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27일 새벽 도청 희생자 넋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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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27일 새벽 도청 희생자 넋 기리며…
오월 그날이면
이름없는 공연
연극인 신영철ㆍ임혜영 부부
18년째 옛 도청서 퍼포먼스
  • 입력 : 2015. 05.27(수) 00:00
신영철ㆍ임혜영 부부의 세월호 연작 \'빛고을에서 함께한 세월호와의 동행들\' 영상 중 일부분. 이름없는 공연 페이스북 발췌
매년 5월27일 오전 4시가 되면 광주 동구 금남로 옛 전남도청 한켠에 영상물이 상영된다. 5ㆍ18 사적지를 순례하며 치열했던 1980년 광주를 만나려는 '이방인 부부'가 5월 희생자를 위해 펼치는 일종의 '추모 퍼포먼스'나 진혼제 성격을 띤 공연이다. 공연의 이름은 '이름없는 공연'이다.


1980년 5월27일 오전 4시, 계엄군은 옛 전남도청을 완전히 포위했고 10분 후 도청 안 시민군을 향해 사격을 시작했다. 수많은 시민군들이 이곳에서 주검이 돼 나갔다.

서울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 신영철(62)ㆍ임혜영(62)부부가 매년 5월27일 오전 4시 옛 도청에서 퍼포먼스를 하는 이유도 무참히 희생된 시민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 회원인 정의행씨는 "1980년 5월 27일 오전 4시는 수많은 시민군들이 계엄군의 총에 희생됐던 시간"이라며 "해마다 이 시간이 되면 한 부부가 옛 도청에서 희생된 시민군을 위한 추모 퍼포먼스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출신인 이 부부가 광주에서 '이름없는 공연'을 진행해 온지 18년째. 최근 들어서야 광주지역 시민단체ㆍ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름없는 공연'이 말해주듯 신 씨 부부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그들의 공연이나 영상물에 관한 내용만 입소문을 타고 퍼지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간간히 SNS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공연주제는 1980년 5월 광주를 비롯해 평화, 탈핵, 세월호 등이다. 춘천ㆍ전주 등 전국을 무대로 공연에 나서고 있지만 주무대가 되는 곳은 언제나 광주다. 매년 5월 퍼포먼스를 위해 수개월 동안 광주에 작은 방 한칸을 얻어 작업에 몰두한다. 18년간 제작한 작품은 대략 40여편에 이른다.

신 씨 부부의 퍼포먼스를 보기는 그리 쉽지 않다. 관객을 의식하지 않은 탓에 '어느날 어느곳에서 불현듯' 펼쳐지기 때문이다. 어쩌다 공연이 알려져 관람자가 많아질 것으로 보이면, 돌연 취소되기도 한다. 때문에 그들의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은 1~2명, 가끔은 한명도 없을 때도 있다. 임혜영씨는 한 인터넷 카페를 통해 "관객수에 개의치 않는다"며 "다만 누군가 한명이라도 마음 나누는 순간이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라고 밝혔다.

5ㆍ18을 주제로 한 연극'애꾸눈광대'를 공연하는 이세상씨는 "망월동, 옛 도청 등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연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객과 흥행에 개의치 않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인"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영철씨는 한때 중앙일간지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으나 자신이 근무하던 신문사가 1980년 신군부에 의해 강제폐간됐다고 한다. 신씨는 자신의 카페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물음에서 광주와 맞닥뜨리지 않을 순 없다"며 "80년 5월에 나는 광주에 있지도 않았고 광주와는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한국에 태어나 그 시기를 살아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광주에 대해 빚이 있으며 광주로부터 얻은 것들이 많다"라고 밝혔다.

박상지기자 sjpark@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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