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사이버펑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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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전남일보] 사이버펑크>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현실로
조력자→동반자 컴퓨터 위치의 변화
애플, 내년부터 '비전프로' 정식 출시
완벽한 기술 구현에 전세계 '찬사'
메타와 경쟁 본격화… 커지는 MR
국내 시장 미미… 기회·위협 요인은
  • 입력 : 2023. 10.05(목) 11:12



인간과 컴퓨터의 거리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스마트기기가 책상 위에서, 그리고 우리의 무릎 위로, 또 다시 우리의 손 안으로 들어오면서 인간 삶과 컴퓨터는 별개의 존재로 인식할 수 없게 됐다. 컴퓨터가 가까이 다가올 수록 이를 잘 다루고 활용하는 것은 현대인의 필수 능력치라고 여겨졌다.

컴퓨터가 큰 한걸음을 내딛을 것이란 기대감이 전세계적으로 높다. 삶을 도와주던 조력자에서 떼어낼 수 없는 동반자로, 그리고 앞으로는 인간 그 자체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내년부터 인간과 익숙해질 ‘스마트 글래스’는 우리의 삶에 아주 깊숙이 침투할 예정이다.

웨어러블 컴퓨터인 ‘스마트 워치’가 나왔을 때 모두가 놀라워했지만 한편으론 기술 한계성에 회의감이 높았던 것도 사실이다. 손목시계 타입의 컴퓨터는 부착된 센서를 통해 인간 신체의 변화를 측정하는 등 헬스케어로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스마트 글래스는 사용자의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인간의 뇌와 거의 동일한 작동 프로세스를 갖게 된다. 스마트 글래스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가 우리의 뇌가 처리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고등정보인 점, 인간 삶에 거의 동일시되는 컴퓨팅 기술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궁극의 스마트 기기로 평가받는다.

지난 6월 애플은 ‘비전프로’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컴퓨터의 위치 변화를 ‘공간 컴퓨팅’이라고 정의했다. 사용자는 고글 형태의 비전프로를 쓰기만 하면 자신이 현재 있는 공간에서 검색하거나, 문서작업을 하거나, 사진·동영상을 볼 수 있다. 내 삶은 공간 제약없이 디지털 세상 그 자체가 된다. 고글에는 12개의 카메라,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가 있어서 사용자가 화면 속에 있는 검색창에 시선을 주고 검색어를 말하게 되면 곧바로 검색이 가능하다. 사용자가 어디를 바라보고, 어떤 소리를 듣고 또 어떤 말을 하는지 비전프로는 인식한다. 또 이같은 정보를 분석하고 처리해 곧바로 2300만개의 픽셀로 구성된 디스플레이에 재현한다. 사용자는 현실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현실과 연동된 디스플레이를 보고 있다. 현실과 가상이 어우러진 디스플레이는 MR(Mixed Reality·혼합현실) 기술의 집약체로 공개되는 순간 전세계의 관심과 찬사를 한몸에 받았다.

애플이 출시하는 ‘비전프로’는 내년 초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공식 출시될 예정이다. 3499달러, 한화 470만원으로 비싼 가격이지만 출시 전부터 테크매니아들 사이에서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애플이 선보이는 기술이 독보적이고 혁신적인 기술이어서가 아니다. 고글을 통해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기술은 메타버스에 사활을 걸고 있는 구 페이스북 ‘메타’가 이미 실용화에 성공한 기술이다. 메타의 ‘메타퀘스트’는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융합시켜 선보이는 MR기기로 메타는 현재 ‘메타퀘스트3’까지 내놓으면서 계속해서 기술 상용화와 보급에 집중하고 있다.

애플이 지난 6월 공개한 ‘비전프로’의 모습(왼쪽)과 메타가 9월 공개한 ‘메타퀘스트3’의 모습. AP/뉴시스
스마트 글래스 분야 후발주자로 참전한 애플이지만 전문가들은 애플이 또 판을 뒤집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직관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아이폰·맥북과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확장성,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디스플레이는 높은 기술적 완성도를 선사할 것이란 기대다. 여기에 메타가 70만원으로 훅 낮춘 가격의 스마트 글래스를 이번달 내놓으면서 ‘스마트 글래스 보급전’에 불을 지핀 만큼 비전프로의 차세대 버전은 일반 사용자들도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진입 장벽이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현실과 디지털 세계와의 조우는 필연인 듯 보이지만 국내 시장은 다소 초라하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난 2020년 발표한 ‘과학기술예측조사’에서 국내의 가상현실 시장은 글로벌 MR 시장 대비 3.6%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갤럭시 글래스’(가칭)라는 이름으로 헤드셋을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는 국내 기술의 동향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한다.

코로나19 시기엔 ‘메타버스’가 당장 열릴 것 같았다가 엔데믹을 맞으면서 다소 시장의 열기는 식었다. ‘게임’을 중심으로 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인데 애플과 메타의 경쟁이 게임에서 인간 삶 전체로 확장되면 스마트 글래스와 메타버스의 발전의 가능성도 매우 커질 수밖에 없다.

인간과 컴퓨터의 거리가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는 또 다른 시대를 맞게 될까. 그렇다면 우리의 삶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전문가들은 2~3년 안에 스마트 글래스가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기술이 될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잊혀지는 기술이 될 지가 판가름날 중요한 시기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 기술에 대한 기회와 위협 요인은 존재한다. 현존하는 컴퓨터 중에선 스마트 글래스가 인간의 뇌와 작동원리가 가장 비슷한 궁극의 컴퓨터 기술이라는 점, 다만, 윤리적 규제가 없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 안과 질환 급증 등 예상되는 위협요인도 있다. 우리는 지금 거대한 기술 앞에 섰다. 미래는 과연 어떻게 바뀔 것인가.


글=나스닥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개소녀
편집디자인=어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