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원 국장 |
이날 국무위원들과 함께 중대재해 대책을 논의하던 이 대통령은 반복되는 산업현장 사고를 ‘예측 가능하고 예방 가능했음에도 방치된 결과’로 규정하며 작심한 듯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대책도 구체적이었다. 징벌적 배상, ESG평가 강화, 대출 제한, 불시 점검, 심지어 면허취소까지. 대통령이 직접 “이런 기업엔 주가가 폭락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밝힌 것은 노동자의 죽음을 기업의 ‘비용절감 수단’으로 이용하는 고질적 구조에 메스를 들이댄 셈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다. 하지만 산재 사망률은 OECD 최고 수준이다. 국격은 높아졌지만, 노동자의 생명은 여전히 취약하다.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선진국 기준의 노동 인권이자, 민주주의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기본값이다.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의 죽음을 보며 우리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말을 수없이 들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또 같은 뉴스를 접했고, 같은 유가족의 울음을 봤다. 죽음은 노동의 일부가 아니다. 누구든 일하러 간 사람은 무사히 퇴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선택이 아니라 권리다.
그러나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늘 무너져왔다. 하청은 또 다른 하청으로 이어지고, 비정규직은 보호받지 못한 채 죽음의 현장에 먼저 투입됐다. 반복된 사고에도 기업은 실질적 책임에서 비껴섰고, 책임자 대부분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구조에 익숙해졌다.
이 대통령이 이번 국무회의에서 보여준 태도는 그 익숙함에 던지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다. 대통령이 직접 “상습적 산재는 징벌 배상하라”, “산재 전담팀을 꾸려라”, “ESG 평가로 대출을 제한하라”고 말한 것은 단순한 경고가 아닌 정책의 전환을 촉구한 것이다.
이제 정부와 국회, 기업, 시민사회 모두가 응답해야 한다. 입법을 통해 제도를 정비하고, 집행력을 강화하며, 기업은 안전을 비용이 아닌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예외일 수 없다. 더 이상 ‘출근은 했지만 퇴근은 하지 못한’ 노동자의 이름을 기사에서 보고 싶지 않다. 지금 그 첫 발걸음을 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