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김정태> [임팩트 시대가 왔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심사역이 피해야 할 두 가지 현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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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김정태> [임팩트 시대가 왔다]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심사역이 피해야 할 두 가지 현혹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이사
  • 입력 : 2022. 09.14(수) 16:57
  • 편집에디터

김정태 대표이사

누적 임팩트 투자 횟수가 100개가 넘어간다. 연간 육성하는 스타트업, 소셜벤처는 약 180개에 달한다. 서류 검토를 하는 팀까지 포함하면 연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서류 검토나 대면 발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만나게 된다. 이러한 팀 중 최종 투자를 집행하는 곳은 연간 20개 내외. 이제 막 시장에 출시할 제품과 서비스의 아이디어가 존재하는 극초기 단계, 그리고 시장에 출시해 매출로 연결되기 시작한 제품과 서비스를 갖춘 초기 단계에 집중하는 투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이직을 통해 이러한 영역에 뛰어들고 싶어 하는 전문직이나 일반 직장인, 그리고 이 분야를 유망한 커리어로 도전하는 청년 세대에게 도움이 될 두 가지 관점을 나누고자 한다.

먼저 극초기 또는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가지는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 투자할 때 재무제표라 불리는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보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의 투자에 있어 해당 재무정보는 불충분하거나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다. 갓 창업한 팀이라면 재무제표가 아예 없을 것이고, 법인 설립 1년이 지났어도 대다수는 유의미한 매출을 가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앱을 통해 데이트 짝을 찾아주는 플랫폼에서 서로 매칭된 남녀가 첫 번째 미팅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첫 만남에서 각자 통장을 준비해서 만나자마자 통장 잔고와 월급 명세서를 동시에 공개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대화를 나누면서도 통장 잔고와 급여 숫자가 떠올라 대화에 집중하거나 상대방을 더욱 이해하는 깊은 대화로 빠져들기 어렵게 된다. 이러한 단계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할 때 재무정보는 참고용으로 활용할 뿐, 투자 여부를 결정짓거나 투자 검토를 할 때 가장 먼저 봐야 할 정보로서는 가치가 떨어진다.

다음은 극초기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앞으로 경험할 많은 변화들을 상상하며, 현재의 모습과 현상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의 사업계획서나 투자제안서에 담긴 내용이 그대로 실현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10년간 팀들을 봐오면서 내린 경험적 결론은 최초의 기획과 계획 그대로 가지 않을 확률이 절대적이며, 간혹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면 대부분은 성장 없는 정체나 의미 없는 사업으로 전락한 결과일 경우가 높다. 실제 스타트업의 5년 생존율은 30% 이하, 10년은 10%대에 불과하다.

최근 공개된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의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 성장 분석: TIPS 창업팀을 중심으로'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발견된다. 민간이 선투자한 후 심사를 거쳐 정부가 5억원 내외의 매칭 R&D 자금 지원을 통해 성공률을 높이는 투자를 의미하는 TIPS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게 '성공 방정식' 중 하나로 통한다. 하지만, 이러한 화려한 방식으로 등단한 1000여 개의 조사 가능한 TIPS 창업팀 중 그 다음 단계 투자로 시리즈A를 유치한 기업은 408개사(39%), 시리즈B를 유치한 기업은 132개사(13%), 최종 투자 자본 회수(EXIT)에 성공한 기업은 19개사(2%)에 불과했다.

시리즈A란 시장의 수요가 어느 정도 입증되어 시제품을 출시한 단계의 기업에 대한 투자이고, 시리즈B란 시장의 수요가 확인이 되어 제품과 서비스의 본격적인 양산이나 규모화(scale-up)를 이룰 기업에 대한 투자를 뜻한다. TIPS로 데뷔했어도 지속적인 투자를 유치하고 크게 성공하는 것이 보장되진 않는다.

아직 유치원생이거나 초등학생에게 '장래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를 물어볼 때 답하는 이야기를 우리는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들이 성장하면서 축적된 경험과 도전들, 그리고 획득한 정보들로 인해 더 나은 계획과 생각이 발전할 것을 믿기 때문이다. 극초기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말하는 사업계획과 전망도 마찬가지다. 현재 단계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말할 뿐이기에 그 말하는 것 자체에 집중해서 이들의 기업으로서의 잠재력을 판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앞서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유의미하지 않은 재무정보를 접할 때, 그리고 현재 단계에서 최선으로 전망하며 준비된 사업 계획을 들을 때 훈련된 심사역은 나를 현혹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경계한다.

내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이해에 미래를 가두지 않는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더라도 나의 과거로 미래를 제한하지 않는다. 현혹을 피하고 나의 한계를 벗어날 때 극초기 및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가 비로소 시작된다.

지난 6월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스타트업 투자 박람회 '넥스트라이즈 2022 서울'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