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8일은 24절기 중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立冬)’이다. 예로부터 입동이 지나면 아주 중요한 월동 준비 행사가 하나 있는데, 바로 ‘김장’이다. 김장은 가족과 친지, 이웃 간에 서로 돕고 나누는 일종의 품앗이 행사로, 지난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가치가 높은 자산이다. 요즘 들어선 1인 가구가 늘고 핵가족화, 서구화된 식단, 외식 증가 등으로 인해 김치 소비가 줄면서 김장문화도 점차 사라져 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인에게 김장은 중차대한 연례 행사중 하나다. 그런데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
2023.11.07 13:41최근 전국의 한우농가를 덮친 럼피스킨(Lumpy Skin Disease)은 올해 국내에서 최초로 발견된 감염병이다. 인류가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 사태를 극복했을 무렵, 한국에선 전례없던 럼피스킨이 축산 농가를 덮쳤다. 소 피부에 덩어리진 작은 결절들이 발생하는 피부병이라는 뜻의 럼피스킨은 1929년 잠비야에서 처음 보고된 아프리카 고유의 질병이었다. 풍토병이던 럼피스킨은 국경을 넘어 1989년 이스라엘, 2015년 유럽의 남동부까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최근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등 아시아로 영역을 확장한 럼피스킨은...
2023.11.06 17:30여당발 ‘김포시 서울편입’이라는 폭탄발언이 전국을 들쑤시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얻겠다며 일단 ‘던져놓고 보자’는 속셈으로 보인다. 현재 여당의 속내가 얼마나 다급한 지 말해주는 대목이다. 느닷없는 이슈에 전국민도 혼란에 휩싸여 있다. 마치 1812년 미국 정치인 게리가 자신의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획정한 ‘게리맨더링’을 떠올리게 한다. 살아생전 국가정책을 그렇게 쉽게 내놓은 책임자를 본적이 없다. 그럴듯한 포장조차 생략한 채 말이다. 그조차 안되니 그랬겠지만. 이 발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
2023.11.05 13:55내년 4월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한 총선 입지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7일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서울 출마를 선언하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영남의 스타들,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며 중진의원 험지 출마론에 불을 붙였다. 험난한 땅을 의미하는 ‘험지’(險地)는 정치에선 상대 당 또는 후보의 지지세가 강해 당선이 어려운 지역을 의미한다. 인 위원장은 영남권 중진의원들의 험지 출마 자체가 ‘국민의힘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를 줘 수도...
2023.11.02 12:45“나가 정(情) 빼면 뭐시 남겄소.” 연세대 의대 인요한 교수는 전라도 사투리를 전라도 사람보다 더 잘 구사하는 자칭 ‘징글징글한’ 전라도 사람이다. 전라도 기질도 타고 났다. 지금도 자신을 소개할 때면 ‘전라도 순천 촌놈 인요한’이라고 한다. 순천과 순천 친구들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했다던 인요한. 그는 ‘자신을 키운 80%는 한국 사람들의 뜨거운 정과 강직하고 따뜻한 심성’이었다고 고백한다. 그가 말하는 전라도도 ‘없이 살면서도 한없이 낙천적인 사람들, 내 것 네 것 없이 나누어 쓸 줄 아는 인심, 서로를 보듬고 배려하는 마...
2023.11.01 17:29전남일보 사회부가 지역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반년에 걸쳐 준비하고 취재한 시리즈 ‘광주를 장애인 e스포츠 메카로’가 11번째 기사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렸다. 기사를 기획했을 때가 생생하다. 아직 여름도 오지 않을 때였다. e스포츠를 담당하던 기자가 ‘광주에서 롤드컵을!’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사회면의 톱 하나 정도 수준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해당 기자가 광주 장애인e스포츠팀인 ‘무등’의 대회를 다녀왔다. 그는 스포츠 현장에서 항상 뒷전이었던 장애인들이 열정적으로 도전하고 부딪히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
2023.10.31 16:06우리나라에는 진(鎭)이나 원(院)으로 끝나는 지명이 여러 곳 있다. 주로 군사요충지에 설치된 진은 해안경계부대가 있던 곳으로 노량진, 주문진, 초지진 등이 이에 속한다. 조치원, 사리원, 이태원 등 원은 공적인 임무를 띠고 지방에 파견되는 관리 등 공무 여행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던 공공 여관으로 흔히 역(驛)과 함께 사용됐다. 대개 역원(驛院)을 두면 그 주위에 마을이 형성되고 마을의 이름도 원의 이름을 따라 부르는 일이 관례처럼 되어 왔던 것이다. 한양을 벗어나 처음 만나는 원(院)이었던 이태원은 이 땅, 이 민족의 슬...
