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사학재벌 꿈꿨던 이홍하씨 결국 '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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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호남 사학재벌 꿈꿨던 이홍하씨 결국 '백기'
한려대 폐교ㆍ서남대 의과대 폐과
문어발식 확장… 부실대학 꼬리표
작년 교도소 구타당해 중상 입기도
  • 입력 : 2016. 06.08(수) 00:00
지난 2013년 전남대병원에 입원중이던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 뉴시스
"실력있고 성격좋은 선생님이었는데…" 1970년대 광주고등학교에서 이홍하(78)씨(사진)로부터 생물수업을 받았던 제자들은 그를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한다. 그랬던 이씨는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모두 3차례 법정에 섰다. 지금도 영어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가 강한 애착을 가졌던 의과대학마저 문을 닫기로 했다. 욕심이 화를 불렀다.

이 씨는 호남 사학재벌로 통한다. 고흥 출신인 이 씨는 명문고등학교였던 순천고와 광주고에서 생물을 가르쳤다. 부인도 가정 과목을 가르치던 평범한 교사였다.

이 씨 부부는 목욕탕 운영과 부동산 투자수익금을 종잣돈으로 활용해 1977년 '홍복학원'을 설립했다. 1979년 옥천여자상업고등학교를 시작으로, 1991년에 서남대학교, 1993년에 광주예술대학교, 1995년에 한려산업대학교(현재 한려대학교) 등 3개 고등학교와 5대 대학교 등 총 8개의 학교를 설립했다.

이 씨는 의과대학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일각에선 의사인 아들을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받았다. 그는 5ㆍ18 당시 부상자 치료의 역사가 담겨 있는 옛 적십자 병원을 인수했고 남광병원도 매입했다. 이 중 녹십자병원을 서남대학교 부속병원으로 만들었다. 옥천여상 인근인 광주 남구 주월동에는 대형 병원 건립을 추진했다.

문어발식 학교 설립과 병원 매입 과정에서 탈이 났다. 교비횡령을 통해 이 같은 일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1998년 12월 교비 409억원을 횡령하고 이를 대학설립 및 이전비용, 병원인수비용, 자녀 유학비용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 2월, 2심에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불과 2개월만에 사면ㆍ복권됐다. 2007년 2월에도 서남대 교비 3억8000만원을 횡령해 개인 대출채무를 변제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 선고받았다.

2012년 그는 전국에 학교법인 7개를 설립하고 6개 대학을 운영하면서 1000억여원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또 다시 구속 기소됐으나 법원의 병보석 허가로 2013년 2월 6일 풀려났다.

2013년 여론에 의해 다시 재판을 하게 됐고, 여기서 이씨는 징역 9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이씨는 항소했으나 오히려 항소하는 과정에서 추가혐의가 드러나 6개월이 증형됐다.

이 와중에 2015년 8월 중순에 50대의 동료재소자에게 구타를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턱뼈가 으깨지는 등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 씨의 일탈이 이어지면서 그가 설립한 대학이 잇따라 부실대학 꼬리표를 달게 됐다. 다만 대광여자고등학교만은 명문 고교로 자리잡았다. 이 씨는 대광여고를 특목고인 외고로 전환하려고 했다. 그는 대광여고가 외고로 지정되면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주월동 병원 건물을 철거하겠다는 입장까지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교조 출신인 장휘국 교육감이 광주교육계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무산됐다.

지난달 31일에는 대법원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 대해 징역 9년에 벌금 9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영향을 미쳤을까. 그는 부실대학으로 낙인찍힌 한려대를 폐교하고 서남대 의과대학 폐과하겠다고 교육부에 알렸다.

남다른 열정을 쏟았던 의과대학 포기를 결정했을 때 그의 심정이 어땠을까. 비뚤어진 방법으로 호남최대 사학재단을 꿈꿨던 이씨. 결말은 비극으로 끝났다.

최동환기자 dhchoi@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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