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대학생들, 가성비 따지는 '실속 소비'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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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새학기 대학생들, 가성비 따지는 '실속 소비' 눈길
아침식사 1000원에… 전남대 '건강밥상' 인기
대학가 인근 식당서 식권 대량 구입 밥값 절약
원룸 대신 보증금ㆍ월세 싼 '쉐어하우스' 선택
  • 입력 : 2017. 09.07(목) 00:00
6일 오전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제1학생회관 학생식당이 1000원짜리 '건강밥상'을 이용하는 학생들로 붐비고 있다.
새학기를 맞은 지역 대학생들의 소비문화가 '실속형'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 부모님의 용돈이나 아르바이트 임금 등으로 비교적 풍족한 소비생활을 즐기던 대학생들이 장기화되는 경제난 속에 취업 전망마저 불투명해지면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다.

●1000원 짜리 '건강밥상' 인기

6일 오전 8시께 찾아간 전남대학교 용봉캠퍼스 제1학생회관 내 학생식당. 아침식사를 하기 위한 학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메뉴인 떡국, 김치, 요구르트가 담긴 식판을 든 많은 학생들이 빈 자리를 찾기 위해 서성거렸다. 이곳이 아침부터 붐비는 이유는 밥값이 단돈 1000원이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000원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건강밥상'은 전남대에서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지난 2015년부터 시행됐다.

식단에 들어가는 재료비 등은 2000원 상당이지만 전남대 입학과에서 일부를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1000원만 지불하면 된다. 특히 올 가을 학기부터는 기초ㆍ차상위, 농어촌학생 등 고른기회전형으로 입학한 학생과 장학금 수령을 신청한 소득 0~8분위 학생들에게는 그나마 지불한 1000원도 다시 돌려주는 '아침한끼'라는 사업도 진행하고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전남대 생활관에 거주하는 김모(24)씨는 "가격도 저렴하고 식단도 나쁘지 않아 건강밥상을 자주 이용한다"면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에 음료수 하나만 사먹어도 2000원을 넘어가는 것과 비교해보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고 말했다.

건강밥상은 학기 중 평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전남대 제1ㆍ2학생회관 학생식당에서 운영하며 하루 평균 40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 식권 한꺼번에 구입 밥값 절약

대학생들의 알뜰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대학가 인근 식당은 식권을 한꺼번에 구입할 경우 가격을 깎아주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식당 입장에서는 식권 판매를 통해 고정적인 단골 손님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식권 할인 식당은 늘어나는 추세다.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식당은 1장에 3500원인 식권을 10장에 3만원, 20장에 5만8000원, 30장에 8만4000원, 50장에 14만5000원에 할인판매한다. 50장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한끼 당 2900원꼴로 600원 할인, 전체적으로는 3만원을 아낄 수 있다. 대학 학생식당보다는 가격이 비싸지만 다양한 메뉴에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어 많은 학생들이 식권을 대량 구매하고 있다.

● 여러명 함께 '쉐어하우스'ㆍ집세 분담

주거공간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대학생들의 실속소비 성향은 두드러진다.

최근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여성전용 쉐어하우스에는 입주와 관련된 문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원룸의 경우 평균 보증금 200만원, 월세 30만원인데 반해, 이 쉐어하우스는 보증금 52만원에 월세 26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명의 여학생이 함께 거주함에 따라 범죄 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과 정보공유 등 단체생활의 이점도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쉐어하우스를 운영하는 김모(30)씨는 "보증금이나 월세가 저렴해 대학생들의 입주 문의 전화가 많은 편"이라면서 "최근 드라마 등 매체에서 쉐어하우스가 많이 소개돼 학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소개했다.

한 방에서 친구와 함께 거주하며 집세를 분담해 돈을 아끼는 학생들도 있다. 보증금, 월세, 관리비 등에 부담을 느끼거나 의식주에 들이는 비용을 줄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다.

친구와 함께 원룸에 살고 있는 김모(26)씨는 "제한된 용돈에서 월세를 빼면 제대로 된 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며 "친구와 상의해 방을 합쳐 집세를 분담했더니 사회활동이나 취미생활에 쓸 수 있는 돈이 생겼다"고 말했다.

● '실속추구' 소비경향 확산

전문가들은 대학생들의 실속문화 확산에 대해 소비경향의 변화로 분석하고 있다. 인터넷 등 매체가 발달함에 따라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서 과거 타인을 의식하는 과시적 소비에서, 제품의 실질적인 가치에 기반한 실속을 추구하는 소비로 바뀌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남대 생활환경복지학과 홍은실 교수는 "각종 매체의 발달로 상품의 절대적인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대학생들이 불필요한 거품을 뺀 소비활동을 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인 PB상품이 인기를 끄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면서 "이러한 소비가 가능해진 것은 인터넷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품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글ㆍ사진=박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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