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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한글만큼 ‘떼뚬’의 문자표기에 적합한 글자는 없을 것이다.” 지난 2004년 동티모르 국립대 이은택 교수가 동티모르 정부에 ‘떼뚬’의 표기를 한글로 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떼뚬’은 동티모르의 고유한 언어. 하지만 이를 적을 문자가 없어 동티모르는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었고, 알파벳의 한계로 이를 대신할 글자를 찾고 있었다. 이른바 ‘떼뚬-훈민정음 연결 프로젝트’ 였다. 그 해 동티모르 대통령의 부인 커스티 구스마오씨와 호세 라모스 호르타 외무장관이 한국을 찾기도 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떼뚬...
2025.05.15 16:25누가 리더(지도자)인가. 어떤 자질을 가졌는가. 변함없이 존경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6·3대선을 앞두고 문뜩 떠오른 질문이다. 역대 위대한 지도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재임때나 사후에도 존경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념이나 지역, 세대, 계층을 떠나 국민은 물론 세계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있다. 그들의 업적 뒤에는 뛰어난 리더십이 있다. 상대를 포용하고, 소통, 공감하는 능력이다. 관대함과 검소함, 화합하고 타협할 줄 아는 협치의 기술을 가졌다. 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은 타협의 달인이었다. 노예제 폐지가 그냥 ...
2025.05.14 14:33혁명은 총칼로 시작되지만, 기억은 문학과 문화로 살아남는다. 1789년 프랑스혁명이 낳은 수많은 기록 중, 가장 오래 남은 목소리는 법령도, 정치 문서도 아닌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이다. 장발장과 가브로슈의 서사는 단순한 허구를 넘어, 억압받는 민중의 고통과 인간 존엄, 저항의 윤리를 상징하는 존재로 남았다. 위고는 파리 봉기와 혁명의 폐허 속에서 ‘기억의 윤리’를 문학으로 엮었다. 가브로슈가 쓰러진 길목은 그 어떤 전승기념물보다 강한 상징이 됐고, 프랑스 시민들은 문학 속 인물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와 마주할 수 있었다. ...
2025.05.13 13:22오는 6월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이 마무리돼 12일부터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됐다. 선거운동 기간은 단 22일 간으로,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통령 선택의 날이 불과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과 탄핵으로 촉발된 이번 대선은 국가리더십 공백사태를 끝내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운명을 개척할 새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 매우 중차대한 선거다. 새 대통령도 당선과 동시에 인수위 활동 없이 곧바로 국정을 이끌어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안게 된다. 지난 계엄정국에서 국민들은 나라의 지도자...
2025.05.12 18:29200페이지 남짓 소설 한 편, 반나절이면 읽지. 과신했다. 한편으로는 너무 거창할까 엄두가 나질 않았다고 해도 맞겠다. 5·18 민주화운동이라는 것이 그랬다. 광주에서는 지나다니다 보면 사적지고, 스치다 보면 유가족과 경험자들이다. 그 안에서 나는 잘 안다 자부할 수도 없고, 모른다 말하기는 염치가 없어 그저 묵묵히 5월을 보냈다. 왜인지 모르게 미뤄뒀던 ‘소년이 온다’를 모두 읽는데 꼬박 하루가 넘게 걸렸다. 반나절이면 읽겠다 싶었던 소설은 한 챕터를 지날 때마다 소화를 시켜야 했다. 한 챕터 안에서도 한 문단 한 문단이 ...
2025.05.11 17:331972년 3월 31일, 옛 소련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2대의 우주선이 발사됐다. 금성에 착륙해 미지의 행성 금성을 연구하기 위한 무인우주선 베네라 8호와 또 다른 쌍둥이 우주선이었다. 지구에서 금성까지 평균 거리만 1억 7000만㎞. 소련은 실패에 대비해 2대의 우주선을 발사했고 이 중 베네라 8호가 그 해 7월 22일, 금성 표면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하지만 함께 발사됐던 또 다른 우주선은 궤도 진입에 실패해 지구에 갇히고 말았다. 비운의 우주선 코스모스 482호였다. 소련은 성공한 베네라 8호와 달리 실패한 우주 탐사선을...
2025.05.08 18:00최근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판결로 파기 환송한 사례는 단순한 법적 다툼을 넘어 ‘사법 불신’이라는 깊고 심각한 위기를 우리 사회에 안겼다. 사법부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유력 대선 주자의 피선거권을 사실상 박탈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쳐질 수 있는 법적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22일 해당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시켜 단 9일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는, 잇단 졸속과 무리수로 법조계에서도 ‘사법 권력의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을 초래했...
