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딜레마와 콜레스테롤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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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우유 딜레마와 콜레스테롤 딜레마
  • 입력 : 2014. 03.14(금) 00:00

둘째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됐다. 큰딸과는 열살 차이니 늦둥이고 흔히 말하는 귀한 아들인 셈이다. 아들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환경이 좋지 않았는지 10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2.7㎏으로 태어났다. 이후 일주일간을 집에서 키웠는데 분유를 많이 먹지도 않고 계속 설사를 하는 증상이 지속돼 병원에 입원시켰더니 체중이 2.3㎏으로 줄어있었다. 큰 병이 걸린 것으로 생각하고 눈물로 기도했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아이는 회복됐고 진단명은 우유 알레르기였다.

아들은 우유의 성분 중에서 락토오스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없었고 이후 락토오스가 들어있지 않은 특수 분유를 먹으면서 자랐다. 소화가 빠른 특수 분유의 특징 때문에 날마다 잠을 설쳐가면서 분유를 먹여야 했다. 아이는 특수분유가 맛이 없었던지 이유식을 빨리 시작했고 밥을 먹기 시작한 순간부터는 분유는 아예 입에 대지도 않았다. 우유를 먹을 수 없었지만 콩, 멸치, 시금치 등 칼슘을 포함하는 영양소가 들어있는 반찬을 스스로 잘 먹었고 2.3㎏에서 시작된 저체중아가 지금은 자기 반에서 키가 가장 큰 그룹에 포함될 정도로 성장한 건강 체질이 됐다. 우유를 꼭 먹어야하는 필수 식품으로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어떤 책에서 우유의 문제점을 다룬 내용을 보게 됐다. 첫째로 우유는 고지방이라는 것이고 둘째로 동물성 단백질이기 때문에 칼슘의 체외 배출을 증가시킨다는 것이며 셋째로 칼슘의 양은 많아도 흡수가 잘 되지 않아 오히려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로 우유에 포함될 수도 있는 동물성 성장 호르몬이나 항생제가 문제가 되며 다섯째로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우유를 소화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지식과는 다른 내용에 충격을 받았고 내 아들의 경험과 접목돼 더 그럴듯하게 받아들여졌다. 사실 우리 식구 중에 나만 우유를 잘 소화하지 아내와 딸까지도 우유를 먹지 못할 정도여서 대신 두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주장은 분명 많은 논란거리가 있고 나의 경험도 특별한 경험이기에 일반화 시킬 수는 없다. 우유가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체형에 긍정적 역할을 했고 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는 없다. 이중에서 우유가 고지방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주장에는 '콜레스테롤 딜레마'라는 책을 보면 또다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콜레스테롤은 혈관에 침착,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어서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약을 써서라도 낮춰야 한다는 것이 주류 의학의 주장이다. 그래서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위해서는 평소 지방의 섭취를 줄이라고 권장한다. 그러나 우리 몸에 쌓이는 지방은 지방을 많이 먹어서라기보다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에서 오는 것이 더 많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필수 물질이다. 세포막을 구성하는 필수 성분이고 여러 종류의 호르몬을 합성하는 물질이기 때문에 두뇌 기능과 상처 회복에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주류의학의 주장과는 반대로 콜레스테롤을 낮출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콜레스테롤의 80%는 간과 소장 등에서 일정한 속도로 합성되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되는 지방의 정도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심장병에 걸리는 비율은 같다는 것이다. 오히려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낮은 사람이 암과 같은 다른 질환에 잘 걸리기 때문에 전체적인 수명이 더 짧다고 말한다.

우리가 이런 복잡한 식품영양학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지방을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좋은지를 아는 것은 필요한 것 같다. 튀김 형태, 열을 가한 형태, 공기 중에 노출된 형태, 또 내 몸의 항산화력이 저하된 상태가 문제가 된다. 몸에 좋다고 알려진 엑스트라 버진급의 올리브유도 샐러드 형태로 먹으면 괜찮지만 후라이팬에서 열에 가해지면 변질되어 버린다. 이렇게 변질되고 산화된 대표적인 것이 트랜스 지방인데 육류 속의 지방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액체 동물성 지방이라고 할 수 있는 우유도 별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내용이 어려워져서 많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 나도 과연 진짜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조리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 글에 언급된 내용들도 여러 이해 관계와 의학적 이론에 따라 다른 주장과 반대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한쪽만의 주장을 그대로 믿지는 않는다. 아직 우유도 딜레마이고 콜레스테롤도 딜레마다.


조수형 조선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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