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과일 생산량 늘었지만 가격 '뚝'… 농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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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명절 과일 생산량 늘었지만 가격 '뚝'… 농가 한숨
광주 사과·배 도매가 전년비 20% ↓
고물가에도 농산물 가격은 하락
차례 간소화·선호과일 변화 영향
농민들 "설 특수 사라지나" 근심
  • 입력 : 2023. 01.16(월) 16:36
  •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
16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한 과일가게 앞에서 소비자가 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작년보다 많이 싸요. 사과, 배 10개 한 박스에 만원 정도는 더 싼 것 같아요. 그런데 장사는 전보다 더 안되네요.”

설 명절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명절 대표 성수품인 사과, 배 등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설 특수를 기대한 농가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광주지역 사과 10㎏ 도매가격은 4만5000원으로 1년 전 가격(5만6520원)보다 20%가량 낮았다. 배 15㎏ 도매가격 역시 4만7000원으로 1년 전(6만600원)에 비해 22%가량 저렴하다.

실제 이날 양동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사과와 배 10개입 한 박스의 소매가격은 각각 2만5000원, 3만원 선으로 지난해 설 명절 전 가격보다 6000∼7000원가량 낮은 수준이었다.

명절 성수품목인 사과와 배가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 작황이 좋아 생산량은 물론 저장물량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과 생산량은 전년 대비 2% 증가한 52만8000톤, 배 생산량은 전년 대비 17% 증가한 24만5000톤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모처럼 반가운 소식일 수 있지만, 출하 농가들은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나주시 왕곡면에서 배를 재배하고 있는 한모(68)씨는 “맛도 품질도 작년보다 더 좋고 물량도 충분한데 가격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솔직히 속상한 일”이라며 “요즘 여기저기서 물가가 올랐다는 말만 들려오지 이렇게 더 싸진 것에는 거의 관심 갖지를 않고, 또 농산물 가격이 저렴한 것은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명절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사과, 배 등 제수용 과일보다는 샤인머스캣이나 망고 등 당도가 높은 과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의 요소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 대형마트 등에서는 사과·배를 단독 구성한 선물세트보다 샤인머스캣·망고 등 혼합 과일 선물세트의 매출이 40%가량 높았으며 연간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과일도 사과에서 지난해 딸기로 순위가 바뀌었다

또 올해는 평소보다 빨리 찾아온 설 명절에 도매시장 등에서 설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기간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주문량이 예년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광주 각화농산물도매시장 관계자는 “확실히 소비가 침체되는 분위기는 있다. 농가들 입장에서는 피땀으로 키워낸 농산물 가격이 잘 나오지 않아서 속상할 것이고 또 가격이 안 나온다고 해고 명절 이후에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출하를 하지 않을 수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가격이 저렴한 만큼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더 좋은 과일을 싼 가격에 접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많은 분들이 우리 국산 과일과 농산물을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사과와 배 등 지난해에 비해 가격이 하락한 품목이 있는가 하면, 기상여건 악화로 유통량이 감소한 시금치와 고사리, 도라지 등 나물류와 계란가격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또 원재료 수입단가 상승으로 밀가루를 포함한 게맛살, 약과, 청주 등 가공식품 가격도 상승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 10일 기준 설 성수품 28개 품목에 대해 전국의 17개 전통시장, 27개 대형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평균 31만259원으로 지난해 대비 0.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태별로는 전통시장 기준 차림비용이 27만4431원으로 전년 대비 3.3% 상승했으며 대형유통업체는 34만6088원으로 지난해보다 3.1% 하락했지만, 총비용은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20.7% 저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