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사이버펑크> AI와 함께하는 ‘바다 위의 테슬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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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사이버펑크> AI와 함께하는 ‘바다 위의 테슬라’들
  • 입력 : 2023. 08.03(목) 16:54
일론 머스크가 끊임없는 기행으로 희화화되며 분야를 막론한 ‘밈’ 생성기로 등극했다 하더라도, 그가 만든 테슬라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를 이끈 상징적인 브랜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1000만대를 뛰어넘었고,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땅 위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적용, 실패가 반복되는 동안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오른 분야가 있으니, 바로 ‘바다 위의 테슬라’를 꿈꾸는 ‘Green Shipping’과 ‘자율운항 선박’ 기업들이다.

매일 우리를 실어 나르는 것이 네 바퀴의 차량이라면, 그 차량을 실어 수출하고 내가 지난주 주문한 해외 직구 상품을 싣고 오는 것은 대부분 바다 위의 선박이다. 최종 소비자의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 해상 운송은 전 세계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경제의 주축이다. 하지만 이러한 해운 산업 역시 온실가스 이슈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지구 전체 배출량의 3%가량을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갈수록 노후화되고 줄어드는 선원과 운항 과실로 인한 대부분의 해양 사고도 지속적인 고민거리다. 헌데 이러한 고민에 응답한 기업들은 모두 AI에서 해법을 찾은 듯하다.

먼저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자율운항 선박을 MASS(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 ‘수면에서 사람 개입 없이 또는 최소한의 개입으로 운항하는 선박’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야라 인터내셔널’은 세계 최초로 전기로만 항해하는 자율운항 화물선 ‘야라 버클랜드’를 선보이고 지난해 2월 원격 제어를 통한 운항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길이 80m, 중량 3200톤에 달하는 야라 버클랜드는 120여개의 컨테이너를 선적할 수 있지만, 탄소 배출은 물론 탑승한 선원의 조작도 필요 없는 무인·자율·전기 컨테이너선이다. 선박의 자율주행 역시 자율주행차량과 같이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와 적외선 카메라, 장애물과의 상대적 거리와 위치를 측정하는 센서, 자세 제어 센서 등으로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진로를 설정하는 방식이다. 아직까지는 IMO에서 구분하고 있는 자율운항 선박의 4단계 등급 중 외부에서 원격으로 선박을 제어할 수 있지만, 반드시 선원이 탑승해 각종 돌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수준인 2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야라 인터내셔널은 1년여 간의 시험운항을 통해 내년 선원이 탑승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돌발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자율 운항 3단계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기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연간 1000톤의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새롭게 선박을 건조하지 않고도 AI 시스템만으로 ‘Green Shipping’을 실현시킨 기업도 있다. 맥킨지에서 주목하고 있는 ‘ZeroNorth’의 대표 펠레 소만손은 AI의 도움으로 선박이 연료를 덜 사용하고 바다에서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ZeroNorth는 날씨 예보에 따라 선박의 경로를 계획하는 경로 서비스를 시작으로 ‘AI 지원 연료 모델’을 개발한 기업이다. ZeroNorth의 연료 모델은 어떤 바다에서든 주어진 속도나 분당 회전수, 수심, 날씨를 분석해 선박의 연료 소비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최적의 조치를 제안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기존 선박들이 경로, 날씨, 에너지 소비 등에 필요한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연료 소비를 계산했다면, 해당 모델은 4000개 이상의 선박 데이터로 구축된 인공지능이 최소한의 연료를 소비하게 함으로써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또 AI로 최적화된 솔루션은 연료 절감은 물론 선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수십 년간 쌓아 온 선장의 통찰력을 AI가 제공하는 셈이다.

인공지능의 개발과 활용 역량은 이제 개인을 넘어 국가 차원의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차량과 마찬가지로 자율운항 선박의 역할과 법적 책임 규정, 관련 보험 개발 등 제도적 준비가 마련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진통이 예상되지만, 완전한 자율운항 기술 실현을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간의 안전을 보장하고 기후 위기 대응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는 ‘바다 위의 테슬라’들은 오늘도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향해 달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