2023.10.30 18:19한동안 개성있고 화려한 스타일의 Y2K가 패션계를 장악하는가 싶더니, 어느새 ‘올드머니 룩’으로 트렌드가 바뀌어 있다. 대대로 내려온 유산이나 상속받은 자산으로 부유한 삶을 영위하는 상류층을 뜻하는 올드머니. 올드머니 룩은 이들이 입을법한, 말 그대로 ‘고상한’ 패션이다. 화려한 브랜드 로고나 디자인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소재 등 좋은 질과 옷의 완성도가 높은 것에 의미를 둔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식이나 코인, IT 기술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부를 이룬 신흥 재벌에 대한 불만과 극심해진 인플레이션...
2023.10.29 17:25스위스의 화학자인 폴 헤르만 뮐러(Paul Hermann Muller)는 194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뮐러가 만든 유기염소계 살충제인 DDT(다이클로로다이페닐트라이클로로에테인)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들의 생명을 구해준 공로가 인정됐다. 군인들을 죽음으로 내몬 말라리아와 발진열(발진티푸스)을 전파하는 빈대와 벼룩의 퇴치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해서다. 빈대(bed bug)는 이(louse)·벼룩(flea)과 함께 인류에 가장 골칫거리였다. 빈대는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에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2023.10.26 17:46스포츠에서 약팀과 강팀이 붙을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이다. ‘언더독’은 우승이나 이길 확률이 적은 팀이나 선수를 일컫는 말이다. ‘언더독의 반란’은 우리에게 재미난 감동을 준다. 약자(언더독)가 강자(톱독·Topdog)를 꺾고 예상 밖의 승리를 거뒀을 때 느끼는 희열때문이다. 지난 2000년 프랑스 축구연맹이 주최한 FA컵 대회에서 인구 8만명인 작은 항구도시 칼레(Calais)가 세계 축구팬을 놀라게 했다. 4부 리그 아마추어 축구팀 ‘칼레 RUFC’가 상위리그 강호들을 연거푸 ...
2023.10.25 16:40의사이자 수도자인 성 리카르두스 팜푸리(Richardus Pampuri, 또는 리카르도)는 1897년 이탈리아의 파비아(Pavia) 근처 트리볼지오(Trivolzio)에서 태어났다. 1921년 파비아 대학 약학과와 외과를 수석 졸업한 그는 의사인 삼촌 밑에서 3년간 의료 실습을 마치고 밀라노의 한 병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제1차 세계 대전 때는 전장에서 야전 의사로 일했고, 제대 후에는 의사가 되어 무료로 가난한 사람들을 돌봤다. 이후엔 수도자로서 삶도 살았는데, 그와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나눔의 모범’이 됐다. 그는...
2023.10.24 16:20어릴 적, 어머니 심부름으로 동네 가게를 자주 다녔다. 백열전구는 항상 KS마크가 있는 제품을 사오라고 하셨다. KS마크가 있는 제품은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다. 그 때부터 물건을 고를 때 KS마크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중·장년층 사이에선 매우 익숙한 상품 선택 방법이 아니었나 싶다. KS는 지난 1962년 산업표준화법에 따라 도입됐다. 정부가 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해 공산품을 대상으로 만들었다.1963년 첫 인증제품이 백열전구였다. 지금은 농수축산물 가공상품과 서비스까지 확대됐다. KS의 ‘K’는 대한민국이다. 그 알...
2023.10.23 12:44기아가 3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을 이어가게 됐다는 소식이다. 기아 노조는 지난 20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해 70%가 넘는 찬성으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16차례나 본교섭을 벌인 결과다. 현대차 등 완성차 기업들이 일찌감치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것과는 달리 기아 노조는 파업 카드를 꺼내 들며 강경 행보를 이어오다 지난 17일 잠정 합의안에 사인했다. 최대 쟁점이었던 ‘고용세습’ 조항을 개선하기로 전격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기존 단협에는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사내 비정규...
2023.10.22 15:03완도, 고흥 등 도서지역의 열악한 의료여건을 설명하면서 권순석 화순 전남대병원 교수는 착잡해했다. 전남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의사는 전남의 의료 현실을 보고 “한국이 아니라 동남아 같다”는 자조섞인 말도 했다. 수도권과 지역의 의료 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오랫동안 이를 못본 척 했다. 전문가들은 응급시스템이 가장 먼저 붕괴되는 곳이 전남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소아과 응급실 뺑뺑이에서 더 나아가 전남에 있는 응급실이 상당수 제기능을 하지 못할 것이란 이야기다. 응급의료 붕괴의 전조는 벌써 감지되고 있다....
2023.10.19 17:09“인류는 정복의 문명이 아닌 자연과 우주를 포함한 평화공존·상생하는 코스모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합니다. 교수님, 지구위기 등 미래비전을 해결하는 데 함께 합시다” “네. DJ선생님, 정말 좋은 말씀입니다” 1993년 초 동양에서 온 노 정객과 영국 캠브리지대 교수가 나눈 대화다. 그 교수는 ‘제3의 길’을 주창한 앤서니 기든스, 노정객은 그 직전 1992년 12월18일 제14대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에서 연구활동 중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앤서니 기든스는 영국 사회학자로 자본주의와 사회주...
2023.10.18 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