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거짓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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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거짓말 시대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4. 05.21(화) 17:31
김성수 논설위원
사람은 하루 평균 얼마나 거짓말을 할까? 하루에 3번꼴, 아니면 약 200번. 연구결과마다 수치가 각각 다르지만 ‘인간은 매일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다. 존경의 대상인 고(故) 김수환 추기경은 생전 “나는 두 가지 말을 아주 잘한다. 하나는 참 말이고, 다른 하나는 거짓말입니다”라고 했다.

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거짓말은 보통 만 3세 전후가 되면 거짓말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는 언어능력과 인지능력이 발달하는 시기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그렇다만 어느 범위까지가 거짓말로 봐야 될까? 흔히 “조만간 밥이나 먹자”라는 말을 거짓말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인사치레로 봐야할지 구분도 명확하지 않다. 하여간 거짓말은 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것은 명백하다.

거짓말은 색깔로도 구분된다. 셰익스피어는 거짓말에 색깔을 입힌 첫 인물로 유명하다. 16세기 셰익스피어는 한 편지에 “하얀 거짓말을 제외하고 그의 진실성을 의심할 만한 점이 없었다”라고 했다. 이후 하얀 거짓말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올랐고 해롭지 않은 사소한 거짓말로 의미했다. 반대로 새빨간 거짓말도 흔히들 사용한다. 그야말로 진실이 1%도 없는 100% 거짓말을 의미한다.

거짓말은 문학의 소재로도 쓰인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늘어나는 피노키오, 양치기소년 등이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성당에서 은촛대를 훔쳤지만 신부는 경찰에 자기가 선물했다고 거짓말을 하는 부분이 있다. 거짓말이라는 소재는 ‘문학적 악상’으로 비유되는 이유다.

인간은 거짓말을 잡아내기 위해 거짓말 탐지기까지 개발했다. 하루쯤은 가벼운 거짓말을 허용하는 만우절(4월 1일)도 생겨났다. 지능화된 거짓말 범죄인 보이스 피싱은 사회악으로 꼽힌다.

이젠 인간 뿐아니라 인공지능(AI)이 거짓말을 하는 시대도 도래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패턴’에 발표한 논문에서 AI가 상대방을 배신하고 허세를 부리고 인간인 척 속임수를 쓴 많은 사례를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고 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짓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 극작가 안톤 체호프는 ‘거짓말로 땅끝까지라도 갈 수 있으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거짓말의 대가는 혹독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