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환 논설위원 |
KIA 타이거즈에게 그 히든카드의 이름은 이의리다. 417일. 1년 2개월의 기다림이었다. 팬들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돌아왔다. 지난 20일 무대 위로 다시 등장한 순간,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복귀전 성적은 4이닝 2실점. 피홈런 2개를 허용했지만 최고구속 151㎞를 기록하며 공백을 느낄 수 없는 직구를 던졌다. 경기 결과보다 값진 건 그의 투구 하나하나에 담긴 시간과 의지였다.
이의리는 지난해 5월 팔꿈치 인대 파열로 마운드를 떠났고,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시즌을 접어야 했던 현실은 가혹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퓨처스리그를 거쳐 다시 1군에 오른 이의리는 KIA 마운드의 빈자리를 묵묵히 채웠다.
지금 KIA의 선발진은 온전치 않다. 외국인 투수 올러와 토종 좌완 윤영철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이의리의 복귀는 단순한 ‘로테이션 채움’ 이상의 의미다. 후반기 순위 싸움, 치열한 가을야구 경쟁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가 바로 이의리다. 그는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대안으로 돌아왔다.
프로야구에서 한 선수가 시즌 흐름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흐름을 끊고, 다시 엮는 계기가 될 수는 있다. 팬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의 직구에 담긴 투혼, 커브가 꺾일 때마다 함께 휘어지던 희망의 궤적을.
히든카드는 타이밍이 전부다. 펼쳐졌을 때 상대는 대비할 수 없고, 팀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KIA가 바로 그 시점에 있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다. 이의리는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절실함은 흔들리는 팀을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으리으리’한 직구는 돌아왔고, 다음 등판에선 80구를 예고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공 하나. 이의리의 시간, 팀의 기다림, 팬들의 바람이 응축된 그 투구가 KIA의 후반기를 이끌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히든카드는 결국 드러나는 순간, 가장 강력해진다. 그리고 그 이름이 이의리라면, 믿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