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7회 영산강 자전거 대행진이 지난 28일 광주 남구 승촌보 일원에서 전남일보 주최·전일엔컬스 주관·전남도 후원으로 열려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민현기 기자 |
이른 아침부터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를 보인 지난 28일 오전, 전남 나주 영산강 자전거길은 6월의 마지막 주말을 즐기려는 라이더들의 열기로 더욱 뜨거웠다.
제18회 영산강 자전거 대행진이 이날 광주·전남 자전거 동호인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1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다. 전남일보가 주최하고 전일엘컨스가 주관했으며, 전라남도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영산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을 널리 알리고 활용을 장려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형형색색의 자전거와 헬멧, 고글, 자전거복 등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참가자들은 출발 30분 전부터 영산강 6경 중 하나인 광주 남구 승촌동 승촌보문화관 광장에 모였다. 일부 참가자는 전날 경기도에서 자전거를 싣고 내려왔고, 어떤 이는 광주에서부터 자가용 대신 직접 자전거를 타고 출발해 자전거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참가자들은 행사 전 포토존에서 단체 기념 촬영을 하고, 자전거 장비를 점검하며 가볍게 몸을 풀었다. 출발 예정 시각을 한참 앞두고도 이른 준비를 마친 이들은 “빨리 달리고 싶다”는 열정으로 들떠 있었다. 오전 9시, 모두가 “안전 라이딩하세요! 파이팅!”을 외치며 소규모 그룹을 이뤄 출발선을 넘었다.
이들은 승촌보문화관을 출발해 영산강둔치체육공원까지 왕복 24km 구간을 달렸다.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정도의 더위였지만, 라이딩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마에 땀이 맺히는 순간마다 달리면서 맞는 강바람이 다시 몸을 식혔고, 그 흐름은 반복될수록 상쾌했다. 노란 국화꽃이 피어난 자전거길, 푸른 숲과 탁 트인 풀밭, 시원하게 흐르는 영산강 물줄기까지 더해져 참가자들은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을 만끽했다. 당초 비 예보가 있었지만 급변한 맑은 날씨 덕에 행사는 최상의 조건 속에 진행됐다.
5년 전 제13회 대행진부터 매년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다는 김경환(70) 씨는 “광주에서 주택관리사로 함께 일하는 6명이 자전거를 통해 친목을 다지고 있다”며 “애로사항도 공유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전국 일주도 함께 했는데 영산강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매년 이 대행진에 꼭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리기와 수영으로 시작해 이제는 철인3종경기까지 도전하게 된 참가자도 있다. 광주에서 25년간 일식 조리사로 일해온 송태길(50) 씨는 “주방 안에서 느낀 갑갑함을 달리기로 풀기 시작했고, 지금은 수영과 자전거까지 병행하고 있다”며 “자전거는 해방감을 주는 운동이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1월 경남 통영에서 열리는 철인3종경기 참가를 앞두고 있다. 이어 “광주가 ‘대자보’라고 해서 대중교통·자전거·보행 중심 도시를 지향하는데, 아직 자전거도로가 미흡한 구간도 있어 더 잘 관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자전거’를 매개로 대학 시절부터 20년 넘게 우정을 이어온 이들도 있었다. 처음 참가했다는 하성보(47) 씨는 “날씨는 정말 더웠지만, 오히려 땀 흘리고 더우려고 타는 거다”라며 웃은 뒤 “기록 경쟁이 없는 행사라 부담 없이 여유롭게 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화성에서 아내와 함께 참가한 정성남(57) 씨는 “수도권은 자전거도로 폭이 좁아 추월 중 충돌 사고가 날까봐 늘 신경이 쓰인다”며 “나주는 처음 왔는데 길도 넓고 숲도 울창해서 정말 좋았다.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우리 속도로 페달을 밟으며, 매일 즐거움을 찾아 나서고 싶다”고 말했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