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다시 또 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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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다시 또 오월
노병하 취재1부 정치부장
  • 입력 : 2024. 05.15(수) 22:08
다시 또 오월이다. 어쩌자고 오월이 다시 왔다. 지난해도 똑같이 말했다. ‘다시 또 오월이다’라고.

우리는 지난 1년간 무엇을 했는가.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이 수록 됐는가? 오월의 전국화는 얼마나 진행됐는가.

때만 되면 오월을 입에 걸던 정치인들은 올해 5·18 앞에서 떳떳한가? 사적지는 보존됐는가. 억울함은 풀렸는가.

묘지의 풀 꽃은 봄이라고 고개를 내미는데, 왜 광주의 오월은 오월이어서 봄을 맞음에도 이리 처연하게 하는가.

44년이다. 한 아이가 태어나서 중년이 될 기간이다. 총알이 빗발치던 때 서로의 손을 잡아주던 이들은 이미 백발이 됐거나, 하늘의 별이 됐다.

명령한 이들 역시 세상에서 하나 둘 사라져 갔다. 단 한번의 사과도 없이, 울부짖는 이들을 외면하고 희생자를 사랑했던 이들의 삶마저 파괴한 채 두 다리를 뻗고 무사히 생을 마쳤다.

그 지옥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매년 외쳐대고 있지만, 그들을 조롱하고 비웃으며, 왜곡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재생산 되고 있다. 심지어 44년 전의 오월을 모르는 10대까지도 조롱에 참여해 왜곡의 게임을 만들고 있다.

진상을 조사하라고 모인 사람들은 되려 진상을 흔들어 놓고, 그것이 마치 자신의 양심인양 그날 방아쇠를 당긴 이들의 편에 서서 보고서를 올렸다. 그들도 희생자라고.

지켜야 할 시민들에게 총을 쏘고, 머리를 깨고, 겁탈하고, 칼로 찌르고, 울부짖는 이들을 걷어차고, 끌고 가고.

‘폭도니까. 폭도였으니까’라면서 보고서 내내 광주의 모든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하던 이들이 희생자라면, 우리는 정말 폭도가 되는 것일진데. 진상조사위는 이 보고서를 막을 길이 없다고만 한다.

도대체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은 뭐 하는 사람들인가. 아니 우리가 뽑지 않았어도 때만 되면 광주를 내려와 ‘뿌리’라고 외쳐대던 이들은 뭐하고 있는가.

1년에 한번 내려와서 고개 숙이고 노래 한 곡 부르고 떠나면 할 일을 다하는 것인가.

언제까지 이 봄을 우리는 서럽게 맞아야 하는가. 누가 답 좀 해줬으면 하는데, 답할 이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만 있다. 그렇게… 다시 또 오월이 왔다. 어쩌자고 오월이 냉큼 와버렸다. 지난해와 다를 바 없는 오월이 또 우리 곁에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