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하라 마사유키 감독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 |
요시하라 마사유키 감독 ‘코마다 위스키 패밀리’ 포스터. |
그가 공부해야 할 크래프트 위스키는 마치 공예품을 만들어내듯 섬세한 기술과 진정성을 요한다. 증류소마다의 특별한 증류기술과 숙성기술, 브랜딩 기술에 따라 그리고 그 고장의 곡물과 물, 숙성 및 저장하는 통에 따라, 마지막으로 장인정신과 전통주조 방식에 따라 독특한 풍미와 차별화된 품질을 결과물로 내어놓게 된다. 이로써 탄생된 크래프트 위스키는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을 사로잡는다. 거의 영혼을 갈아넣었다 할 만큼의 열정과 헌신 그리고 10년, 30년의 기다림을 맛볼 수 있는 주종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루이는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만들었던 최고의 위스키, ‘코마’를 복원하는 데 열중이다. 지진피해로 공장경영이 어려워진 코마다 증류소. 루이의 아버지는 대를 이어 만들었던 걸작이자 최고의 위스키 ‘코마’를 포기하고 소주 ‘이토’만으로 공장을 운영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이에 실망한 루이의 오빠 케이가 가출을 하고 과로로 건강을 잃은 아버지 역시 세상을 떠난다. 미술을 전공하던 루이가 학업을 중단하고 회사를 물려받으면서 남은 코마의 원액으로 ‘와카바’ 위스키 블랜딩에 성공한다. 그렇지만 지진으로 유실된 코마의 원액을 새로 개발하지 않으면 와카바 역시 생산에 한정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버지 장례식에 참석하지도 않았던 오빠 케이는 대기업 오우무리에서 코마다 증류소를 인수하도록 강요한다. 루이가 코마다 증류소를 지키려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증류소를 가업으로 삼은 할아버지, 아버지는 물론 전 직원들을 가족으로 여기던 가족기업이라는 생각이 강해서다.
증류소 경영 및 ‘코마’의 복원에 고군분투하는 루이의 신념은 코타로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세상 사람은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깨달음은 그를 성장시키고 그가 쓴 기사에는 진정성이 담기게 되어 기사로써 루이를 돕는 적극적 조력자로 바뀌게 된다. 이로써 코타로는 ‘일의 의미’를 찾고 루이는 ‘해체된 가족’을 되찾는다.
영화의 일본 타이틀은 ‘코마다 증류소에 어서 오세요’다. 그보다는 키워드가 들어 있는 한국 제목이 더 와닿는 것 같다. 해체된 가족이 회복되고 고난이 다가와도 잃어버린 꿈을 찾고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면서 합력하면 선을 이루게 마련이라는 듯 영화의 흐름은 순조로움을 타고 넘는다. 지극히 애니메이션답게.
그러다 보니 스토리와 연출이 평이하고 진부하기까지 해서 특별하다거나 인상적이었다고 말할 만한 매력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스토리의 단서로 피니시 캐스크가 쓰였다. 1차 숙성까지 마친 위스키를 다른 술을 숙성한 통에 옮겨 담아서 앞서 담았던 술들에 의해 통이 품은 향과 맛을 덧입히는 과정이다. 애니메이션이 아니고 실사였다면 그렇게 대단하지도, 풀지 못할 만큼 비밀스러운 단서도 아니어서 개연성 문제를 거론해 마땅할 일이었다고 본다. 예컨대, 요즘 방송되고 있는 법정 드라마 ‘굿파트너’의 작가가 최유나 변호사라서 빈틈없는 스토리를 담듯 스토리에 전문적 배경지식은 필수적이어야만 객석을 설득할 수 있다.
영화의 장점으로, 위스키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참신함과 작화를 꼽지 않을 수 없다. 배경이 되는 코마다 증류소는 일본 토야마현 토나미시에 있는 사부로마루 증류소를 모델로 거의 똑같이 작화를 해서 위스키를 소재로 한 최초의 애니메이션으로서 손색이 없도록 장치를 했다. 그밖의 타 증류소도 모델이 되는 증류소를 바탕으로 리얼리즘에 충실한 작화였다.
가업을 이어가는 일본의 전통을 좀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고 무기력한 청년 직장인이 직업적으로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과정을 그려낸 것은 영화의 특장점이었다고 본다. 한 가지 부연할 것은, 영화 홍보상 ‘위스키 테라피’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요즘들어 ‘테라피’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쓰여 일반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술에 ‘테라피’라는 용어를 접목시키는 것은 어딘지 모르게 찬성하기 어려워서 지나친 발상인가 싶다.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