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해남군에 따르면 이번 사업은 농어촌공사 영산강사업단의 간척지 부지를 지질자원연구소에서 임대해 심부지질 특성연구를 위한 지표 및 지형측량조사를 위해 발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학술적 목적의 지질조사로 사업이 승인됐지만 지난 10일 실시된 ‘사용 후 핵연료 저장·처분 안전성 확보를 위한 핵심기술개발 안전기원제’ 문구를 본 농업인이 제보해 해남군이 직접 조사에 나서게 됐다. 해남군은 안전기원제 현장사진을 증빙으로, 영산강사업단에 임대계약을 해지해 줄 것을 공문으로 발송하고, 발주처인 지질자원연구소에도 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수 십만 년 이상 방사능 독성이 지속되는 위험한 물질이다. 이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과 기술도 아직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한다. 주민이나 지자체의 동의 없이 비밀리에 추진하려 했다는 것도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위험하고 안전성마저 검증되지 않은 시설을 국민적 공감대나 사회적 합의 없이 비밀리에 추진하겠다는 것은 지역과 지역민을 무시한 비민주적 폭거에 다름 아니다. 만의 하나, 핵 폐기물 처리 시설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처럼 학술 목적으로 위장하는 파렴치한 짓을 했을 리 없다. 설령 안전하더라도 의견수렴과 주민 합의는 꼭 필요한 절차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지질연구원은 사업추진의 경위 등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엄정하게 추진돼야 할 핵 폐기물 처리를 ‘짬짜미’로 추진한 데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지속가능한 원자력의 첫 걸음은 신뢰와 투명성에 있다. 해남군도 사업경위를 면밀히 조사해 불법과 위법을 철저히 가려내 자치단체로서 주어진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