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생명과학과 전창덕 교수, 서원창 박사과정생. GIST 제공 |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생명과학과 전창덕 교수 연구팀이 T세포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구조인 ‘미세융모’의 형성과 작동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 이에 관여하는 단백질 Cdc42의 면역 조절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자가면역질환, 감염병, 암 등 다양한 면역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됐다.
T세포는 항원을 인식하고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핵심 면역세포로, 표면에 수백 나노미터 길이의 미세융모를 촘촘히 지니고 있다. 연구팀은 이 미세융모가 단순히 신호를 감지하는 구조가 아니라, 항원 인식, 면역 시냅스 형성, 면역 신호 전달 등 전 과정에 능동적으로 관여하는 ‘면역 안테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특히 연구팀은 미세융모가 T세포에서 떨어져 나간 뒤에도 항원제시세포(APC) 표면에 남아 신호를 지속 전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미세융모가 일시적 접촉 이후에도 면역 반응을 유지하는 ‘USB 메모리’ 같은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팀은 미세융모 형성과정의 핵심 조절자로 GTPase 단백질 ‘Cdc42’에 주목했다. T세포가 흉선에서 성숙하는 ‘이중양성(DP)’ 단계에서 Cdc42의 유전자 발현이 줄어들면 미세융모가 짧아지고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Cdc42 유전자가 제거된 유전자 변형 마우스와 Cdc42 억제제(CASIN)를 투여한 마우스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Cdc42가 결핍된 T세포는 미세융모의 길이와 수가 현저히 줄었고, T세포 수용체(TCR) 마이크로클러스터 형성과 면역 시냅스에도 이상이 발생했다. 결국 외부 항원을 효과적으로 인식하지 못해 면역 반응 전반이 약화됐다.
연구팀은 “Cdc42가 결핍된 T세포는 더듬이를 잃은 곤충처럼 외부 신호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며 “Cdc42가 T세포의 방향성과 정밀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전자현미경, 공초점·전반사·다광자 형광현미경 등 첨단 고해상도 이미징 기술을 통해 미세융모의 미세 구조와 면역 기능 간 연관성을 입체적으로 분석한 결과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T세포 구조와 기능을 연결하는 새로운 면역학적 해석을 제시했다.
전 교수팀은 지난 2015년부터 T세포 미세융모 기능에 대한 독창적인 연구를 이어오고 있으며, 현재 이 구조를 모사한 ‘면역시냅토좀’ 기술을 활용해 항암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전 교수는 “Cdc42를 중심으로 한 미세융모의 형성과 기능 조절 기전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한 이번 연구는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초가 될 것”이라며 “미세융모 기반의 차세대 면역항암제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원창 박사과정생이 주도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리더과학자연구, 중견연구, 과학난제도전 융합연구개발사업, 기초연구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