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교육의 창·김남철>남도의병박물관과 영상테마파크 시너지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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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칼럼
[전남일보]교육의 창·김남철>남도의병박물관과 영상테마파크 시너지 효과
김남철 전남교육연구소 운영위원장
  • 입력 : 2024. 02.25(일) 14:21
김남철 운영위원장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다. 마침 봄을 앞당기려는 듯 비가 며칠 째 내린다. 벌써부터 꽃망울이 맺고 멋진 꽃을 피워낸다.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실감한다. 다시말해 겨울을 이기고 봄은 온다. 그래서 희망이고 설레임이다. 봄은 그렇게 오고 있다.

최근 나주영상테마파크, 즉 고구려 궁의 철거를 두고 지자체와 시민들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현재 ‘고구려 궁’이라 불리는 나주시 공산면에 위치한 영상테마파크는 주몽 드라마 세트장으로 시작했다. 드라마 ‘주몽’은 성공했고 이후 다양한 형태로 국내외에 방영되고 있다. 덕분에 나주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관광명소가 됐다. 17년 동안 영상테마파크를 찾아온 관광객 수는 1000만명을 넘었다. 다양한 드라마와 영화의 세트장으로 역할을 다해왔고 한때 나주시가 관광 추천지로 소개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지금도 검색을 하면 영상테마파크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디서도 구경할 수 없는 삼족오, 고구려 궁, 부여궁 등을 느끼고 체험하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다해왔다.

2007년 137억원을 들여 조성한 나주영상테마파크는 단순한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이 아닌 고구려 건국 역사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한 영상 전문 테마공원이었다. 이곳은 애초 고구려 신라 백제 등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 촬영을 위한 삼한지 오픈 세트이자 삼국시대 민속촌으로 기획·건립됐다. 기와집과 저잣거리, 성곽까지 최대한의 옛시대를 재현했다. 드라마와 영화 등 21개 작품의 촬영장으로 활용되고, 지난 2022년 기준 한해 3만여명이 방문했다.

지난 2006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드라마 ‘주몽‘의 주 촬영장으로 활용되면서 일약 신흥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드라마 주몽으로 전 국민이 다 아는 유명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한 해 수백만 명이 몰려오기도 했다. 한창 붐빌 때는 수㎞의 자동차 행렬이 장사진을 이뤘다. 드라마 기획사 관계자들은 “전국 어디를 가도 삼국시대를 촬영할 수 있는 이만한 시설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데 2023년 6월 어느날 아무런 사전 설명없이 영상테마파크를 철거한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남도의병박물관’을 건립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도대체 남도의병박물관 건립과 영상테마파크가 무슨 상관이길래 철거한다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 그것도 영상테마파크의 부여궁, 고구려 궁, 신전을 갖춘 영상테마파크는 나주의 관광 핫플레스로 각광을 받았는데, 철거한다는 행정 편의와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 할 수 있다.

고구려인의 기상과 다야뜰에 달리던 말의 포효소리, 한반도의 가장 활발하고 기운찬 모습이 아니었던가. 그래서 지금도 드라마 ‘주몽’은 중국은 물론이고 아랍권까지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지 않은가.

남도의 중심인 나주에 ‘남도의병박물관’이 조성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백천간두 풍전등화의 나라 앞에 사생취의 정신으로 의롭게 일어선 의병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응당 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나주시민은 물론이고 출향민들이 대동단결해 남도의병박물관 유치 활동을 했다. 나주는 남도의병박물관의 건립 부지로 선정됐다. 경쟁했던 지역에 죄송한 일이지만 나주 출신으로 감개무량했다. 나름 남도의병박물관이 나주에 들어서야 하는 이유를 지역신문에 칼럼을 쓰기도 했다. 그리고 역사를 전공하고 지역에서 역사교사로 30여년간 근무하면서 지역사의 의기와 정기를 바로세우는 일에 기여했다는 자부심 또한 컸다.

그런데 남도의병박물관의 건립을 위해 영상테마파크를 철거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나주시는 건축물 안전과 관광객 감소 등을 이유로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반복한다. 그런데 그것은 거짓말이었고, 시민을 속이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나주시의 설명은 시설을 관리하는 데 연평균 5억원의 적자가 나고있고, 건물도 점차 노후화돼 건물 안전이 위험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고 철거를 전제로 전혀 관리를 하지 않은 나주시의 변명에 지나지 않았다.

나주시는 한발 나아가 지난해 말까지 의병박물관 건립을 위해 지장물 부분 철거공사를 마쳤으며, 그리고 고구려 궁을 제외한 시설은 이미 철거해 버렸다. ,삼족오의 비상‘이라는 커다란 조형물이 서 있었고 송일국, 한혜진, 전광렬, 이계인, 진희경, 최정원, 정진영, 김정화, 오윤아 등 그동안 이곳에서 영화를 찍었던 주연 배우들의 핸드 프린팅과 출연 사진이 붙어 있던 스타거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무엇보다 철거를 주장하는 이유로 건물의 안전 문제였다. 정보 공개 자료에 의하면 안전진단검사에서 철거해야 한다는 등급이 나온 적이 없었다. 안전진단 검사 등급이 오락가락이었다. 전문가의 입장은 안전진단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다. 관리비 또한 정확하게 지출되지 않고 매년 달랐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많은 인원이 찾아왔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철거한다는 것인지 납득이 가지 않아 도청과 시청에 자료와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속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하고 있다. 그야말로 무능, 무지,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슨 내막이 있거나 속사정이 있을 것 같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이 답답해서 ‘고구려 궁 살리기 시민대책위’를 꾸리고 나주시민들의 의견 수렴과 소통을 시작했다. 나주시민들의 의견은 대다수 몰랐고 왜 철거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주시장과 면담했고 관련 공무원들을 만났으나 이제 와서 고구려 궁 존치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고 일관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안전진단 검사부터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해 줄 것을 요청한다. 나주시 관계자는 “한때는 대표 관광명소였지만 오랜 침체기가 지속돼 왔던 영상테마파크가 남도의병박물관과 조화를 이뤄 새로운 관광명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상테마파크의 일부는 이미 철거했고, 마지막 남은 고구려 궁 철거를 하려고 하면서 하는 말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없는 것도 만들어 보려고 역사소설에 한 줄을 근거로 역사체험공간을 만드는 여러 지자체의 역사문화관광 공간을 만들려는 활동을 보라. 엄청난 비용을 투자해 세운 건물을 안전진단에도 이상이 없는데 철거하려는 것은 공무원들의 무사안일과 무능에서 비롯되었다. 아니면 근거와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이제라도 고구려 궁을 존치해 남도의병박물관과 시너지를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나주시민은 물론 학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 과정을 거쳐 추진하라. 제발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