현을 거부한, 추상적인 미술의 한 속성이라 할 수 있는 '비구상 계열'이다. 1964년 현대미술 비구상단체로 창립된 사단법인 에뽀끄의 원년 멤버이자 이사장을 역임한 그는 우리나라 1970년대 추상회화운동을 주도한 장본인이다.
1970년대 초반부터 추상적 모노크롬을 통해 이차원적 평면 공간을 탐구했다. 모노크롬은 흑색, 그 밖의 한 색만 사용해서 표현하는 단색화, 일러스트레이션이다. 이차원적 평면 공간에 검은색 하나만으로 입체감을 부여해 동양의 정신세계를 구현했다. 이를 표현해 낸 작품이 'Return to Innocence(1999)' 연작, 올해 신작으로 '블랙(2015)'이다.
'블랙'은 커피 원두를 보관하는 마대(麻袋) 자루를 캔버스 삼아 그 위에 나무 등을 활용한 오브제를 설치한 작품이다. 또 다른 신작 '순수(2015)' 시리즈는 노랑, 빨강, 연두 등 밝은 계열의 색상이 사용됐고 굵직한 선이 들어가 있다. 평면 위에 시간과 공간을 추상적으로 표현한 김 화백의 실험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블랙', '순수' 등 이같은 작품 15점은 '제11회 송혜수 미술상 수상 기념전'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내달 8일부터 20일까지 부산 금련산 갤러리에서 김 화백의 100호 이상 대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끌 대작은 '입체공간-06-K(2006)'이다. 이 작품은 가로 160㎝, 세로 900㎝로 크기부터 관람객들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주시립미술관 윤익 학예연구1과장은 추천사를 통해 "예술가로서 언제나 지칠 줄 모르는 그의 실험정신은 주변의 많은 후학들에게 감동을 전한다"며 "화업의 길을 걷고 있는 동료들에게 끊임없는 자극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김종일 화백은 홍익대 서양화과, 중앙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국내ㆍ외에서 다수의 개인ㆍ그룹ㆍ초대전에 참여했다. 1997년 광주비엔날레 조직위원을 역임했고, 제10회 한국미술협회전 국립현대미술관장상 등을 수상했다.
주정화 기자 jhjoo@jnilbo.com
'송혜수 미술상'은?
부산미술협회가 부산을 대표하는 1세대 서양화가인 송혜수(1913~2005) 화백의 작가 정신 계승 및 미술발전을 위해 2005년 제정한 미술상이다. 이 미술상 기금은 지난 2005년 92세 나이로 타계한 송 화백이 생전에 살던 집을 팔아 마련했다. 그동안 부산ㆍ영남지역 등 만 50세 이상의 회화ㆍ조각 부문 작가를 대상으로 매년 시상해오다가 올해 처음으로 시상 대상자를 전국으로 확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