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사이버펑크> 우리의 상상은 곧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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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전남일보] 사이버펑크> 우리의 상상은 곧 미래가 된다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
시대 넘나든 미래형 디자인 눈길
1965년 상상한 가상의 2000년대
예술 접목한 기술로 대부분 실현
AI 자화상·로봇팔 퍼포먼스 전시
실재 가능한 근미래 사회상 가늠
  • 입력 : 2023. 11.02(목) 18:04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글=끄적끄적 토성인, 편집=어구 편집에디터.
이정문 화백의 만화를 모션그래픽으로 재구성한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출품작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
1965년 한 학생잡지사의 요청으로 그려진 한 장의 그림. 태양 빛을 받은 지붕에서 에너지가 생성된다. 공해 없는 자동차가 달린다. 화면을 통해 의사의 원격진료를 받는다. 청소는 로봇이 대신한다. 부엌에 자리한 한 디스플레이에서는 식자재 보관 상황을 보고하고 ‘오늘의 메뉴’를 추천한다. 움직이는 도로 덕분에 긴 거리를 걷지 않아도 된다.

원로 만화가 이정문 화백이 2000년대 생활 모습을 상상해 그린 그림이다.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이정문 화백이 그린 만화의 한 장면을 대형 모션그랙픽으로 재구성한 전시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미디어작품은 삼성의 스마트냉장고, 기아의 전기차, LG의 로봇청소기 등 현재 기업들이 과거의 상상이었던 것들을 모두 기술적으로 구현한 사례도 함께 소개한다.

오는 7일 폐막을 앞둔 제10회 광주비엔날레에 전시된 과거와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디자인 사례가 꽤 흥미롭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Technology(테크놀로지) △Lifestyle(라이프스타일) △Culture(컬처) △Business(비지니스) 등 4개 테마 전시로 꾸며졌다. 이 가운데 첫 번째 순서인 테크놀로지관은 기술과 디자인의 융합으로 인류가 꿈꾸는 미래를 실현시킨다. AI(인공지능), 로봇, 3D프린팅 등 4차 산업기술과 디자인이 융합된 전시콘텐츠가 근미래와 닿아있다.

전시관 초입의 ‘비엔날레의 시작’ 작품은 AI기술을 활용, 총감독 및 각 큐레이터가 젊은 30대 모습으로 등장해 전반적인 전시 구성과 4개의 전시 테마를 설명한다. 큐레이터의 이미지와 음성은 창의적인 방식으로 합성돼 화면에 등장한다. AI기술을 통해 우리들은 자신만의 미적 기준으로 외형을 새롭게 디자인해 언제든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노인들은 돌아가고 싶은 나이를 설정해 자신의 젊은 모습을 다시 마주한다.

또, ‘메리 고 라운드(Merry-Go-Round)’의 ‘진화 #3_워크스페이스’는 작업자 안전과 공장자동화를 보여주는 로봇 암(Arm), 웨어러블 로봇 등을 소개한다. 산업용 로봇팔로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미디어아트그룹 ‘팀 보이드(teamVOID)’가 선보인 ‘인공지능 마이크로 팩토리’도 기술·예술의 융합과 실험적인 시스템적 관점에서 로봇팔이 그린 그래픽 아트를 선보인다.

‘3D 프린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기술. 쿨레인(COOL RAIN) 스튜디오는 3D프린팅 기술과 아트, 디자인이 어우러진 콜라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에스트로 스마일, 로컬마스터즈, 트리고널 시리즈, 팟볼 시리즈 등을 출품해 매니아들의 인기를 모으고 있다. 특히, BTS 피규어를 찾아보는 것도 ‘깨알’ 재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 전통 굴뚝의 형상과 경첩 조립방식에 모티브를 얻어 제작된 ‘스마트 그린 하우스’는 지붕 위 태양열 패널을 통해 겨울에도 친환경 식물을 재배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맞춤형 안경 전문기업 ‘브리즘’은 라이프스타일관(2전시관)에 3D스캐닝, 3D프린팅, 데이터 분석 등의 기술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체험형 전시콘텐츠를 선보였다. 관람객이 얼굴 스캔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3D스캐너를 설치하고 스캔된 안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경 추천 및 가상 피팅까지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쯤에서 이정문 화백의 다음 미래 시리즈가 궁금해진다. 이 화백은 2041년의 미래와 2050년의 미래 등을 그린 바 있다. 그곳에서는 통역기술 시스템이 발전해 반려동물과 소통할 수 있다. 인간처럼 감정이 있는 휴먼로봇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 공중도로가 출현해 교통체증이 없다. 우주여행이 자유롭다. 날 수 있는 신발이 출시된다. 미래를 예측하는 상상력과 한 예술가의 창작 활동은 산업과 기술을 만나면서 실재하는 이야기가 된다. 가상에 대한 상상은 곧 머지않은 미래일지 모른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