2025.05.07 16:54“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다’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1993년, 강정인 서강대 명예교수가 한국정치학회에서 던진 이 한 문장은 교육계와 지식사회를 뒤흔들었다.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까지 실렸던 이 유명한 문장을 그는 철저히 검증했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원전 어디에도 소크라테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플라톤이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반영해 창작한 문장이었다. 이후 이 지적은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 권고로 교과서에서 삭제되거나 수정됐다. 그러나 강 교수의 진짜 문제의식은 단순한 인용 오류가 아니었다. 그는...
2025.05.06 17:11“스크린 쿼터가 한국 영화의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한덕수 본부장이 스크린 쿼터를 축소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영화계가 발칵 뒤집혔다. 스크린 쿼터는 영화관에서 일정 기간 이상 자국 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하는 제도로 스크린 쿼터를 줄이는 것은 한국 영화산업을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발언이었다. ‘한국 영화 말살에 경제 관료가 앞장서고 있다’는 등 영화계의 원성도 높았다. 하지만 영화계의 반발에도 논란의 한가운데 섰던 스크린 쿼터는 한덕수 본부장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취...
2025.05.01 17:39“정보는 곧 힘이고, 정보통신은 국가 생존의 열쇠입니다.” 최종현 SK그룹 선대 회장은 1980년대 후반,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절부터 통신 산업의 가치를 이같이 강조했다. 단순한 경영철학을 넘어, 한 시대를 관통하는 전략적 통찰이었다. 섬유와 무역으로 시작한 선경그룹은 세계 산업 구조의 흐름이 급변하는 조짐을 읽었다. 석유화학과 정보통신, 이 두 축이 미래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사명을 SK그룹으로 전환하고 에너지와 통신으로의 대전환을 과감히 추진했다. SK는 국가 기...
2025.04.29 14:55지난달 22일 오전 11시25분께 성묘객의 실화로 경북 의성군에서 산불이 시작됐다. 1주일여간 번진 산불에 대응하기 위해 투입된 경북 상주 소방서 소속 소방관 A(40)씨가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를 호소하며 인근 지역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의성 산불 진화에 투입된 대원이 병원에 이송된 건 처음이다. 최근 국가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가장 위세 있는 직업으로 국회의원을 꼽았으나 미국·독일은 소방관이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 소방관은 15개 직업 중 11위에 그쳤다. 소방관은 아무나 할 수...
2025.04.28 17:25더불어민주당의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인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경선이라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 26일 민주당은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세 번째 지역순회를 호남에서 실시했다. 결과는 이 후보가 88%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호남권 경선에서 이 후보는 88.69%(17만 8090표)의 득표율을 기록해 7.41%(1만4889표)의 득표율을 기록한 김동연 후보, 3.90%(7830표)의 득표율을 기록한 김경수 후보를 제치고 1위를 기...
2025.04.27 18:40서기 1200년 경 어느 날, 유능한 기사(騎士)가 돼 세상에 이름을 날려 보겠다던 18세 소년 프란치스코가 ‘새로운 꿈’을 찾아 여행을 떠났다. 자신이 가진 모든 권력과 재산을 버리고 떠난 가난한 여정. 하지만 그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을 결코 흩뜨리지 않았고 되레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해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돌아온 고향 아시시.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인 그곳에서 그는 ‘네가 보고 있는 폐허가 된 나의 집을 수리하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한다. 프란치스코 성인과 100여 개의 크고 작은 성당으로 도시 전체가 종교 건축물인 아시...
2025.04.24 17:49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은 어김없이 호남을 찾는다. 국립5·18민주묘지를 마치 익숙한 통과의례처럼 방문하는 이들은 선거가 끝나면, 다시 수도권으로 향해 대한민국의 발전을 부르짖는다. 이번 조기대선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후보는 전라남도 신안의 해상풍력단지를 찾았고, 김경수 후보는 광주광역시 양동시장을 찾아 광주·전남 발전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김동연 후보도 호남행을 준비 중이다. 각 캠프는 빠짐없이 “호남은 민주당의 심장”이라 말하며 각종 지역 현안 해결과 함께 진정성 있는 공약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런 민주당의 약속은 진...
2025.04.23 17:54하이힐은 처음부터 멋이나 장식을 위한 신발이 아니었다. 중세 페르시아의 기마병이 말안장에 발을 고정하기 위해 신었던 실용적 구조물이 그 기원이다. 그 구조는 유럽으로 전파되며 귀족과 권력자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굽이 높을수록 지위도 높았고,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위로 향했다. ‘높게 보여야 한다’는 욕망과 ‘높은 자를 보고 싶다’는 심리가 맞물리며, 굽은 단순한 장치를 넘어 상징이 됐다. 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당별 경선과정에서 ‘키높이 구두’가 거론됐다. 최근 열린 국민의힘 경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왜 키높...
2025.04.22 1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